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막 수난의 길
때…1612년
곳…이즈 바닷가
나오는 이들…줄리아, 줄리아의 대녀 루치아, 호송 관리들, 가마 일꾼들, 지방 관리장(쯔나시로) 군수 선장 기리시단 산하 미신자인 신하 ①②
-꽃길 속에서 가마가 둘 나온다.
줄리아=여보세요, 여기서 멈추어 주세요.
-가마가 멎자 가마에서 나온 줄리아가 짚신을 벗는다-
줄리아=(루치아가 탄 가마를 향하여) 루치아는 그대로 가마를 타고 가요. 나는 저기 항구까지 걷고 싶어요
루치아=왜 그래요?
줄리아=우리 주님 그리스도는 나 때문에 맨발로 십자가를 메고 갈바리아 고갯길을 걸어가셨어요. 그런데 주님의 여종인 내가 어찌 가마를 타고 호강할 수 있겠어요? 박해를 받고 있는 나한테는 마침 좋은 기회여요. 나는 주님을 위하여 이 길을 맨발로 끝까지 걸어가고 싶어요.
루치아=아 그래요?그러시다면 나도 함께 걷겠어요.
줄리아=그건 안돼요. 당신은 아직 박해를 받고 있지 않아요. 장군님은 친절하게도 당신이 나를 전송하는 것을 허락하셨어요.
루치아=정 그러시다면 하는수 없네.
-루치아는 도로 가마에 오른다-
줄리아=자 떠나십시다.
호송관리=그건 곤란한데요. 우리들은 항구까지 가마로 호송하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
줄리아=성의는 고마와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친절을 사양하는 고집을 용서하세요. 걷고싶어서 그래요
-하는수 없이 호송관리도 가마일꾼도 이 모양으로 쯔나시로 항구까지 걸어서 간다.
-돌밭길을 가는 동안 넘어지고 절름거리고 발에 피가나고 하므로 일행은 강제로 줄리아를 가마에 태우고 항구에 닿는다.
-마중나온 쯔나시로 관리장이 조심스레 낮은소리로 호송관리에게 물어본다.
관리장=조선처녀 분은 이쪽인가-
호송관리=그렇습니다. 저희들은 저분을 이곳까지 호송하라는 분부를 받고 왔습니다.
관리장=(가마를 향하여) 실례합니다.
줄리아=(가마의 발을 올리며) 쯔나시로의 관리장이신가요-
관리장=그렇소이다. 당신을 배까지 모셔가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렸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배가 떠날 채비를 갖추겠습니다.
미신자(未信者)인 신하가 가마에 다가와서 인사한다.
미신자 신하①=줄리아님!
줄리야=네. -사이-(깜짝 놀란다)
어머! 두분이셨군요.
미신자 신하②=줄리아님은 신과 같은 분이시군요. 우리 두명은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배웅을 나왔는데 당신은 태연하시니…지난날에는 줄리아님의 덕을 모르고 자주 괴롭혀 드렸습니다
미신자 신하①=놀려주고, 징그러운 농담을 걸어도 다 용서해 주시고 때로는 의젓한 태도로 따끔하게 꾸짖은 때도 있었지요.
줄리아=그랬었던가요? 때때로 너무 엄해져서 꾸짖었을 거예요. 용서하세요. 그런데 요즘은 좀 어떠세요?
미신자 신하②=저희들은 줄리아님같이 훌륭한 짓은 못하지만 경박한 생활은 청산하고 새 사람이 될렵니다.
줄리아=그것 참 기쁜 소식이네요. 부탁이 하나 있어요. 여기 루치아양은 세례받을 때의 내 대녀인데 아직 풋처녀라서 철이 없어요. 루치아가 탈없이 잘 지내도록 두분이 도와주세요.
미신자 신하①ㆍ②=그런 일이라면 즐겨 약속 하겠습니다.
루치아=대모님 발의 상처를 치료해 드리게 따끈한 물을 좀 얻을수 없을까요?
미신자 신하①=네, 네, 곧 가져오지요
-더운 물을 가져 온다.
루치아는 줄리아의 발을 씻어주고, 약을 발라준다.
-기리시단 신하 등장
기리시단 신하=줄리아님, 전송하러 나왔습니다. 신부님의 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줄리아=(편지를 받으며) 아이, 좋아라 저를 잊지않고 편지를 주시니 고마와요.
-편지를 읽는다-
줄리아=저도 신부님과 교우 여러분에게 편지를 썼어요. 편지를 조금만 더 보태어 쓰고싶어요.
-줄리아 자기가 쓴 편지를 낭독한다
줄리아=요 며칠동안 일어난 일을 통하여 주님은 저에게 이상하리만큼 큰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저는 왜딴 섬으로 추방으로 결정을 보았습니다. 아아 얼마나 오묘한 주님의 섭리입니까! 아직 하느님께 이렇다 할 봉사도 한게 없는데 이토록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저는 주의 섭리를 소중히 받아들여서 앞으로 온갖 어려운 일이나 괴로움을 잘참아 받을 결심이 섰습니다. 그러니 신부님 부디 저 때문에는 염려마십시오. 다만 소원은 신부님께서 미사때와 기도중에 하느님이 저를 잊으시지 않도록 축복을 빌어주시는일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유배를 가는 섬에는 인편이 가끔 있으니까 자주 소식을 주십시오. 이제는 배에 오를 시간이 되었으므로 길게 적을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부터는 미사에 참례할수 없으니까 미사의 그림을 그려서 보내주실수 없을가요? 또 모래시계와 성인전도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신부님 교우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속에서 안녕히. 경장 17년 3월28일
오따아ㆍ줄리아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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