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의 농업은 근대화의 길로 치닫고있다。정부의 이른바 전천후농업(全天候農業) 추진에 따른 지하수개발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1969년 정부가 지하수개발 사업에 착수하기 훨씬 앞서 벌써 이 점에 착안, 농민들에게 무진장의 지하수를 공급, 가난에 조들려온 마을을 부촌으로 만들어준 농촌 사제가 있다。
경북 일천군 임고면 우함동 주민들은 1965년까지만 해도 대대로 이어온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비참한 생활을 계속해왔다。이 마을 180가구의 매 가구당 평균농지 소유면적은 겨우2~3마지기의 논과 마을뒤 야산을 일구어 경작하고있는 메마른 몇두락씩의 밭이 전부였다。
이들의 딱한 처지를 눈여겨 본 당시 영천본당주임 강찬형(빠스칼) 신부는 이들을 도와주기로 결심, 세밀한 지형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우항동 앞을 흐르는 우항천은 장마철에만 물이 흐르는 하천이지만 하상(河床)은 암반으로 되어있고 그 암반 밑에 무진장의 지하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강 신부는 이 무진장의 지하수를 개발하여 마을뒤 야산의 매마른 밭에 공급, 이 땅을 옥토로 만들어주기로 하고 즉각 그 준비작업을 서둘렀다。
주위에선 정부에서도 감히 손댈 수 없는 사업을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이 불가능하다고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으나 이에 굴치않고 대구교구청에 도움을 호소, 드디어 대구교구청과 부산교구로부터 자본지원을 약속받기에 이르렀다。
66년 3월 하천부지 700평을 매입, 집수정 및 양수기 설치작업에 착공했다。착공후 4개월만인 6월 25일 총공사비 1천5백만원을 들여 드디어 두꺼운 암반을 뚫고 지하수를 끌어낼 수 있는 집수정(集水井)과 이들을 산위로 끌어 올릴 180마력의 양수기와 산정(山頂)에 끌어올린 물을 저장할 저수지 축조공사와 이 저수지까지1300미터나 되는 6인치 주철관(鑄鐵管) 부설공사의 준공을 보았다。
이어 1800평의 토지를 매입。발구석구석까지 용수로를 설치하여 그해 가을 처음으로 벼를 수확하게 되었다。
가난한 농민들을 도와 이들에게도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고야 말겠다는 강 신부의 끈질긴 노력은 40정보나 되는 황무지나 다름 없었던 메마른 땅을 옥답으로 바꿔놓는 기적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해가을 강신부는 또농민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밀어주기위해 도정공장(搗精工場)및 곡물저장고도 건립, 농민들이 실비로이용할수 있도록했다。
『오랜 가난에 쪼들린 항상 생활에 즐겨오던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집집마다 풍성한 수확을 거둬들이는 것을 보았을 때는 일한 보람을 느꼈다.』면서 강신부는 그때를 더듬었다。
그러나 강신부의 이러한 희생적인 봉사와는 달리 농민들의 태도는 너무나도 비협조적이었다。
양수장을 운영하는데는 전기세만 매월 12만원이고 이외도 양수기 전담기술자 2명 용수전담 인부 4명의 인건비 등 적지 않은 돈이 들었으나 농민들은 수세(水稅)를 내지 않았다。
『그당시 농민들의 태도는 물을 대 줄 땐 고맙다고 어쩔줄을 모르다가 막상추 수하고 나면 내 몰라라하는식』이었다고 하면서 쓴웃음을 짓는다。이 결과 67ㆍ68년도엔 막대한 적자를 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잦은 전선도난사고로 50여만원의 손해를 입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수세정수 성적은 월등히 좋아지고 전선도난사고 방지책으로 전선을 양수기 가동기간에만 설치했다가 가을에는 다시 거두어 들이는 방법을 채택하여 전선도난사고를 막고 있다고 한다。
이 양수장은 고경 토지개량조합에서 양호지구경작지 확장사업의 일환으로 이를 인수하고 시설을 확장하여 50여정보의 유휴지를 더 개발해보겠다고 제의, 강 신부가 이를 수락함으로서 늦어도 5월경에는 그 운영권을 넘겨주게 됐다고 한다。
현재까지 이들 농민중에는 신자들은 없으나 정미소 사무실에 50여권의 교회서적을 비치하여 이이들로 하여금 가톨릭을 이해하도록 힘쓰고 있다。
25년간의 사제생활의 대부분을 농촌에서 농민들과 함께 보낸 강 신부는『이제 농촌지방의 전교방식은 재고해 볼 시기가 왔다』고 강조한다。『농촌본당의 신부들은 성당에만 앉아있을 것이 아니라 농번기에는 들로 나가 못줄이라도 잡아주며 그들의 생활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대화를 나눌 때 거리감 없는 진정한 대화는 가능한 것』이라고 하면서 농촌전교의 새로운 진로를 제시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