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인 끝에 민박봉사를 신청한 후 편안하게만 살아온 내가 일주일씩이나 외국손님을 어떻게 모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을 데리고 여름 한 달 동안 미국 여행을 하게 됐다。5~6일씩 머물렀던 형제、친척들과 친구의 집에서 참으로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내 집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앞으로 내가 맞게 될 나그네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나를 후하게 대접해준 그분들의 친절에 조금이나마 신세 갚음을 하는 것이라 깨달았다。편안한 마음으로、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우리 한국적 생활을 맛보게 하는 것이 의미있고 좋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그래서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을꽃을 꽂아놓고 서재를 말끔히 정돈하여 푹신한 요와 비단 이불로 한국식 침대(?)를 만들었다.
드디어 10월 3일 저녁。우리의 손님인 이태리 마르첼로 신부님을 맞았다。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보니 거실에서 구두를 그대로 신고 계신 것이 아닌가! 웃으며 한국의 풍습을 말씀드리고、다소 불편하시더라도 머무시는 동안 한국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경험해보시면 무척 재미있을 거라고 말씀드렸더니、신부님께서도 바로 그 점 때문에 민박을 원하셨다고 하시며、마치 국민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처럼 모든 것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배우고 익히려고 열심히 노력하셨다。꼭 젓가락으로 식사하시고、 무엇이든 한국 음식은 다 맛보시고、요에서 주무시면서 정말 편안한 잠을 잤다고 좋아하시고 나 같은 엉터리 주부를 선생님으로 격상시켜 주시며 한 가족처럼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셨다。또한 6박7일 동안 함께 많은 곳을 다녔는데、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방배동본당을 방문하여 신부님과 신자들을 만난 것、 한국의 절ㆍ민속촌ㆍ미리내성지 등을 방문했을 때는 그렇게 좋아하시고 감명 깊어 하실 수가 없었다。
특히 미리내 성지를 갈 때는 방배동에서 민박을 하는 가정들이 모두 함께 갔는데、 그곳에서 일본에서 오신 신부님과 신자들을 만나 함께 미사를 드리게 됐다。 한국、일본、독일、오스트리아、우르과이 신자들과 함께 이태리、 벨기에、 일본 신부님들이 미사를 집전하셨는데 5개 국어를 섞어 가며 드린 그 미사 중에 느낀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언어가 달라도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바로 가톨릭은 하나이며 공번된 교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8일 장엄미사날 새벽。평소 나 같은 늦잠꾸러기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이른 새벽에 일어나 컴컴한 새벽길을 남편과 신부님과 함께 본당까지 걸어갈 때는、일어날 때의 그 괴로움을 모두 잊고 콧노래까지 불렀으니…
떠나시기 전날 밤 서로들 섭섭한 감정을 감추며 이야기를 하다가 신부님께서는 남편과 나에게 목걸이를 하나씩 선물로 주시고、떠나시는 9일 낮에는 백화점에 들러 아이들(세레나、바실리오)선물을 하나씩 사주셨다。
드디어 작별의 시간。공항에서 아쉽고도 아쉬운 작별을 하며 우리 가족을 친 가족처럼 생각하신다고 하며 몇 번씩 뒤돌아보며 들어가시더니 이태리에 도착하셔서는 전화를 하셨다。
한국에 와서 우리를 만나고 함께 할 수 있었음은 정말 행운이었고、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미사 중에 성체 안에서 늘 기도하시겠다고。
또 우리가 이태리에 와서 다시 만나기를 하느님께 기도드리겠다는 말씀도 하셨다。아、이제 이태리 가기 위해 부지런히 저축을 해야겠다。
또한 우리가정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여 주시는 든든한 빽을 가졌으니 또 얼마나 영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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