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저주스러운 방, 집주인에게 가장 많은 수입이 되는 아호메드의방에 등을 돌렸다. 쟈꼬와 그의 부인이 자기네 문간에 있는 것을 보고 피에르는 미소를 되찾았다.
『안녕하시오. 뽈렛트! 쟈꼬!』
『안녕하세요!』
『그래 자전거는 사게 돼가나?』
『그럼, 이젠 내달엔 틀림없네』
『자전거 사겠다고 식탁에서 포도주를 끊었다니 뽈렛트가 가만이 있소?』
『나요? 난 언제나 아무소리 안해요』
『거보게 피에르. 자넨 결혼 안해서 손해가지! 그래서 신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마누라도 없고 애들도 없고 뭐하는 일 있나…』
『이십톤의 짐을 졌어, 오늘 하루에, 알겠나? 그래도 아직 내 하루일은 안끝났단 말이야』
그는 낮은 소리로 말끝을 맺었다.
뽈랫트의 시선이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고있다. 피에르는 미소를 지으며
『자, 안녕!』
하고 공원쪽으로 사라졌다.
갸냘픈 나무가 서있는 공원에 핏기 없는 어띠엔느가 쪼그리고 앉아서마른 풀포기를 열심히 내려다보고 있다. 하도 열중해 있어서 사립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고개를 돌줄 모른다. 꼬마의 목덜미를 내려다보는 피에르의 얼굴에는 빙그래 웃음이 번졌다 그는 휘파람으로 새소리를내며 두 사람만의 신호를 던졌다. 꼬마의 헝클어진 머리칼이 움직인다.
휘파람을 불며 에띠엔느는 기쁨에 넘친 얼굴을 돌렸다.
『피에르 이게 뭐예요? 꺽진말고!』
『밀보리 이삭이군. 때늦은 이삭.』
『왜 때늦은 거지요?』
『추수때가 지났으니까』
『언제가 추수땐데요?』
피에르는 열심히 설명을 한다. 「싸니」를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에띠엔느에게는 이 공원이 온통 넓은 보리밭이요, 깊은 숲속이다.
『봄이 와서 싹이 트면 소매속에 넣어둬라. 그러면 네 어깨까지 자랄꺼다』
『왜요?』
한참있다 갑자기 꼬마는 눈을 깜박이며 서글프게 묻는다.
『싹이 안나올까요. 싹이 안나오면 어떻게요?』
『걱정마라. 적어도 하나는 꼭 나온다. 그럼 난 간다. 안녕.』
앞에 보이는 새집에서 덧문을 닫는 손이 보인다. 에띠엔느는 눈을들어 그집 굴뚝에서 뭉게뭉게 올라가는 연기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추위를 느낀다 시들은 이삭을 보고 꼬마는 속삭였다
『싹이 트지, 응? 너 꼭나오지?』
피에르는 마당에 들어서면서 부엌이 메어지도록 들어선 사람들을 보았다. 오늘이 목요일이군. 참 회합이 있지! 목요일마다 베르나르 신부는 이곳에오는 사람들과 미사를 드린다. 다른 동리나 마을에서오는 낯선 사람들도 때로는 그중에 끼어있다. 미사가 끝나면 모두 함께 저녁을 먹는데 음식은 그들 자신이 들고온 것이다. 탁자 위에 입담배와 마는 종이, 라이타를 올려놓고 서로 토론도 하고 자기 얘기도 늘어놓으며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베르나르는 항상 눈을 내려깔고 얘기를 계속한다.
지난지난 목요일에는「피가로」신문의 기자가 두명 꺼어있었다. 쁠멧브를 찾으러온 쟈꼬가 그들에게 월급봉투를 보였었다. 『법이 정한 최하임금 보다도 적다니?…』기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아일랜드 사람도 있었고 감옥에서 나온 사나이, 병원에서 도망친 청년, 분도회수사, 소년단원 두명, 그밖에 미쉘, 루이마드레느의 어머니가 와있었다. 저녁이 끝날무렵 앙리도 친구를 찾으러왔다. 피에르와 같은 강철공자에서 일하는그는 이동리의 공산당 조직책임자이다.
두 달 전에 피에르가 신부라는 자기 신분을 제일먼저 밝혀준 사람이 바로이사람이었다. 그후부터 앙리는 그를 되도록이면 피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마당을 걸어가는 피에로의 머리속에는 이런 모든 생각이 어지럽게 떠오른다. 집에 이르자 손을 내밀어 인사를 나눈다.
『잘있었나!… 자넨 좀 낫나?…아 자네도 왔군? 그렇게 친구들을 버리긴가?…』
마드레느가 그를 부른다.
『베르나르 신부님은 오늘 저녁에 안계세요.』
『목요일인데도!』
『밋숀에서 불러갔어요. 신부님께서 미사도 드리시고 보통때나 다름없이 회합을 하시라고 전했어요.』
『내가 어떻게…좋소 합시다!』
그의 가슴이 두근거리기시작했다. 제의를 입으면서도 여전히 가슴이 뛴다 사람들은 그동안에 천천히 방안에 들어와 서있었다 피에르는 자기손을 열심히 보고 있는 시선들을 둘러보았다. 제단과 신자들 사이가 너무 떨어져 있어! 이렇게 공간이 생겨서는 안되겟는걸!
『가까이 오시오 가까이 와요!』
팔을 벌리고 웃는 낯으로 피에르는 그들에게 권했다.
그도 몇달동안 본당교우들앞 에서 미사를 드린 일이있다. 아니, 그들앞이 아니라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계단이 있고 합창단 자리가있고 가로놓인 칸막이가 교우들과 신부를 멀리 갈라놓은 성당이었다. 그러나 이제 여기서는 공장친구들 똑같이 피로를 느끼고 똑같은 요구를가진 이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서있는 것이다. 같은 손을 가진 그들. 그리스도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분이 사람들사이에 계실때 그분의 눈초리밖에는 다를 것이 없었다. 피에르는 눈을 감았다.
길건너편의 래디오가 하잘 것 없는 웃으게소리를 외치고 있다. 극장공연의 중계방송을 하고 있는 길이다. 농담과 웃음소리가 한창이다. 피에르는 이 소리를 이기려고 안간 힘을 쓴다. 이번에는 또 옆집 선술집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마치 한방에서 하는 소리처럼 크게들린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주는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풀으시고 사하소서』
성스러운 말씀이 가수의 농담과 뒤섞이고 선술집의 고함소리와 얼킨다. 피에르는 손을 멈추고 멋적은듯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우리는 소란한 가운데 많은 사람들 속에 끼어살고있읍니다. 잘됐지요… 그리스찬은 다른 사람들과 동떨어져 사는것이 아니요 안온한 울타리안에 사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반대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것을 달게 받아야지요…
베르나르나 내가 기구를 하거나생각에 잠겨있을때 항상 누군가 우리를 불르러옵니다. 지금 이것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니 참고…』
『아니야 마찬가지 아니야. 베르나르나 자매를 성가시게구는건 또 괜찮다해도 미사중에 시끄러운 것은 하느님을 귀찮게구는 거요. 이건 못참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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