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천하지대본이란 말도 옛말. 농촌과 도시의 소득의 격차는 날로 심해만 간다. 국력의 상징이라고 하는 고속도로 연변의 초라한 농가에선 욕구불만에 찬 농촌청년들이 질주하는 고급승용차를 선망의 눈으로 응시하며 도시의 화려한 생활을 동경한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농촌을 벗어나 도시로 몰린다. 이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농촌은 일손부족에 허덕이고 도시에는 50만에 가까운 실업자들이 거리를 방황한다.
이러한 농촌실정을 감안, 구미본당(주임=이석진 신부, 그레고리오)과 전국가톨릭농촌청년회(JAC)에서는 지난2일 구미성당내 가톨릭농촌청년회 강의실에서 구미지역개발협의회(가칭) 발기위원회를 갖고 지역사회 발전과 농ㆍ도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했다.
이 모임에는 구미읍내 17개 마을의 뜻있는 농민대표들이 참석, 한국농촌이 전근대적(前近代的)인 타성과 빈곤에서 탈피하기 위한 구체적인 문제점을 연구, 분석했다.
이는 교회가 구미지방의 성실한 농민들을 하나의 조직 밑에 묶어 이들로 하여금 지역사회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해줌으로써 농민의 소득증대는 물론 사회참여를 통한 농촌지역 전교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보자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직의 특색은 교회에서 주선, 지원하는 운동이면서도 그 구성원들의 종교를 묻지않는 초종교적인 운동이란 점을 들 수 있다.『농민의 소득증대및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너와 내가 있을 수 없고 오직 농민인 우리가 있을 뿐』이라고 농촌청년회 전국회장 이길제씨는 힘주어 말한다. 따라서 동협의회의 구성원들의 종교는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소득을 얻기가 바쁘게 가계유지를 위한 소비를 하고 있을뿐 저축을 하거나 확대재생산을 위한 투자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영세농민들인 구성원들은 빈곤타파라는 그들의 공동목적을 향해 서로가 협조하여 일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동 협의회에서 계획하고 있는 사업목표는 (米作中必)에서 경제작물 등 다각적 영농으로 변형되어 가는 한국농업의 변천 추세에 맞추어 짜여져 있다. 앞으로 동협의회에서는 특용작물 재배를 위한 기술지도는 물론 종전과 같이 각 농가 상호간의 사전 정보교환 내지 전국적인 시장조사 없이 무턱댄 생산에서 오는 농산물의 가격폭락을 막기위한 충분한 사전정보 교환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작황(作況)과 시장조사를 통해 농민들로 하여금치밀한 생산계획을 세우도록 하고있다.
또 생산된 농작물은 그 판매에 있어서도 중간상인들의 개입을 막고 조직의힘을 빌려직접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중간상인들에 의한 가격조작을 배제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에도 적극 앞장 선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농업이동조합(里洞組合)을 비롯, 농촌지도소 등에 으한 기술지도나 판로알선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제(官製)조직에 의한 하향식(下向式) 지도는 보수적인 농민들의 생리에는 맞지않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특용작물의 가격보장과 판로보장책으로 실시한 특용작물 가격예시제도(價格豫示制度)는 그 수매가격이 일반시장가격과는거리가 멀어 농민들에게 외면당해 온 실정에서 보면 농민들이 이러한 자발적인 조직체를 결성 그들의 소득중대를 꾀해 보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인재빈곤의 문제이다. 농촌지도자의 빈공은 비단 구미지역뿐만 아니라이농자가 날로 속출하고 있는 오늘날의 농촌사회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있다. 가톨릭농촌청년회에서는 작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지도자강습회를 통해 농촌일군들을 교육시켜 나갈 것이라고 하지만 농촌지도자 확보문제는 낙관만은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 동협의회가 종교를 초월한 초종교적인 모임인 관계로 앞으로 각 교파상호간의 의견대립이나 내부적인 알력도 전혀 고려치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부시책이 농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지 못해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고 보면 동협의회는 어디까지나 농민들 스스로가 자각하여 조직한 운동인 관계로 앞으로 농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로 그들의 소득증대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것이 초종교적인 운동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회원들이 교회와의 접촉을 통해 가톨릭정신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것을 예상한다면 사회참여를 통한 농촌지역 전교라는 부수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소득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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