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본주의경제 아래서「노동」을 상품화해서 그 댓가인 임금으로 생활하는 계층을「노동자」라 한다면 노동자는 자본가와 같이 기업을통해 생산을 이루어나가는 생산의 주체라 하겠다. 따라서 그자신 가진 것이라곤 노동력 밖에 없는 노동자가 그의 노동을 사용하는 사용주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요구함은 노동자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 삶에 대한 기본권이라 하겠다.
10일은 노동절. 노동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장된 사회는 건강하고 밝은 내일이 보장된 사회가 아닐까? 「임금」밖에는 수입이라곤 바랄데 없는 윤광훈(33세 영등포구 도림1동)씨를 찾아 생활의 이모저모와 노동절을 맞는소감을 들어본다.
윤씨는 국내 유수의 방적회사인 P방적회사 직포과 기사로 일하고 있다. 61년 10월 군에서 제대한 후 지금까지 줄곳 9년간 같은 직장에서, 처음 2년간은 직포과 운반공으로 일했고 그동안 배운직기(織機) 조작 능력을 인정받아 기사로 승격되어 2백대의 직기를 돌보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부인 박정자(30) 여사 사이에 2남2녀를 두고 있고 장녀 혜경(9세)양이 올해 국민학교 2학년이다.
윤씨 직장의 작업시간은 주48시간 일요일은 휴무니까 하루 8시간 노동하는 셈이다. 유급휴일은 연4일로 4대국경일이다. 기본 작업시간외 특근이 주평균 4시간 정도인데 본인이 원하는 경우다. 윤씨가 받는 기본임금은 하루7백12원 이 금액은 주간작업 기본임금이고 야간근무를 하게되면 50% 가산되어 1천68원을 받는다. 이외 가족수당ㆍ특근수당ㆍ개근수당을합하면 윤씨의 월수입은 월평균 2만3천원선이다.
이 수입으로 6식구가 한달을 살아간다. 지출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식량비이고 그 다음이 보건위생비다. 어린애들이기에 조금만 아파도 병원엘 가기 때문이다. 지난달 지출을 일일이 정리 종합해본 결과 지출이 수입보다 1천5백60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월 곗돈 6천원씩을 넣고나면 결국 지출은 수입보다 많은 것이 되고 모자라는 생활비는 적자로 나타난다.
결국 곗돈 6천원의 지출이 없다면 그런대로 6식구의 생활은 꾸려갈 수 있으나 이들도 자녀의 장래라던가 주택장만 등 앞날을 위한 저축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만큼 다소 과다한 부담인줄 알면서도 내일을 위해 지금의 생활을 최대한 줄이고 모자라는 생활비는 연2백50%정도 나오는 상여금으로 메꿔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남들처럼 영화구경이라든가 외식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부인 정여사는 지난 구정에 4년만에 영화구경을 했다고 수줍은듯 말한다. 이들 부부는 문화비란 명목으로 1천원의 지출을 책정해 놓았다는데 이것은 윤씨의「파고다」15갑 9백50원과 때때로 애들에게 사다주는 동화책값이 그 전부라고.
기자가 찾아간날 윤씨는 오전6시부터 오후2시까지 제1교대 작업을 끝내고 막 집에 돌아와 점심을 들고 있었다.
『애들이 모두 취학하면서 지금 수입으론 제대로 공부시키기 어려울 것 같읍니다. 임금이 매해 인상되지만 치솟는 물가에 따르지 못해 해마다 같은 살림을 되풀이 하기도 힘든 형편이니까요』
그래서 윤씨는 앞으로 몇년만 더 이 일에 종사하고 장사를 해 볼 계획이란다. 윤씨는 한 때 노조대의원을 지내며 동료들의 생활을 면밀히 관찰해본 결과 이러한 결론을 얻었다면서 중년「엔지니어」라도 자녀를 대학까지 교육시키기는 힘든 일이라고 하면서 단체협약중 자녀교육수당이 책정되어있지만 아직 실현되지않고 있다고 서운해한다.
그리고 그간 겪은 임금인상 투쟁을 통해 보면 항상 지는 쪽은 노조라고 말하며『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임금인상」이지만 그에 앞서「사용주의 성의있는 노력」을 아쉬워한다『즉 노동자로 하여금 기업의 발전이 자기의 생활향상과 직결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공약된 10의 대우보다 개선된 5의 대우』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노ㆍ사협약에 노동자들이 제시하는 요구는 언제나 생활과 직결된 절실한 문제인 이상 여기에 기업의 능력이 닿는 한에서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는 원동력이라고 말하며 윤씨는『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일방적인 요구를 내세운다고는 생각지 않읍니다. 우리는 요구에 앞서 생산을 높이고 투쟁에 앞서 타협할 줄 아는 미덕을 생활을 통해 이미체득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결국 윤씨는 작업환경 개선이나 작업시간 수당지급 등 지엽적인 요구에 앞서 노ㆍ사의협력으로 기업이 발전할 수 있고 따라서 우리의 경제가 발전된다는 전제 아래 사용주는 노동자를 단순히 노동을 파는 생산의 한 요소로 생각하기에 앞서 인간으로 이해하고 이들의 처우향상을 위한「공동의 광장」에「우정있는 참여」를 갈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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