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말 영ㆍ정 시대의 대학자 이벽(요한 1754~86)은 유교?서에 뛰어난 대학자로 서학사상을 처음으로 수용, 한국 천주교회에 있어서 선구적 역할을 한 자이다. 본보에서는 이번호부터 이벽이 한국교회사에 낀친 그의 서학사상의 영향과 생애 및 그의 뛰어난 학문적 세계관 등을 김옥희(한국 순교복자회) 수녀를 통해 3회에 걸쳐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광암 이벽은 영조 30년 갑술년(1754년)에 경기도 광주 한강 유역의 두미(斗尾)에서 출생하였다. 그 고려때 명문이였던 익_ 이_현의 후손이며 선조때 성리학자이었던 지퇴당(知退堂) 이정형의 후손이었다. 그의 가문은 당대에 무반으로 이름이 높았으니 그의 조부는 무병사부총관을 지낸건이며 병사 이격의 아우이고 또한 병사 이석의 형이다. 이러한 무반분위기에서 태어난 그들 부친 부만은 이벽의 장대한 신체적 조건 때문에라도 무반에서 출세시키려고 노력하였으나 그는 끝내 부친의 희망을 거부하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유학선비들의 최대의 희망이었던 관사로써의 입신양명을 초개같이 여겨 끝내 포의서생(布衣書生)으로 일생을 마쳤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학문에 있어서 대단한 수준에까지 이르렀고 명석한 두뇌는 유학의 최고봉까지 이해하였다. 한편 진리탐구에 대한 그의 의욕은 천성적이어서 어떤 학설이나 이론을 접했을때 그 밑바닥까지 파고들었다. 그는 성호 이일을 중심으로 한 남인파로써 성호문인 중 한사람이며 고매한 그의 인격은 후에 정차산 등을 비롯한 석학들에게 그가 이해하게 된 새로운 사상인 서학을 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이벽은 일찍부터 조선후기 사회에 있어서 주자학의 모순성을 절실히 인식하였고 유학적인 지도이념이 더 이상 당시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지탱하기가 어렵게 된 점을 의식하였다. 즉 조선후기에 있어서 유학이념의 사회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다른 새로운 체제 및 사상과 지도이념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그러한 새로운 사상이나 지도이념이 없이는 모순성에 가득찬 당시 사회를 구할수 없다는 것을 의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서 그는 그때 사신들을 통하여 청으로부터 유입된 동전한문(東伝漢文) 서학서들을 열독하였던 것이다. 당시 재청(在淸) 기독교선교사들 및 서광계 이지조 등의 중국석학들에 의하여 저술된 방대한 내용의 동전한문서학서(東伝漢文西學書)(그 내용에는 서구과학서와 가톨릭교신심 전례 교리 철학서 및 천문 지리서 등의 다양한 내용으로 되었음)을 얻어 읽기에 온 정력을 기우렸다. 그러한 그의 의식과 그의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유학적 학문의 지식이 기반이 되어 동전한문서학서를 통하여 자발적으로 서학을 수용할수 있는 단계와 이해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와 같은 기반이 있었던 까닭으로 해서 고려말 안유의 활동에서나 그 뒤 이퇴계를 비롯한 유학자들의 지도자적인 활동에서도 찾아볼수 있는 그 시대에 요청되는 새로운 사상의 도입 및 혁신의 의미를 가지는 면모이거니와 이러한 현상은 당시 사회의 침체성을 탈피하려는 행동적인 표현이라고도 볼수있는 것이다.
한편 조선후기에 있어 李벽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수용된 서학사상의 내용을 규명해 보았을때 한국종교사적인 측면에서도 한 민족의 체질성 내지 문화적창조성이 이만큼 강조된 유례가 다른데서는 볼수 없다고 하겠다.
즉 이벽을 중심으로 한 남인지성인들의 문화수용의 능력과 새로운 사상에 대한 의식은 그 구조상으로는 조선후기의 서학을 성립시킬만큼 강화되었고 또한 그들의 상승된 이해체계는 한 시대의 문화를 충실히 발전시켰으며 그 다음 단계의 문화에로 전환하려는 민족적 문화수용 능력의 소산으로써 강력한 에너지의 발산인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고유한 전통사상의 기반위에 수용된 새로운 사상의 이론으로써 이벽의 서학의식은 당시 퇴폐로 기울어졌던 유학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동시에 한국사상 새로운 사상의 접촉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지대한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벽을 통하여 수용된 서학사상은 조선후기실학 사상의 기반이 되었음은 중시해야 할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한마디로 광암 이벽은 최초의 서학수용의 선구자로써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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