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콜롬비아의 루세로 우르따도입니다. 9남매가 있는 저의 집은 형제들 간에도 매우 우애가 깊은 화목한 가정입니다.

몇 년 전 나는 복음을 생활화하는 한 그룹의 젊은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들의 생활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나 역시 하루 중 어느 때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전히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한다 할지라도 이제는 다른 영혼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새로운 방식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이 이제는 내생활의 모토가 되었습니다. 얼마 후 저는 이러한 삶을 더 깊이 살기 위해 이태리로 갔으며 거기서 젠 베르데라는 음악그룹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순회공연 중이었습니다. 콜롬비아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큰오빠 이반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잔혹한 살인을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충격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단원들은 모두 이 고통에 나와함께 동참해 주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잇달아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이반은 한 달 후면 결혼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집에 도착해보니 가족들은 아직도 큰 충격 속에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고통 속에는 분노ㆍ두려움ㆍ원한이 한데 엉켜있었습니다.

이반은 변호사였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사무실로 나간 그가 한 밤중에 시신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만 보였습니다. 왜 하필이면 우리 가정에? 물론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바로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법관이시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복수를 원했으며 그것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집에 도착했을 때 집안의 분위기는 매우 긴장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가족들과 함께 매우 고통스러워했으며 그들과 똑같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한편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용서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은 사랑이다. 모든 것은 사랑이다. 이것도…』하고 의지적으로 되뇌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나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고통을 하느님께 바쳐드렸습니다.

친척들과도 왈가왈부 따져본다든가 설명을 요구하지 않아야 함을 깨닫고 모든 사람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사랑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한 여동생은 마음을 돌이키지 못했습니다. 하루 종일 눈물 속에 지내며 식사도 거부하고 아무것도 하려들지 안았습니다. 나는 동생을 위로하고 곁에 있어주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자 했습니다. 조금 후 다른 여동생이 나처럼 말하며 그를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분위기는 차츰 안정되어 갔습니다.

마음속에 스며든 사랑은 서서히 그 깊은 상처를 아물게 했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마음속에 오빠의 살인자에 대하여 진정 용서했음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느 날 그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청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하여 나는 일생 중 가장 힘 있고 효과적인 복수는 바로 사랑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