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신앙과 다르다. 신학이 「하느님에 대한 학문」이라면 신앙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신학을 깊이 있게 안다고 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교리지식이나 신학을 잘 모른다고 해서 신앙심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천주교의 초창기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비록 교리지식이 부족했으나 신앙심은 오늘날 신앙인들보다 뛰어났다고 생각된다.
「만남과 믿음의 길목에서」에 나오는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서학(西學) 이란 학문을 연구하다가 천주교 신앙을 만나게 된다. 한국 교회의 참설자라 할 수 있는 이승훈의 서한을 보면 그들의 교리지식이 얼마나 무지(無知) 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제1장 「신앙의 갈림길」에서 이승훈은 자신의 영세가 유호한지 무효한지조차 몰랐고 평신도 스스로 교계 제도를 설정하여 미사를 드리고 전교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성직제도). 제2장 「박해의 불씨는 조상제사 문제였다」에서는 신주 (神主)를 불사른 윤지충의 옥중수기가 실려 있다. 3장 「백서에 얼룩진 피」에서는 그 당시 (1801년) 조정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사영의 백서가 실려 있다.
제4장 「한지 (韓紙) 에 담은 신앙」에서는 밀사를 통해 보낸 조선 교회 신자들의 애절한 탄원서가 실려 있다. 북경의 주교와 교황청에게 까지 그들의 박해상황을 전하고 목자를 보내달라는 서한들을 읽다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제5장 「희망에 찬 육필 (肉筆) 서한」에서는 정해박해 (1827년) 때 순교한 이경언、 기해박해 (1839년) 때 순교한 이문우、 병오박해 (1846년) 때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옥중서한들이 실려 있다. 끝으로 제6장에는 병인박해 전후에 전국을 누비며 전교하던 김기호의 신심서 「봉교자술」「구령요의」「소원신종」이 실려 있다.
최석우 신부의 간행사의 말씀처럼 『교회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앙의 산 증언을 연구하는 것이니 만큼 신앙이 요구되고、 또한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천주교 신자라고 하면서 한국 천주 교회사를 모르는 신자가 있다면、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순박하고 애절하게 신앙을 지켜왔는지를 깨닫고 이해해야한다. 이 책은 「왜 우리는 천주교인인가?」하는 자신의 정체성 (Identity)를 묻는 질문에 답을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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