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문을 열고 사라졌다. 피에르는 손등을 이마에 가져갔다. 후주근하게 젖어 있었다.
『저들을 보전해 주옵소서. 저들 양 편을 다 함께 그리고 그들 서로를 위해서! 그러나 난 빈손이외다…』그는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부엌으로 돌아가기 전에 피에르는 마음을 가다듬어야했다. 두 늙은이는 머리조차 들지않았다. 조금전부터 그 중의 한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을 그는 느꼈다. 경찰이 찾는다는 청년이다.
『푸른쟈켓을 입은 키 큰 사람은?』
『조금 전에 나갔는데…』
피에르는 문을 열었다. 밤은 완전히 어두워 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낯선 길로 빠지는 나무문을 나가서 왼쪽으로 빠져 몇발자욱 달려갔을 때 키다리 청년을 발견했다 그는 길잃은 짐승모양 벽을 따라 급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여보 친구 어딜 가나?』그는 큰소리로 소리쳤다.
마치총에 맞은 사람모양 청년은 우뚝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돌아선다.
『내 뒤를 쫓아다니는건 좋아하지 않는데!』
『그러니까 우리 집에 남아있는 것이 나을꺼요!』
피에르는 조용히 대꾸했다.
그리고는 상대방이 따라오는지 확인도 하지도 않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함께 부엌으로 돌아왔다. 마침 베르나르와 마드레느가 도착한 길이다
『그래 미쉘은?』
『됐어』
『내달에 또 오겠지요 뭐!』마드레느가 아주 지친 미소를 띄우며 덧붙인다.
베르나르는 눈을 감았다. 자기속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을 수 있는힘, 아니 말을 할 수 있는 힘을 구하기 위한것 처럼.
『좋아!』마침내 그는 거의 유쾌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자 순서대로 알베르, 돌아오는 길에 데데를 만났는데 자네한테 일을 줄 수 있을 것 같애. 내일 그 사람이 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서 만나지… 아니 지금 곧가서 만나게!』
『그러지』알베르는 고맙다는 말보다도 나은 눈빛을 하고 대답했다『모두들 안녕히 계시오!』그는 나간다.
『그리고 샤를르에겐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나는 것은 루이의 친구 스페인 사람이 말하는데…』하고 마드레느가 입을 연다.
『그건 벌써 일주일전인데!』
『하여튼 내일 저녁에 여기 들려요 그 사람이 올거에요…』
『내일 저녁』하고 청년이 밝은 목소리로 외운다.
그를 바라보고 있던 피에르가 입을 열었다.
『점심때도 들리게. 뭣이던지 먹을 것이 있겠지 마드레느?』
『뭣이던지? 그렇지요? 그게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모두 웃었다. 두 늙은이만은 잠잠했다. 할머니는 졸고 있었다. 그 얼굴에 긴장이 풀려서 거의 행복해보였다. 베르나르는 의사처럼 천천히 그들 앞에 가서 앉았다 마드레느가 오는 길에 말해준 그들의 사건을 명확히 얘기해보려고했다. 그러나 도저히 알아듣지 못한다. 늙은이는 머리와 손을 저으며 처음부터 얘기를 꺼낸다.
『빠리에서 싸인해야할 서류, 의사진단서 위원회…』이젠 그들을 이 관청에서 저 관청으로 가라고 만한다. 어제는 올라다닌 집의 층만해도 십팔층
『십팔층이라요』
할머니는 다소 자랑스러운 듯이 뇌까렸다.『그런데 어째서 싸니까지 보게 되었는지? 구청의 증명서가 필요해서…』
늙은이는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 서류를 보여주시오』
베르나르가 말했다. 낡아빠진 봉투에서 한 무더기의 서류를 꺼냈다. 하도 여러번 펴고접고 하여 낡아 찢어졌다.
『보이지요? 여기 적혀있소!』
『이건「라니」인데!』
『그러면?』
『「라니」엘자로 시작되는 라니에요』
『아 그래?』
어떻게 라니에 간담? 그들은 돌아갈 차표밖에 없는 것이다.
『공짜 차를 태워 달라지요!』
아직까지 입을 열지 않았던 청년이 말한다.
『매일「베르덩」을 왔다갔다하는 내 친구가 있는데…』
『내일 아침 자네가 일터로 가기전에 이 노인들을 데려다주게. 그런데 오늘 밤은 어디서 재운담?』
『내가 우리 집에 데려가지요』
마드레느가 대답했다.
『어머닌 어떻게 하고?』
『어머니도 차차 이해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저 사람은? 어디다…』
피에르는 푸른 쟈캣의 키 큰사나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다 재워야지 그러나 하루밤만 내일은「쇼아」지에 전화해서…』
『쇼아지가 뭐요』사나이는 반문한다.
『내버린 성(城)을 공동휴양처로 만든 집이요』
『아! 내가 이젠 신부들의 보살핌을 받게 되다니! 잘돼간다!』
『이젠 저기두 친구를 재울 집을 찾아 다녀야겠는데. 피에르 함께 오겠나?』
『그러면 미사는 어떻게 되지요?』
소녀들이 물었다.
『좋아! 미사를 드리고 나면 저 사람들 재울집 을 찾기엔 너무 늦을걸? 아! 그렇게되면 미사도…』
베르나르는 다소 성난 미소를 띄며 대꾸했다.
한 소녀가 일어나며 말한다.
『물론 신부님 말씀이 옳아요. 다만 우리 할머니 때문에 늦게 돌아갈 수 없어서 미사를 일찍드리고 싶었던 거에요…아니 내게 미사가필요했던거 에요』
『이 사람들은 어디던지 잘데가 필요한데 밖에 비가오고. (그는 눈을 내려떴다) 어느 쪽을 먼저 할가? 이것이 문제라! 그래, 어느 쪽을 먼저 한담?』
그의 고통스런 목소리는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저 사람들 일이 먼저지요. 두말할나위 없이!』마드레느가 조용히말했다.
『미사가 먼저야』
베르나르가 나직이 대꾸한다.
『우리가 정말 믿음이 있다면 미사후에 그 사람들을 위한 집을 틀림없이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할 거요! 노인들이 내일 잘 찾아가도록 미사를 드리고 또 순경들이 자네를 잡아가지 않도록!』하며 그는 푸른자켓의 사나이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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