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건느신 그리스도께서 사랑하던 사람들의 손에 조심스러이 십자가로부터 내려지고 있는 이「이꼰느」는 15세기말경 러시아 북파에 속하는 이름모를 예술가에의해 그려졌다.「노브고로드」파와는 비슷한 점이 많으나 보다 독특한 개성으로 발전한 것이 눈에 뜨인다. 이 작품은 중세 러시아 예술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거의 건축적이라할 만큼 웅대한 구성과 위로 향해 솟은 듯한 전체의 움직임은 퍽 특색이 있다.
「말씀」이시고「지혜」이시며「성스러운 힘」이시고 또한「영원한 삶」자체이신 그리스도께서 죽음에 자신을 맡기시고 고난을 받으신 것은 인간을 사랑하신 까닭이다. 이 작품에서는 하늘을 상징하는 천사들이 사라지고 오직 그리스도께서 땅에 오셔서 맺었던 사랑의 인물들만이 그려져 있는데 땅에 사는 인간에 의하여 부축 받고 계신 것은 특히 의미 깊은 것이라 생각된다. 슬픔에 젖은 마리아는 자신의 뺨을 아들의 얼굴에 대고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응시하는뜻하다. 전체 인물들의 처절한 슬픔의 표정은 절정에 달한 듯하나 그러면서도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안아내리는 사랑이 반원으로 기울어진 그리스도의 몸위로 흐르는 듯하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선이 서로 연결되어 전체 인물이 모두 한 몸을 이룬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슬픔의 순간이 침묵 속으로 삼켜들어가는 듯한 절박한 깊이를 느끼게 된다. (그림91X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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