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한 해 동안 연극ㆍ영화ㆍTV극 등 「극예술」분야에 있어서 가톨릭교회의 문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가톨릭교회의 문화」라고 하면 그 주체자가 「가톨릭교회」여야 한다는 전제를 놓고 생각할 때 위 물음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난 한 해 동안 교회와 관련된 극예술 분야는 다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양태를 띠었지만 교회가 주체가 되어 이룩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89년 가톨릭 문화 중 극예술부문에 대한 결산은 교회가 직접 기획, 제작한 작품보다는 교회 밖에서 가톨릭적 소재를 다루었던 영화ㆍ연극 등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영화의 경우、 제44차 세계성체대회의 서울 개최와 관련、 이를 겨냥한 수입물이 러시를 이루었다.
성체대회 자체와 내용상의 연관을 갖기보다는 가톨릭교회、 교회 내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 이들 영화의 특징이었는데 「로메로」「프란체스코」「장미의 이름」등이 그것이다.
「로메로」는 배경이나 전개에 있어 종교색채가 뚜렷했음에도 불구、 일반의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는데 그것은 이 영화가 종교적 인물과 사건을 일반화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연극분야에서 89년에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사막의 이슬」이 서울연극계에 출품되어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종교극이라 하면 번역물위주의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연극의 연출가 김완수씨는 『김대건 신부를 한국 최초의 사제라는 종교성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새시대를 여는 의식의 선구자、 핍박받는 피지배자、 민중의 대표로 조명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공연된 연극자체는 김대건신부의 일대기를 서술하는 평면적 작품에 머물렀지만 이 작품에서 애초에 시도하려했던 의도는 가톨릭적 소재、 주제를 내용으로 하는 극예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점치게 하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TV극으로는 조선왕조5백년 역사 중 천주교 전래 당시를 묘사한 「파문」을 들수 있으며 주로 성탄시기에 맞춰 방송사별로 종교색을 띤 특집극이 방영되는 예가 많다.
한편 다양한 세계성체대회 문화행사 개최로 교회는 예년에 비해 풍성한 가을을 맞았는데 대회첫날인 평화의 날 행사 제3부 평화축제에서 공연된 총체극도 주목할 만하다. 이 역시 교회 내에서 제작ㆍ공연했다기보다 공연의 장이 교회행사였다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교회가 80년대 민중문화의 주류이며 교회젊은층에 의해 시도되던 총체극에 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가톨릭 문화에 있어 극예술분야는 아직 간접ㆍ소극적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분석된다.
영화제작자ㆍ연출가들은 종교극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를 『그 한계상으로 인해 일반에 널리 어필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한다.
「종교극=흥행포기」의 의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교극에 대한 일반인의 제한적 인식보다는 제작자나 종교인ㆍ교회 자신의 제한적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
작품에서 인간애를 기초로 한 인간구원의 보편적 진리를 추구한다면 그것이 종교적 소재 여부를 불문하고 일반에 감동을 줄 것이며 또한 소재 자체에 종교상이 부여되지 않더라도 작품을 통해 종교가 추구하는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가톨릭교회가 극예술분야에 있어 주체자로서기 위해서는 신앙과 작품 활동을 분리시키곤 하는 신자작가、 연출가、 제작자들의 종교극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우선이라는 게 뜻있는 이들의 지적이다. 다음으로 교회는 이들에 대한 지지와 재정적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가톨릭문화를 집약시켜 줄 문화기관 또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89년 한 해 동안 교회 밖에서 형성된 가톨릭 극예술문화를 90년대에는 과감히 교회 안으로 유입시켜 문화의 주체자로 자리 잡게 된다면 문화의 복음화를 통한 토착화 문제에 커다란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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