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해 11월 20~21일까지 왜관「피정의 집」에서 열린 한국농촌사무협의회 창립총회에서 가진 강연을 후반부만 초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영혼사정에만 치중하던 사목태도에서 육신생활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함을 인식코 영혼과 육신을 동시에 구제해야 한다는 사목의 기본 자세가 바뀌고 있다。이에 따라 농촌사목문제에 있어서도 농민의 생활향상 자체에까지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개선, 발전에 힘을 기울여야하게 되었다。농촌의 생활향상에는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의 기본정신자세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에 교회가 농촌사목을 위해 농촌정책과 농민들의 정신자세 확립에 기여함이 커야하겠다。우선 농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편집자註>
농정의 민주화
▲첫째 농정(農政)을 민주화 해야한다。농업증산은 어디까지나 농민의 자주ㆍ자발정신을 토대로 한 민주적 방법에 의하여 추진되어야한다。지도란 이름 밑에서 관료주의적 하향식 방법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이것은 관료주의 제도하에서는 농민이 지도로부터 이탈하게 될뿐아니라 필연적으로 관료의 정신적 기술적 지도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몇가지 외국의 실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영국의 한 농정당국자는『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안먹으려는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고 비유적으로 말을 하며 불란서의 한 농정당국자는『농업중심을 하는 것은 농민들이므로 농업증산은 오로지 농민의 자율에 맡기고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다만 농민들이 할 수 없는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농산물수출입 조절과 토지기반조성(土地基盤組成) 사업뿐이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 농업교도사업을 민주화해야한다。농업교도 사업을 일반행정기관으로부터 분리 독립시켜 권력을 등에 업지않고 순수한 기술적 보급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그 선택은 농민의 자유에 맡겨야 할 것이다。만일 행정권력이 간여하게 되면 기술의 정체(停滯)를 면치 못할 것이다。
셋째 농민단체를 민주화해야한다。농협은 정부대행기관의 성격으로부터 탈피하고 농민에 의하여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진실한 의미의 농민단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농업통제를 민주화해야 한다。농업통계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통계기구를 일반 행정기관으로부터 분리 독립시켜서 행정기관에서 통계를 조작하는 길을 막는 민주화의 길을택하지 않는 한 통계의 신빙성이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농산물 가격보장의 필요성과 그 한계점도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농산물 가격이 생산비율 보장해야 할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바이지만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정으로 공업이 발전되지 않고서는 농업발전이 불가능할 것이고 농민소득도 향상되지 못할 것이다。따라서 농산물 가격은 공업발전을 해치지 않을 정도에 그쳐야 할 것이며 국제시장가격과의 경쟁문제도 고려에 넣어야 할 것이다。
농업 기계화 문제
농촌기계화 문제로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먼저 그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즉 농민소득이 향상되여 농업기계를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업이 발전되어 농업기계를 헐값으로 공급,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또한 농업기계를 농민 자신이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기계 사용으로 인해 생긴 잉여노동력을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협업
우리나라와 같이 호당 경지면적이 과소하 나라에서는 현업에서 그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그러나 협업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실패할 공산이 큰 것이다。(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시도한 협업은 대체로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으며 일본에서도 성공을 거둔 협업의 그리 많지않다) 협업을 하기위한 여건이란 첫째 민주정신이 확립되어 철저히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한다。둘째 자본과 기술이 밑받침이되어 개인이 경영하는 것 보다 낳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셋째 협업으로 인해 노동력을 다른 곳에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여건이 조성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따라서 처음에는 초보적인 공동구매ㆍ공동판매ㆍ공동이용 등 협동조합 운동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고차적인 협업체계로 이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여건을 고려치않고 고차적인 전면 협업을 도입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여기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협업을 하나로 단순화하여 생각지말고 전면협업, 부분협업ㆍ공동이용ㆍ공동판매 등 종류별로 분류하는 동시에 그 성격에 알맞는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통제와 자유
농업정책의 통제와 자유는 이론적으로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 한국이 후진국으로 떨어진 기본적 원인이 국민을 통제(정치적ㆍ경제적) 하는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후전성을 탈피하려면 민중에게 자주와, 자발정신을 높이는데 정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볼 때 ①인간상(人間像)개조 문제가 농정(農政)에서 가장 기본되는 문제이다。
『하농(下農)은 곡초를 만들고 중농은 흙을 만들고 상농은 사람을 만든다』는 옛말이 있지만 현대에 있어서도 인간상 개조가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②상호 믿음이 없이는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불신하는 협업이 성공을 거둘 수 없는 것이다。
③농정은 요컨데 양(量)보다 질(質)이 그리고「좋다」는것 보다도「계속」이 더 소중하며 결코 성과를 조급하게 얻으려고 서둘러서는 안된다。
④인간 개조, 극기, 인내력은 종교적 신념 없이는 성취될 수 없으며 해방후의 농민운동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도 요컨데 그들이 신념이 약했던 탓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금후의 농촌운동은 신앙에 토대를 둔 활동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⑤마지막으로 정부보조와 지도력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남에게 의존하는 반자립적 의타정신하에서는 도저히 발전,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일본의 특농가 和田豊作씨의 명언『구제받지 않는 농민을 만드는 것이 농정의 요체가 되여야한다』는 말과 전 서독 수상 에르하르트 박사가 한국에 왔을 때『미국 원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말라』는 충고를 우리는 뼈저리게 명심해야 할 것이다。자유 민주자립의 정신적 토대 없이 일시적으로 물질적 건설에 성공한다해도 이것은 사상루각(沙上樓閣)과 같이 쉬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현실을 반성
우리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겠다。농촌이 발전하고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하며 진실한 의미의 민족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약간의 물질적 성과에 현혹되어 이대로 밀고 나가더라도 살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근년 경제건설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일본에 비교하면 물질적 성과에 있어서도 격차가 더 커진 사실을 지시해야 할 것이다。더욱이 정치적 정신적으로 타락, 부패하였기 때문에 약간의 경제적 성과는 마치 사상누각과감이 쉬 무너질 위험도 없지않다。이런 의미에서 정신적ㆍ정치적 혁신이 절실히 요청되며 그중에서도 정신자세의 혁신이 무엇보다도 기본적 과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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