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막<작별>②
-이때 갑자기 현관께가 떠들석하면서 무사 2명이 거칠게 들어선다-
무사①=아무도 없나?
-미사중이라,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무사들은 휘장께로 가서 안을 엿본다-
무사②=저건 뭐야?(큰소리로) 뭣들하는거야? 이리 나오너라. 용무가 있어서 왔다.
유스타=무슨일로 오셨는지? 우리들은 지금 미사중이니까 조금 후에 얘기합시다.
무사①=안되오. 지금 당장 만납시다.
-신부 나온다. 제의입은 신부의 색다른 옷차림에 무사들 놀란다. 신부는 손짓으로 무사들을 안정시키려고 하지만 그들의 화난 얼굴로 신부를 막뒤로 떼밀어 버린다-
-유스타 나온다-
유스타=우선 앉아서 얘기를 들읍시다. 어떻게 오셨는지?…
무사②=우리들은 도꾸가와 이에야스님의 사자요. 이번에 이곳 고니시성주께서는 도꾸가와군에 맞선 적장이라서 할복(사형)의 명령을 받고서도 무사답지 못하게 도리질 하였으므로 참수형을 내렸소.
무사①=또 하나의 용건은 이 댁에는 조선나라의 처녀가 양녀로 들어와 있을터 그녀를 당장 이리로 넘겨주시우. 도꾸가와성에 데리고 가겠소. 밖에 가마가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채비를 하도록…
유스타=(놀람과 서러운 표정으로 점잖게 일어나 성당으로 퇴장하면서) 줄리아, 이리로 나와서 준비를 서둘러라.
-줄리아와 유스타 부인이 짐을 챙긴다. 초 2자루, 십자가, 한복 등을 보자기에 싼다-
-손자는 복사옷을 입은채 보퉁이를 날라준다. 울먹이는 표정이나 무서운 분위기 탓으로 소리내여 울지 못한다-
줄리아=(손자에게) 마지막 작별의 부탁을 들어줄래?
손자=뭐든지 말해봐요.
줄리아=나는 앞으로 미사에 참여할 기회가 없으니까 미사의 기분을 추억속에서 생각하기 위하여 그 작은 방울종을 갖고 싶은데….
손자=할머니, 이거 줄까요?
유스타=좋은 기념이 될거다. 어서 주렴.
-손자, 종을 줄리아에게 내민다-
줄리아=우리들은 모두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종을 울리면서 가겠어요.
(유스타를 향하여) 이 폭풍우도 하느님의 뜻으로 일어난 것이겠지요.
-종을 울리며 현관을 나서는데 조용히 막이 내린다-
-<2막 끝>-
제3막
<신부의 보고서>
때‥1605년
곳‥나가자끼
나오는 이 신부(선교사)
-선교사, 연중 보고서를 쓰면서 짜증스런 넋두리-
신부=해마다 1년중의 보고서를 쓰는것은 귀찮은 일이야. 운반 도중에 배가 풍랑이나 해적을 만나는 수도 있으니 똑같은 것을 세번씩이나 써야하니 말이야. 그러나 오늘 쓴 짧은 보고서는 좋은거야. 유럽에서도 틀림없이 기뻐할거야. 한번 더 되풀이 읽어보자.
-장군(도꾸가와)의 저택에 시중드는 궁녀 중에 몇명의 기리시단(크리스챤)이 있는데 그 중에 전에는 아우구스띠누스(고니시 유끼나가) 성주의 부인 슬하에서 지내던 조선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의 믿음과 열성은 대단하여서 수도자나 속세의 생활을 벗어난 은수자(隱修者)의 생활에 진바 없습니다. 이 덕성높은 조선처녀는 밤중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영적 독서를 읽고 신심(信心)행위를 하는데에 소비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궁전에서의 낮생활은 매우 부산하고 분주하였고 또 장군이나 다른 궁녀들은 가톨릭교를 이단시하는 이교도들이기에 낮에는 그러한 성서읽기나 신심행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남들이 쉽게 찾아낼수 없도록 교묘히 마련한 숨은곳에 작은 경당(조배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주 친지를 방문하겠다는 핑계를 대어 장군의 허락을 받고는 고해를 하고 성체를 배령하기 위하여 신부를 찾아오면 그녀의 경건하고 드높은 신앙태도에 모든 교우들이 깊은 감동을 받곤 하였습니다.
또 그녀는 궁에 함께 있는 다른 신자 궁녀들에게 마음을 써서 신앙을 굳게 지키도록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사실 교우 궁녀들은 신앙 탓으로 겪는 여러 곤경을 인내심과 용기를 가지고 참고 견디어 나가야 했습니다. 이교도인 궁녀들에게 대하여 신자가 되도록 전도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지만 전도에 실패하였을 경우에도 교회의 복음에 악감을 품거나 다른데에 말하지 않도록 타이르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녀는 장군을 직접 모시는 본궁에 있는 관계로 궁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샅샅이 알고 있으므로 우리를 선교사와 전교회를 위하여 가끔 유리한 정보를 가져다 주므로 매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미덕으로 둘레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아직 꽃피는 젊음과 타고난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같은 부박한 환경속에서<가시덩굴의 백합꽃>처럼 고상하고 향긋하게 피어났으며 자기 영혼을 더럽히기보다는 차라리 목숨버릴 굳은결심을 품고 있습니다.
-읽고나서 신부는 보고서를 진 손을 높이 쳐든다.
신부=이것이야말로 신앙의 힘이다.
신앙의 아름다움이다 참사랑이다. 주여 내게도 그런 굳고 깊은 신앙을 박아주소서. 모든 이에게 이 신앙을 안겨주옵소서<3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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