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회에서 경영하는 고아원 출신 S양은 정식으로 교회예식대로 결혼식을 올린 다음 신혼초야 밤새도록 신랑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이튿날 고아원으로 되돌아와서 남자가 죄를 짓자고 해서 도망쳐 왔다고 실토를 했다. 필자가 20년전에 실제로 겪은 일이다.
그런가하면 남녀가 교제하는 동안 서로가 깊은 애정을 느꼈을 때 성적교섭을 가지는 것이 비록 결혼 전이라해도 무엇이 나쁜가. 결혼을 전제로 한 남녀가 그 애정의 표시로써 성행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심지어 젊은 여성 가운데는「성」은 자기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재능이나 기술과 마찬가지로 될 수 있으면 고가로 팔아버리는 일종의「상품」과 같은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은 성이 인간의 인격의 일부가 아니라 단순히 하나의「물건」이 돼 버리는데 까지 타락한 증거이다. 이처럼 성윤리가 타락되고 성개방의 풍조가 활개를 치게 된 이면에는 급격한 사회의 변천과 생활환경의 변화 현대「매스메디아」의 무책임 등이 성도덕의 혼란의 원인이 되었겠지만 그보다도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억압에서의 해방과 종교적인 타부(禁忌)나 죄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남녀간의 교제는 덮어놓고 위험시되고 가정에서나 학교 심지어는 교회에서까지 남녀구별을 내세워 남녀간에 부자연스런 벽을 쌓아 올렸던 것이 그릇된 성윤리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병리현상의 결과로 슈바이쳐가 말한 생명에 대한 외경의 관념이 희박해지고 생명의 말살이나 인간의 억압이 태연하게 저질러지고 인간에 대한 경시나 편견이 판을 치게되어 여기에서 성의 도착, 성 도덕의문란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앞에놓고 요새 성교육의 필요성을 외치게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지만 이것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교육이 되거나 용두사미격이 되지않을까 걱정된다. 성 교육을 국어나 산수 생물 과학같은 과목과 마찬가지로 취급했다가는 큰일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남녀 중고등 학생들에게 성교육이라고 해서 무슨내용의 교육을 시킬 것인가? 기껏해야 남녀성기의 구조 성교과정 수정임신 같은 생리학적 교육에 그치고 말것이 아닌가?
성과인간의 생명과는 깊고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인간의 성과 생명은 자연적 현상일뿐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인륜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전체인간, 완전한 인간교육이 성교육의 토대가 돼야한다는 말이다.
성적 일치는 단순히 육체적 일치뿐만 아니라 또한 동시에 마음의 일치라야한다. 마음과 육체가 완전히 일치된다는 것은 남녀관계가 결정이 되는 결혼식을 치룬 다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직 결함을 남기고 있는 결혼 전의 성교섭에서는 영육의 일치를 구한다는 것은 무리다.
영혼이 육체보다 그가치에 있어서 뛰어나는 것이 아니고 영육이 함께 하느님께 의합하면 그 인간 전체가 깨끗해지고 반대로 하느님께 거역하면 그 인간 전체가 죄에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즉 영과 육은 그가치에 있어서는 동등하지만 콘트롤의 주도권을 언제나 영혼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성서는 가르치고 있다.
(갈라티아 5ㆍ16~25)
다시 말하면 육체의 생각을 영혼이 콘트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理性)이 성욕(肉欲)을 올바르게 콘트롤 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혼전이나 후에도 배우자 외의 이성(異性)과 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킨제이 보고서는 결혼전 성교섭의 경험자는 혼외교섭(不貞관계)에 있어서도 높은 비율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모든 교육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성교육에 있어서는 가정에서의 부모의 올바른 교육이 급선무일 것이다. 왜냐하면 성교육이란 바로 인격교육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요컨데 현대인의 가장심각한 고민과 병폐를 치료하려면 종교 사상가 베르쟈에프가 말한대로 신선한 생명력이 넘쳐 흐르는 그리스도교적 경건함의 창조가 요구된다. 세계와 인간의 운명은 오로지 여기 달린 것이다. 이 참된 경건이란 신인 그리스도의 생애 가운데서 발견된다. 성과 인간세계의 참된 문젯점과 해명의 열쇄도 그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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