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은 복음화 3세기의 출발점이었다. 한국교회가 살아갈 제3세기의 출발점으로 1985년이 떠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었다. 바로 전해인 84년、 한국교회는 2백살을 맞는 성대한 잔치를 벌였고 1백3명의 순교복자를 세계속의 성인으로 모시는 영광을 안았기 때문이었다.
그 영광은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자기의 모든 것、 생명까지도 버렸던 최기교회 순교선열들의 「영웅적 증거의 열매」가 아닐 수 없다.
84년 5월 8일、 여의도에서 베풀어진 1백3위 복자들의 성인선포식을 주례한 교황 요한바오로2세는 강론을 통해『오늘날 한국에서 교회가 훌륭히 꽃피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순교자들의 영웅적 증거의 열매』라고 전제、 이제 한국교회와 신자들은 순교자들의 증거를 바탕으로 신ㆍ망ㆍ애의 영속적 증거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증거의 삶」을 강력히 촉구했다.
「증거의 삶」. 교황성하가 우리에게 남겨준 이 숙제는 복음화 3세기를 여는 한국교회의 사목지표에 기본정신과 토대를 이루었다. 이 같은 배경과 당위성을 디딤돌로 한국교회는 1985년의 사목지표를 「증거의 해」로 채택했다. 85년 증거의 해가 기초가 되어 한국교회의 공동사목시대는 다시 한 번 열리게 됐다.
제2차 년도에 해당하는 한국주교단의 공동사목교서는 84년 7월、 주교회의 임시총회에서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가 제안했던 것.
공동교서 「증거의 해」는 『85년을 한국교회가 살아갈 제3세기의 출발점으로 삼고 이제부터 순교선열의 모범을 우리생활 속에 구체적으로 사는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하고 있다. 교서는 『교회가 가진 모든 정신적 물질적인 부를 우리 겨례와 함께 나누고 용서와 화해를 촉진시킬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로 증거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삶의 증거、 회개를 통한 화해、 사랑의 나눔을 통해 이 땅에 빛을 밝히자』고 촉구했다.
복음화 3백년 대를 여는 분기점에서 나온 85년도 공동교서를 출발점으로 86년 「성체와 가정의 해」87년 「성체와 교회의 해」89년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제2차 공동 사목교서가 이어졌다.
85년 가을 주교회의는 86년도 공동사목교서 주제를 「성체와 가정」으로 설정했다. 이에 앞서 3월 14일 제44차 세계성체대회의 서울 개최가 공식 발표됨으로써 제2차 5개년 공동사목교서의 주제는 당연히 「성체」가 중심을 이루게 됐다.
85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을 기해 발표된 86년 공동사목교서 「성체와 가정」은『가정성화의 원천은 성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전제、 『모든 가정은 성체의 신비를 자주 묵상하고 생활화함으로써 가정의 올바른 가치를 재인식하고 나아가 이웃 가정들도 성화되도록 사도적 사명을 다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가정성화의 기반은 성세성사에 있으며 성체성사에서 그 극치를 이룬다는데 초점을 맞춘 교서는 『사랑 넘치는 「가정교회」야말로 이 세상 평화의 사실』이라면서 『성체 안에 일치하는 가정』을 이루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87년「성체와 교회의 해」는 성체와 가정의 해에 이룩한 가정공동체의 성화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성체성사는 교회의 생명」을 대전제로한 87년 공동교서는 ▲교회는 성체성사와 하느님 말씀으로 살아가며 ▲교회는 성체성사로 일치를 이루며 사랑의 나눔을 촉진시키고 ▲교회는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명에 참여한다는 세 방향의 지침을 제시했다.
교서는『성체성사 없이는 교회도 있을 수 없고 교회 없이는 성체성사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특별히 상기시키고 『성체성사는 바로 교회의 원천이요 생명이며 교회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심을 드러내는 최고의 상징』이라고 교시、 『교회는 근본적인 삶의 방법을 성체의 신비 속에서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성체와 가정의 해、 그리고 성체와 교회의 해를 지내는 동안 교회 내에는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 교회가 성체와 가정、 성체와 교회의 해를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가에 대한 자성의 소리도 그중의 하나였다. 공동교서와 주제자체를 구체적인 개념으로 정립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교육부적과 더불어 가정ㆍ본당ㆍ이웃ㆍ사회 속에서 교서의 가르침을 실제로 적용시켜 나가지 못하는 현실이 공통의 문제점으로 제기된것.
교서의 생활화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고 88년 공동사목교서 「성체 안에 하나 되어」가 발표됐다. 88년 공동교서에는 ▲주님의 말씀 따라 ▲자기를 버리고 ▲모두가 벗이 되어 ▲하나 되게 하소서 라는 4개의 부제가 달렸다. 88년 교서는 성체대회를 한해 앞둔 해의 교서답게 각 부제별로 구체적인 실천사항들이 마련된 것이 특징이었다.
주교단은 교서 첫머리에서 『믿는 이들이 먼저 구체적인 행동의 한해를 보냄으로써 성찬의 신비를 살고 온갖 불화와 분열로 신음하는 이 세상의 구원의 표지가 되어야한다』고 제시했다. 신자들이 솔선、 국내 고아어린이 입양운동을 전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사목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실천사항까지 명시한 교서는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실행운동으로 채택、 적용된 「한마음 한 몸 운동」의 태동을 예고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제44차 세계 성체대회의 해인 89년 공동사목교서는 88년10월16일 대전에서 개최된 한국 성체대회를 계기로 미리 발표됐다. 세계 성체대회 주제를 그대로 설정한 89년 공동교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는 89년 한국교회 공동체의 신앙생활 전반을 관장하게 됐다.
주교단의 공동교서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가야할 길은 어렵고 멀지만 그 첫걸음은 우리자신의 조그마한 나눔에서부터 한걸음씩 내디뎌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의 가진 것、 우리의 생명、 우리의 사랑을 나눔으로써 일치하고 일치함으로써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 땅에 이룩하자』고 호소했다.
또한 교서에서 10월16일 한국 성체대회를 기점으로 89년10월 세계 성체대회까지 한해를 성체성년으로 선포한 주교단은▲교육▲실행▲전례 등 3개 부문에 걸쳐 상세한 실천요강을 제시、 신자 개개인의 구체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실행사항으로 열거된 「한마음 한몸 운동」은 성체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고 그 신비를 생활화하는데 역점을 둔 89년 한해、 눈에 보이는 결실 이라는 강력한 이점을 업고 크게 부상、 90년대 교회로까지 연결됐다.
80년 「가정성화의 해」로 막이 올랐던 한국교회 공동사목교서 시대는 89년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정점으로 막을 내렸다. 통일된 사목방향을 공동으로 설정、 각 교구와 전국의 모든 본당、 그리고 신자가정이 하나를 이루고 온겨례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계기로 삼고자 시도했던 공동사목교서. 공동사목교서가 나온 10년간、 즉 한국교회의 80년대는 80년대 결산을 통해 드러나고 있듯이 획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한 시기였다.
공동교서 10년 시대를 열었던 2백주년과 세계성체대회라는 한국교회의 양대 행사는 한국교회의 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하나인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힘을 모았던 공동사목교서의 시대였지만 10년간의 공동교서가 지향하고자 했던 그 모든 것을 그대로 수렴했다는 판단은 내릴 수가 없다.
외형적 성장을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내적성숙의 문제는 이미 여러 진단을 통해 내려진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안문제의 골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공동사목교서 10년을 마무리하면서 90년대를 열어야하는 한국교회가 마땅히 풀어나가야할 중대한 몫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대、 이 민족、 나아가 전 인류가 요구하는 새로운 모습의 교회는 이제부터 우리가 함께 살고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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