새벽 4시30분、새벽단잠으로 가족들이 아직도 곤하게 잠자고 있을 때 가정주부인 장경희씨(마리아고레띠ㆍ48)는 기상을 한다. 고3·중3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도시락과 아침식사를 부지런히 준비해놓고 아침미사에 참례하러 바삐 성당으로 향한다.
가족들의 건강과 화목을 위해、이웃을 위해 특히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와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며 하루 일을 시작하는 장경희씨. 강남성모병원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장경희씨에게 있어서 바로 자신이 돌보는 임종환자를 위한 기도는 중요한 부분이다.
오전 8시30분 집안 설거지까지 대략 마친 상태. 오후 6사 막내아들이 학교에서 귀가할 때까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가 있다.
목요일인 오늘은 병원에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러가는 날. 장경희씨가 맡은 호스피스환자는 2~3명. 보통 1개월에서 6개월 정도 돌보게 된다.
호스피스는 말기환자들이 죽음을 출생이나 성장、성숙과 같은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아름답고 평안한 죽음을 맞도록 돕고、또 환자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타격을 받는 환자가족까지 돌보는 이른바 「전인치료」의 하나이다. 따라서 호스피스는 환자의 삶을 연장시키거나 단축시키지 않으며 환자와 그 가족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가능한한 모든 자원을 이용한다.
호스피스 활동을 위해서는 의사ㆍ간호사ㆍ사목자ㆍ사회사업가·자원봉사자들로 팀을 구성하고 정기교육과 소모임을 갖는다. 여기서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자유롭게 의료팀을 도와줄 수 있고 환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모든 일을 함께 함으로써 소외되고 버려진 상태가 되지 않게 할뿐 아니라 퇴원 후나 사별 후에도 계속적 유대를 갖게 한다.
장경희씨는 2년 전부터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1주일에 평균 3일 정도는 병원에 나오게 된다.
환자를 처음 대할 때는 서먹서먹하지만 몇 차례 방문을 거듭하다보면 환자가 자연스럽게 마음을 터놓게 된다. 아픈 곳을 어루만지며 손톱이 길면 손톱을 깎아주고 발도 씻겨주면서 집안 이야기로 말동무가 되기도 한다. 보호자가 없는 환자는 대신 보호자역할도 해준다.
환자가 너무 고통스러워 할 때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내가 대신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 기도한다. 끝까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는 환자를 볼 때는 안타깝기만 하다. 또 사망1주일 전에 일반병동에서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겨와 제대로 죽음준비를 못하는 환자를 볼 때는 호스피스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퇴원한 환자의 경우 가정방문을 하기도 하고 환자가 사망할 경우 가족들이 장례절차를 몰라 당황할 때는 거들어주고 장지까지 따라갈 때도 있다. 이럴 경우 가족들이 입교의 뜻을 비춰 예비자 교리도 안내한다.
장경희씨는『임종 시 환자가 마음을 모두 비우고 죽음을 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평안하게 잠드는 모습은 아름답다』며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통해 입으로가 아닌、삶을 통한 신앙、특히 부활신앙에 대한 확신도 강하게 체험한다고 강조한다.
장경희씨는 20년 전、지금 대학에 다니는 큰딸을 낳은 뒤、그리고 8년 전 자궁 외 임신으로 죽을 고비를 두 번씩 넘기면서 주님의 은총에 보답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주님 사업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남편의 협조 속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그 이전에는 원목실 자원 봉사자로도 계속 활동했다.
호스피스 봉사활동 외에 본당 지오마리애 단원으로 그리고 구역 반장으로도 바쁘게 살고 있는 장경희씨는 집안의 큰며느리로서 1주일에 한 번씩 시부모님을 방문하는 일도 잊지 않고 있다.
늦게 귀가 하는 딸을 마중하러 갔다와 잠자리에 들면 밤12시. 틈틈이「토끼잠」을 자기 때문에 피곤은 가실수가 있다고. 평신도주일에 만난 평신도 장경희씨는 평범한 평신도로서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와 함께하는 일을 통해 신앙을 더욱 살찌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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