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중앙 아프리카에서 한가지 좋은 사례를 목격했다. 그곳의 인습에 의하면 자녀가 출생하지 않을 경우 부부가 이혼하거나 아내 자신이 후처를 맞이하도록 남편에게 권유한다. 그곳에서 교리교사 한 사람을 만난적이 있다. 그는 결혼한지 4년이 지나도 자녀가 없자 의사의 검진으로 생식능력이 없음을 알게되었다. 내가 그들을 방문했을 때 그의 아내는 말했다. 『우리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 축복의 인연이됨을 깨달았읍니다. 복음에 봉사하는데 우리 자신을 깡그리 봉헌할수 있었습니다. 어느 가정에서도 꺼려하는 어린이 하나를 입양했습니다. 결혼이 자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충실하심에 감사하기 위해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의 은약임을 깨달았습니다』처음부터 이기주의로 인해서 자녀출산을 반대하거나 태아를 죽이고 살리는 권리를 소유함으로써 여성의 자유를 과시하게 된다고 주장하는「자유부인」들의 가공할 철학과 비교할때 저중앙 아프리카 부인의 건전한 입장은 전연 판이하다. 지난 1월 미국의 대법원에서 태아를 죽일 권리가 부인에게 있다고 판정한 사실은 실로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나라가 얼마나 타락할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가지 표징이다.
그리고 참으로 결혼생활을 살아있는 성사로 영위하는 사람들의 부부행위는 첫째 배우자들간의 은약을 표현하고 강조하며 둘째 사랑의 결실과 생명에의 봉사를 거듭 긍정하는 의미를 띠게 된다.
◆ 그리스도의 생생한 현존에 대한 체험으로서의 기도
그리스도께서 배우자들에게 오시고 그들과 함께 머물러 계신다는 것을 깨달는 부부는 그들 상호간의 구원과 자녀들의 구원을 위한 봉사자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사적인 진실성과 동떨어진 거짓 열심을 피해야 한다. 신심은 외부에서 실제 생활에 덧붙혀진 장식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종교는 음식옆에 놓인 소금이 아니라 음식에 함유되어 맛을 내는 소금이 되어야 한다. 아내가 남편의 시선을 끌 아무일도 하지않고 남편에게 영원한 구원에 관한 설교를 한다면 어리석지 않겠는가? 생활 전체가 하느님의 사랑과 현존을 드러내야 한다. 기도는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고뇌가 엇갈리는 가정 공동생활을 승화시킬수 있다. 또 부모들의 기도하는 습성을 통해 자연히 기도하는 법을 배우는 어린이는 행복하다.
◆ 화해자이신 그리스도의 현존
결혼과 가정생활에 있어서도 화해자이신 그리스도의 현존에 대한 의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화해시키는 은총을 믿고 산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의 도구가 되고 화해의 봉사자들이 될수 있다. 주님께 용서를 비는 이상 가족들은 서로 용서하게 될 것이고 그리스도의 화해의 은총을 믿는 까닭에 결코 남을 심판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법 1129조와 1130조는 이런 용서와 관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복음의 정신을 따른다면 결백한 쪽이 간음한 상대와 다시 결혼생활을 계속할 아무런 의무도 없다고 말할수는 없다. 정상화할 희망이 있는 한 금이 간 부부관계를 치유하고 화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이혼한 형제 자매들을 위한 사목과 공동체적 보살핌
결혼생활에 실패한 사람들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동정과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혼자들과 접할 때는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오지 않고 구원하러 왔다』는 주님의 말씀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혼생활이 복구될 희망이 있든 없든 간에 이혼한 부부가 서로 용서하고 인간적 관계를 갖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이혼자를 위해서나 자녀들을 위해서나 도움되기 때문이다. 재혼문제만큼 사목자들과 신학자들을 괴롭히는 문제도 많지 않다. 수많은 책과 논문이 이 문제를 다루었으나 만족할만한 해답이 없다. ①많은 신학자 및 사목자들은 교회법적으로 유효한 결혼의 불가해소성 원리를 고수하면서도 교회법상으로도 재혼을 허용할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나 결혼생활에 성공할수 있는 조건이 거의 갖추어지지 않는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아프리카의 반투족은 후손을 보는 결혼만이 유효하다는 사상이마음과 정신 그들의 문화 전반에 뿌리박고 있다. 또 배우자들의 한쪽 혹은 양쪽이 성숙치 못하여 항구적인 결혼생활을 기대할수 없는 경우도 있다. 교회법은 무효한 결혼이었다는 사실이 1백% 증명되지 않는 한 재혼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첫 결혼을 일방적으로 비호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같은「법의 우위」를 깨뜨려―갈라진 부부들이 재혼하여 정상적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을 영위할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교회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결혼의 불가해소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극히 존중하는 한편 동시에 재혼한 사람들을 사목적으로만이라도 돌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교회법의 규정을 무시하고 몇가지 조건하에 재혼자들도 성사를 받을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혼해서 혼자 살면서 더 많은 유혹에 시달리느니 보다 반교회법적인 재혼이 구원의 더 나은 방편이 될수도 있다. 사목자가 재혼자에 대해 이해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결혼의 불충실과 불안전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두가지 악 가운데 덜한 악을 선택하는 것뿐이며 또한 교회가 회개하는 죄인들에 대한 하느님 자비의 성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③여러 동방교회와 정교회에 전해오는 인습을 따르는 해결책이 있다. 재결합의 가능성이 있는 한 화해를 종용하고 불가능한 경우엔 독신을 권장해야 하며 독신생활이 본인에게나 주위 사람들에게 해로울 것이 분명하면 교회는 재혼을 허용하거나최소한도 묵인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가톨릭교회는 지역사정에 따라서 아마도 상이한 해결책을 시도할것 같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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