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는 한국 천주교회의 공동 사목교서의 시대였다. 80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80년부터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이 되는 84년까지 5년간 모든 교구가 통일된 사목방향을 설정키로 합의한 이래 실시된 주교단 공동사목 교서는 84년, 제1차 5개년 공동사목교서가 마무리됨에 따라 85년부터 제2차 5개년 공동사목교사로 승계돼 89년까지 이어졌다.「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등 한국교회의 이정표가 될 양대 행사를 정점으로 실시된 10년간의 공동사목교서는 한국교회 사복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 천주교회 공동사목교서 10년간의 내용 전반을 조명, 그 명과 암을 살펴본다. <편집자 註>
한국 천주교회의 공동사목교서는 2백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기획단계에서 탄생됐다. 80년 춘계 주교회의 정기총회가 다시 결성돼있던 2백주년 준비 위원회(위원장-경갑룡 주교)에 한국천주교회 공동사목교서 작성을 위촉함에 따라 선보인 것이 공동사목교서 5개년 계획안이었다.
80년 7월8일 전국 대표자 1차 모임을 통해 「한국 천주교회 5개년 공동사목방향 및 사목교서 시안계획」을 마련한 2백주년 준비위는 이 시안을 각 교구장들에 배부했다. 수정작업을 거친 이 시안을 토대로 시작된 것이 이른바 제1차에 해당하는 「한국 천주교회 5개년 공동사목교서」였다.
80년도에 시작 2백주년이 되는 84년도에 마무리된 제1차 5개년 공동 사목교서는 80년 「가정성화의 해」를 필두로 81년 「이웃전교의 해」 82년 「본당공동체의 해」 83년 「교구공동체의 해」84년 「전국일치의 해」로 골격을 이루고 있다.
가정-이웃-본당-교구-그리고 전국으로 이어지는 교서 주제가 이미 시사하고 있듯이 80년에서 84년에 이르기까지의 주교단 공동사목교서는 한국교회의 신앙심화와 일치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80년 가정 성화의 해의 경우 공동사목교서 결정이 5월 8일 주교단이 「가정성화를 위한 사목교서」를 발표함에 따라 소급 적용된 셈이었다.
가정사목부가 가정 사목위원회로 개칭 강화되면서 나온「가정성화를 위한 주교단 사목교서」는 신자들의 가정이 사랑과 은총 기도와 대화의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하고 노력 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작은 교회인 가정은 신앙ㆍ사랑ㆍ덕행의 작임을 강조한 이교서는『가정이 성화될 때 이 사회도 의로워진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가정의 중요성을 역설, 가정ㆍ사회 전반에 걸쳐 흔들리고 있던 당시의 시대상을 대변해 주기도 했다.
81년은 「이웃 전교의 해」 80년 가을 주교총회 폐막과 동시에 발표된 공동사목교서는 기도와 생활을 통한 선교를 강조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교서 첫머리에서 주교단은 『공동 사목교서가 향후 4년간 2백주년을 준비하는 동안 통일된 사목방향을 공동으로 선정 전국의 모든 본당과 신자 가정이 한 교회를 이루고 온 겨레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획기적인 계기로 삼기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히고 『지금까지의 미온적인 선교자세의 반성과 계획적인 선교활동전개』를 촉구 기도를 통한 선교활동 생활을 통한 복음 선교를 제시했다.
주교단 공동 사목교서를 지침으로 각 교구별로 이웃전교의 해를 살기위한 구체적 사목계획이 마련된「이웃 전교의 해」는 뒤늦게 소급 적용된「가정성화의 해」에 비해 뚜렷한 결실을 낳았다. 80년도까지 3~5%정도였던 평균적 교세 신장율이 81년 말 8%를 넘기는 신장율을 기록, 이 같은 결실을 실제상황으로 확인시켜주는 한편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는 선교의 구체적인 행동화』를 촉구한 주교단 공동 사목교서의 위력(?)이 입증되기도 했다.
「이웃전교의 해」에 이어진 82년의「본당 공동체의 해」역시 2백주년을 기념하는 민족복음화라는 대 전제를 토대로 하고 있다. 주교단은 교서를 통해『우리교회의 각 본당이 하나로 뭉쳐진 신앙공동체로서 더욱 힘차게 복음을 증거하고 선포하는 것을 공동사목지표로 삼자』고 역설했다.
교서에는「본당공동체의 해」를 구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사목 지표로 ▲거룩한 본당공동체 ▲믿음과 희망의 본당공동체 ▲예배하는 본당공동체 ▲사랑과 천교의 본당공동체 ▲선교하는 본당공동체등 5개항이 제시됐다.
본당공동체의 해 교서가 선포한 내용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모았던 것은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소외된 이웃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했다는 것. 『본당을 사랑의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가난하고 비천하고 소외된 형제들 특별히 그중에서도 노인들과 고아들 의지할 데 없는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펴나가는 것을 첫째로 해야 한다』고 교서는 권고했다.
「이웃전교의 해」그리고 「본당공동체의 해」는 공동 사목교서가 실시된 시작부분이었다는 이점을 함께 공유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회 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공동 사목교서제라는 점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교회자세는 진지하고 신선할 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웃전교의 해에 이은 본당공동체의 해 역시 8%를 넘는 교세 신장율을 기록 85년 교세2백만 고지를 확보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83년 공동사목지표는 「교구공동체의 해」였다. 교구공동체의 해 공동사목교서는 일상적인 교회생활이 주로본당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소 교구공동체를 의식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지역단위의 교회는 본래 본당이 아니고 주교가 사목하는 교구』임을 새롭게 상기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이루었다.
▲교구는 기초단위의 교회 ▲일치의 성사인 교구 ▲하느님과 세상에 봉사하는 교고 등 3개항으로 대별된 교서에서 주교단은 『주교와 사제들과 신자들의 일치를 통해 복음을 선포하는 지역 교회의 본 모습인 교구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83년 공동사목지표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사제평의회나 사목 협의회가 더욱 보강되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종합적인 의견이 교구차원의 사목행정에 반영되어 야한다고 명시한 교서의 가르침에 부응 당시 각 교구는 교구 사목협의회 사제평의회를 확대 개편하고 활성화를 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84년은 대망의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의 해였다. 「전국일치의 해」로 선포된 84년 주교단은 공동사목교서「이 땅에 빛을」통해 『교회구성원 모두가 이 땅 이 겨레를 위한 구원의 빛이 되자』고 호소했다. 한국교회가 수적으로 발전하고 생동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과연 이 땅에 빛을 밝히는 교회인가. 이 땅의 소금과 누룩의 구실을 하는 교회인가 진지하게 자문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교서는 특별히 ▲사제▲신학생▲수도자▲평신도▲젊은이 등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이 땅의 빛을 구현하는데 분발토록 당부했다.
이 땅이 복음의 빛으로 물든지 2백주년이 되는 해의 공동사목 교서답게 방대한 분량으로 발표된 교서는 이사회 교회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이 땅에서「메시아적 백성」이 되어야 한다』고 교시하고 아울러 우리가 이 겨레를 위해 자신을 남김없이 바치는 모습 속에서 비로소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80년을 원년으로 시도된 한국 천주교회 공동사목교서는 개인구령 차원에 안주하고 있던 신자들의 의식을 가정, 본당, 교구, 나아가 전국교회를 연결하는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그 결실을 말할 수가 있다.
실제로 공동사목교서 5년간 한국교회는 교세면에서 의식면에서 놀라운 변신을 거듭했다. 역사의 식에 비교적 둔감한 편이였던 교회가 이웃전교의 해인 81년「조선 교구설정 1백50주년」을 지내면서 역사의식에 눈을 떴고 84년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해 그 의식은 회기적이라 할 만큼 신장했다.
역사를 이해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현재를 살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있어 기초가 되는 요소라 할 때 역사의식의 「눈뜸」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중요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공동체의식이 크게 성숙하고 교세의 확장이 눈부신 결실 속에서도 우리는 「공동사목교서」의 허(虛)의 실상들이다. 나의 성장을 보는 기쁨 속에 안주해 버린다면 우리는 공동사목교서 5년 그 자체의 밝음에 가려진 진정한 어두움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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