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리도 어려질 수 있을까?』깊은산 바위그늘의 수정(水晶), 갓나온 아기별을 상상하면서「조약돌마을」을 더듬어갔다.
시를 짓는 수녀는 더러 있다. 그러나 황옥연(베드로) 수녀처럼 철저히 동요로운 동심을 오붓이 읊어내는 수녀시인은 결코 흔하지 않음을 안다.
하늘스런 이슬에 씻기고 닦여진 조약돌 75개가 한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곳-동네이름은「조약돌마을」
내 마음 작은방에
꽃꽂이 하자.
꽃 보고 예수님
빵끗 웃으시게.
-작은 방
천주님 눈은 해보다도 밝은가 봐
우리들 속마음을
환히 다아시는 걸 보면
-천주님
구슬 속에 담긴
예수님 이야기
구슬 속에 담긴
엄마 이야기
옛날 옛날에
엄마랑 예수님이랑
살고 가신 이야기
-묵주
이쯤에서 맑고 고운 동심어린 믿음을 엿 볼 수 있고 아래 시들에서는 기교면의 재치를 번득이고 있음을 알아보겠다.
십리 밖 치악산이
왜 푸를까?
푸른 하늘 닿아서
물들었나 봐.
십리 밖 치악산이
어째 하얄까?
흰 구름이 길 가다가
쉬어 가나 봐.
십리 밖 치악산이
어째 뿌열까?
안개 이불 덮고서
늦잠 자나 봐.
-치악산
내가 동무들과
재미있게 놀면
시간도 흥겨워
막 뛰어가고、
동무들이 모두 가고
나 혼자 심심하면
시간도 심심해
천천히 간다.
-시간
얼마쯤 재래식 정형률조 구투(舊套)에 얽매이기는 했어도 상이 싱싱하고 맑아서 읽으면 청량수를 마시는 느낌이 돈다.
얼마나 깨끗하고 귀여운 조약돌인가!
이땅에서 처음 선 보이는 수녀 작품집이라는 점에서 기념될 출판이고 한편 그 소질을 북돋아 한권 책으로 태어나게까지 아끼고 보살펴 출혈(出血)을 달게 받으신 복자수녀원 윤 안드레아 원장수녀님의 바다로운 아량에 머리 숙어진다.
끝으로 바늘끝 하나!
사람은 흔히 한 작업이 매듭지어지면 코가 커지기쉽고, 흔히 기성연(旣成然)해져 게으르기 일쑤여서 성장이 멈추어지는 안타까움을 자주 품게된다. 이 점은 황 수녀의 사람됨으로 보아기우(杞憂)에 불과하겠지만 군데 군데 미숙(未熟)한 구석이 엿보이는 점들을 스스로 매서운 채찍질로 기워나가면서 놀라운 정진(精進) 있기를 기대하면서 사랑의 아기 예수님이 그마음을 늘 차지하여 계시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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