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이가 어른을 부끄럽게 한다. 이제 여고 2학년인 구미리내의 2번째 시집「대통령은 안 할래요」를 한참 읽고 있노라면 분명 17세의 어린소녀 작품임에도 어느 어른의 한 맺힌 절규인가 싶어 전율한다. 그리고 어린 소녀에게 그런 시각과 한을 갖게 한 어른인 것이 부끄러워진다.
문학은 그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고발하여 사람들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양식이라면 구미리내의「대통령은 안 할래요」는 바로 이시대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시각은 우리 사회 곳곳의 병폐를 살살이 살피며 고함을 지른다. 『내 몸 하나 묻힐 땅이 없어서/힘없이 쓰러지고서도/난 갈 곳이 없었네라』
『검게 된 얼굴을 마주보며 웃던 친구 놈이 고향을 버렸습니다. 더러운 세상이라며』(검은 머리 더 질어질 때까지)
그의 시집 1부에서는 땅으로 인한 고통 이놈의 아픔 노동자의 한 철거민촌의 애환 광주의 분노 그리고 소위 5공 비리를 한탄했다.
2부의「고향」「코피잔속의 잔다르크」도 어른스런 슬픔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나이가 나이인지라『엄마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아니라고 말씀하셨죠』(시험전야)에서 어른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배고픈 아들의/한을 담고/뼈저린 아픔까지 담은 하나의 짙은/그릇이 되겠습니다』(그릇)에서는 그가 가톨릭 가정세서 태어나 자라면서 머릿속에 박힌 나눔의 정신이 드러나 있다.
3부에 이르러서 17세 소녀는 이 아픈 현실이 안타까와 『주님 이제 그만 주무시고 잠을 깨세요』하고 애원한다. 이제 그가 커가면서 이 아픈 현실을 사랑하고 그 가운데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며 하느님은 결코 잠을 자고 계심이 아님을 알게 되리라. 몇 번을 거듭 읽으며 놀리기도 하고 미소가 지어 지기도 한 이 시집을 많은 이들이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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