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하신 천주』어두움 속에서 피에르는 축복을 했다『그대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주소서…』
갑자기 왼쪽 에띠엔느 집에서 소동이 난다. 때리는 소리가 차차 커진다.
『그만 아버지! 그만!』
피에르는 그쪽으로 두발자욱 내디뎠다. 그리고는 힘없이 밭을 멈췄다. 에띠엔느의 두번째 비명에 그는 전신이 떨렸다
『또 한번 소리치면 그땐 뛰어들어간다!』
그러나 그는 뛰어들어가선 안되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다.
그는 주먹으로 힘껏 자기 손바닥을 쳤다. 에띠엔느, 자기 방위도 못하는 어린 에띠엔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피에르는 울타리쪽으로 돌아섰다. 눈앞에는 에띠엔느의 얼굴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자기집에서 자는 겁에 질린 사나이의 얼굴 이것이 바로「싸니」의 얼굴이다.
상심한 그는 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발밑에서 유리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전신이 오싹했다. 낮에 밟은 구슬조각이 발밑에서 으스러졌다.
② 마른 이삭
피에르는 팔이 끊어질 것 같다. 목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 하루 일을 마친 그는 공장에서 나오고 있다. 훈훈한 산들바람이 행복한 참새처럼 하늘거린다. 피에르는 하이얀 먼지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늦가을의 희미한 태양이 미소짓고 있다. 겨울이 가까워오는데 추운 등장군에 앞장서 나온 태양이 미소를 던지고 있다.
피에르는 자기 앞을 응시한다. 가로수를 바라보았다. 벌써 며칠동안 그는 나무를 보지 않았다. 이제 사슴 모양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사람마다 한 그루의 나무만 가질 수 있다면…』
「싸니」에서 살면서 그는 그곳 사람들을 더 잘 알게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속에 희미한 태양이 숨어있다는 것도. 처음에는 그들의 음산한 생활환경만을 보았다. 그들의 기쁨이 그들 자신에게서 온다는 것을 미쳐몰랐던 것이다. 이제 그는 그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의 서글픈 기쁨속에 자기도 뛰어들었다.
나가는 이 선술집, 이것은 공산당 것이고 저 앞의 것은 그 반대당의 것.
술도 같고 사람도 같은데 길 하나 건너 그들은 서로 미워하고 산다. 여긴백이십이번지. 문지기 여자의 상처는 났다. 그녀는 고발을 했고 루이는 그 여자가 죽지 않을 것을 한탄했다.
피에르는「조라」거리에 돌아오는 것이 즐거웠다. 항상 문이 열려있는 집 그것은 자기 집이다. 동료 베르나르 신부와 마드레느를 만나는 것이 즐겁다. (마드레느 하면 미소밖에 생각하는 것이 없다) 베르나르 마드레느, 매일밤 찾아오는 낯선 사람들. 집에 돌아가려면 피에르는 항상 막다른 골목, 자기 마을이라고 생각하는 이곳을 지나가야한다. 바로 그 시간은 아이들이 길에 나와 노는 시간이다. 한 놈은 폭격기 행세를 하고 두 놈은 전투기 행세를 한다. 나머지 애들(계집애들)은 폭격당하는 시민행세를 한다.
『붕-붕- 펑…』
『조용이해 이새끼들!』
『공원에 가서 놀아라!』
이문턱 저문턱에서 어른들이 스리친다. 애들은 특히 겁나는 문간을 힐끗 쳐다본다.-
항상 순경을 부르겠다고 협박하는 아랍인의 문간, 에띠엔느 아버지, 마르쎌의 문간. 그런데 에띠엔느가 어디갔을까? 피에르는 궁금하지만 이 꼬마들은 에띠엔느가 공원에서 혼자 놀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루이가 창문으로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창문가에 있던 고양이가 놀라서 뛰는바람에 허공에 떨어질뻔하다가 목에 맨 끈 덕분에 다시 기어올라간다. 애들아, 전쟁노름할 시간은 어른이 돼서해도 충분해. 루이는 큰소리로 외치고 나서자기 고양이를 스페인말로 부드럽게 나므란다.
『여, 피에르!』
『안녕하시오?』
스페인말로 피에르가 인사했다.
『스레인말을 할줄 아나? 좋아, 그게 혁명언어니까!』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 마시오.』
루이는 얼굴이 싯벌게진다. 침을 탁 뱉고는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하더니뚝 멈춘다.
『자네 말이 옳아. 난 시대에 뒤떨어졌어. 죽은 사람들 만큼이나 뒤떨어져 있어!』
그리고는 창문을 맥없이 닫는다.
피에르는 미안해졌다. 다른 얘기라도 하기로 마음먹고 문으로 들어갔다. 루이는 어지럽게 늘어놓은 방 한 가운데 비를 틀고 서있다.
『어이구 대청소로군! (대답이없다)…그런데 여보소 더러운 물을 어디 버리는거요? 말해보지, 아니면 집주인을 부를까!』
루이는 안경너머로 눈을 껌벅해보인다 그리고 마루에 난 큰 구멍을 가리킨다.
『저 구멍으로 밀어넣네 집주인이 수리를 해주지 않겠다니 할 수 없지! 이렇게하면 쥐가 물에 빠져죽을테니 잘된건지 몰라』
『다행이구려. 그러나 쥐새끼들이 이 고양이를 잡아먹는 편이 더 속할걸』
『내 고양이는 나 닮았소. 맥을 못추지만 죽기는 싫어해. 어차피 이 마루밑에 물이 잔뜩 고이면 화재염려가 없으니 집주인이 오히려 내게 감사해야지!
『이 방이 차차 썩어간단말이오…』
『나도 함께 썩어가지, 잘가게!』
그리고 그는 더러운 구정물을 마루구멍에 쓸어넣기 시작했다.
피에르는 아랍인 아흐메드의 방앞을 지나갔다. 이 돼지새끼같은 놈은 침대위에 여자와 함께 누워있다. 문도 닫지 않고! 피에르는 문을 탁 닫았다. 꼬마가 하나 그앞에 서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피에르와 베르나를는 이 아흐메드에게 구역질을 낸다. 이 동네에서 이런 뻔뻔한 악당은 둘도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안그런척 하면서 경찰에 밀고하고 다니는 놈이다.
그런데 불행이도 그는 북아프리카인이다. 그러니 어떻게 공장친구들에게 아랍인은 우리의 형제이고 우리보다 더 학대를 받으며 더 고독하고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설명을 하겠는가? 어떻게「조라」거리의 친구들에게 그리스도께서 만일「싸니」에 오신다면 이 기진맥진하여 비틀거리는 북아프리카인 실업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 그 침묵 아! 이유형자들의 자존심이 거짓말을 믿고 어두컴컴한 도시에 몰려와 버림을 받은자들.
경찰만이 온갖 죄명으로 그들을 잡고있지 않는가? 포주, 도둑놈, 깡패 등등…감옥의 친구들까지 멸시하는 이들! 누구나 가난은 결딜 수 있어도 멸시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매일밤 북아프리카인들을 위해 잠자리를 마련하러 뛰어다니는 피에르는 이런 까닭에 이흐메드만은 이 막다를 골목에서 아니「사니」에서 쫓아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분홍색 샤쓰, 끝이 뾰죽한 신발, 둥근모자, 뱀무늬의 반지, 늘 씹고다니는 껌, 이 모든 것을 내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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