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있는 어린애를 위해서도…』
『아, 피에르!』
베르나르는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내 못난 놈 좀 보게 난 벌써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으니!』
침묵이 흘렀다. 한 사나이가 하품을 했다. 전날밤 그는 공지(空地)에서 세시간 눈을 붙였을 뿐이다. 베르나르는 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자, 가자 잘가요, 마드레느 자넨 여기서 기다리게! 자네들은 조금 후에 봅시다.』
그들은 두시간 동안「싸니ㆍ르ㆍ오」를 쏘다녔다. 피에르는 베르나르 신부 뒤를 따라갔다. 발을 멈출 때마다 묵묵히 따라오던 사나이들은 어색하게 몸을 좌우로 흔든다.
오늘밤도 지붕밑에서 자는 것을 완전히 단념해버린 이들은 지하철 속에서 서너시간을 보내고 어디 공지에나 가서 추운 밤을 새우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베르나르 신부를 거역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피에르는 등만 보이는 베르나르가 대여섯번 넘어지는 줄 알았다. 그는 더욱더 여위어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맹목적으로 바삐 돌아가는 그의 모양이 마치 개미같으리라. 주저하는 빛도 없이 그는 이길 저길 이집 저집 누비고 다닌다. 이윽고 덧문 하나를 두드렸다『빠오로! 여보게 빠오로!』등불이 켜지고 머리가 나온다.
『자네 긴 의자가 비어있나? 친구 하나를 위해서…』
『아이 둘을 머리를 맞대고 재웠소 수쟌느의 조카들을…』
『이 사람들을 재울만한 곳 생각나는 데 없소?』
『글쎄 리리가 항상 자기차 의자를 가지고 있는데 상층낭하에 놓을 수 있을거요…』
『후레드 집앞에?』
『그렇소 거긴 자리가 있을거요. 그 사람도 우리 친구니까.』
『고맙소 잘가게.』
벌써 잠들고 있는 리리네집에 갔다.
『뭐라구? 아! 베르나르요?』
후레드네 집으로 더듬어 올라갔다. 계단에서 곰팡내가 난다. 벽에서 물이 흐르는 계절이다. 어린애가 집안에서 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제기랄! 의자가 너무 넓어서 이 자리에 놓이지 않는군』후레드는 목쉰 소리로 한가지 좋은 생각을 제공했다. 이십칠번지의 마당에 있는 차고 그곳에 가보았으나 차고에는 잠을쇠가 걸려있었다.
의자를 손에 든채 영화관에서 나오는 사람들 물결에 말려들어갔다. 그 사람들의 눈은 부슥하고 입안이 씁쓸한 모양이다. 두시간동안 타잔이 되었다가 이제 다시 초라한 자기로 돌아온 것이다. 팔에낀 여자는 실망스럽기만하고.
『우리네 한테는 저런 탐스런 젖가슴이 있나? 초라하기 짝이 없다!』
문이 활짝 열려있는 싸룽앞을 지나갔다. 양탄자가 깔려있는 따뜻해보이는 커다란 방이 두 사나이의 구미를 도군모양…
『잠간만….』
한 사나이가 입을 연다.
『자네를 그대로 버려둘줄 아나?』
피에르가 소리쳤다.
선술집들이 하나 하나 등불을 꺼간다 구청앞 광장은 텅 비었다. 성당앞의 지하철에서는 서너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돌아오고 있다. 다리가 휘청거리는 품이 걸으며 잠자는 모양이다. 성당 종소리가 무심하게 울렸다. 성당도 텅 빈채로 서서 잠자고 있다.
피에르는 지금 밤의「싸니」를 사귀고 있는 길이다. 마치 유형지에서 돌아온 왕자모양 그는 이밤에 자기왕국을 되찾고있는 것이다.
『모두들 잠들었군. 꿈나라를 헤메고 있겠지. 그들도 나처럼 낯선 나라를 홀로 헤메고 있겠지』
마루바닥에 그대로 잠들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났다. 또 쥐새끼들은 밤새껏 쏘다니겠지. 내일도 태양은 싸니위에 떠오를게다. 그러나 영혼들을 비쳐줄 태양은 떠오리지 않고….
그는 무턱대고 행동하는 베르나르를 바라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표지를 찾아 길을 더듬으며 이 친구 저 친구를 찾아 헤매는 베르나르 신부. 피에르 자신도 내일부터는 여기서 장님모양 헤매야겠지. 그러나 가로막힌 벽을 모르는 장님이 될 것이다. 그는 별이 차갑게 빛나는 하늘로 고개를 들고 기도드렸다.
『주님 저를 저바리지 마옵소서!』
합동기업조합에 아직 전등불이 비치고 있었다. 그들은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나이들만의 세계다. 청년들이 삐라뭉치와 선전벽보를 만들고 있다. 낮에 공장기름이 묻은 손에 밤에는 잉크를 묻혀가며 일하고 있다. 모두들 입가에 담배꽁초를 문채 어린학생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다. 베르나르가 말을 건넨사람은 뽈렛트의 남편 쟈꼬였다. 피에르는 비밀을 가슴속 깊이 간직한 채 잠못이루어하는 한 여인을 생각했다.
『두 친구를 재울 접는 침대를 찾으러왔네.』
『어디 있는지 알지않소.』쟈꼬는 눈도 돌리지않고 대답한다.
그들은 침대를 메고 낡은 계단을 내려왔다. 다시 여러곳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여러번 얘기가 오간후 마침내 어떤 친구집에 자리를 구했다.
그 친구는 하룻밤 잠자리를 같이한 친구의 얼굴도 못보고 새벽이면 날이 밝기전에 떠나가야할 사람이었다. 닥치는 대로 있는 헌옷을 모두 모아서 이불을 삼았다. 벌써 자정이 되어있었다.
『야 근사하다!』한 사나이는 이렇게 말하더니 마치 잠을 집어삼키기나 하듯 입을 딱벌리고 곧 잠이 들어버렸다. 또한 사나이는 베르나르와 집주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늘어놓다가 양편에서 핀잔을 맞는다.
『그럼 잘자요!』
피에르와 베르나르는 홀가분한 몸으로 다시 길에 나섰다. 피에르의 마음 속에 한가지 질문이 서렸으나 그대답이 무서워 주저한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전에 베르나르가 먼저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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