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내일부터 차량봉사를 한다. 성체대회 차량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봉사자가 너무 많아 대기하고 있으란다.
노심초사 기다리는데 드디어 연락이 왔다. 내가 모실 분은 남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알렉산더 추기경이셨다. 우리나라와 수교가 없으니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하여 우리(통역봉사자와 나)가 보증인이 되었다.
10월 5일 8시경에 추기경께서 머무시는 정동 프란치스꼬 회관에 도착、명동성당을 보여드리고 체조경기장에 모셔드리는 임무를 받았다.
체조경기장을 가는 동안 추기경님과 다른 주교님 두 분을 모셨는데 라틴어와 우리말로 묵주기도를 바쳤다. 교회는 하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개회미사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오는 중 추기경님이 의관을 놓고 오셨음을 알았다. 우리는 인파를 뚫고 고생고생해서 의관을 가져왔다. 추기경님께서 안도의 웃음을 지으시니 우리도 함께 웃었다.
10월6일 오늘은 민속촌과 천진암 성지에 들렀다. 추기경님과 소풍간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음료수·과일·커피 등을 챙겨갖고 갔다.
함께 한 통역봉사자의 겸손하고 교양 있는 태도에 모두들 감사를 표현했다. 또한 천진암에서 한국교회사에 대해 설명을 들으신 추기경님은 한국교회를 방문하신 것을 기뻐하셨다.
10월7일 젊은이 성찬제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바깥에서 기다려야 했다. 오늘따라 밤바람이 불어 몹시 춥다.
행사가 끝나자 더운 나라에서 오신 추기경님께서 얼마나 추우실까 거정하면 가지고 간 차를 드렸다. 시장하시냐고 여쭈니 『교황님도 안 드셨는데 뭘…』하신다. 과연 추기경님의 말씀이다. 가슴이 찡했다.
10월 8일 여의도대미사. 우리도 추기경님 행렬 맨 뒤로 제대 뒤쪽으로 따라 들어갔다. 우연히 교황님을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두 번이나 뵈었다(차량봉사라는 도구로 써주신 주님께 감사).
오후는 교황 리셉션. 추기경님께서 특별히 우리를 초대하셨다. 세계 각국에서 오신 추기경님·주교님·성직자들이모인 성스러운 이 자리에 운전복을 입은 내가 서있다니!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10월 9일 오늘은 추기경님께서 떠나시는 날. 공항에서 추기경님은 당신 사진에 사인을 하시고 건네주시며 『어머니 같이、여동생같이 나를 대해 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추기경님이 들어가시고 사랑과 감사의 기도를 주님께 올렸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