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리 벌떡 일어나 나간다。묵직한 걸음걸이가 들리더니 개짖는 소리를 하는 그의 목소리가 울려온다。
『멍 멍 멍, 무슨 개소리들을 하고있는 거야?』
래디오 소리가 낮아진다。다음에는 선술집 차례다。
『멍 멍 멍, 왜이렇게 큰 소리로 떠드는거야!』
사람들의 욕설이 들리더니 잠잠해졌다。
『…천주 성부의 영공안에 성신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 홀로 거룩하시고…』
마치 권투장에서 나오는 선수모양 미셀은 주먹을 불끈쥐고 들어온다。그 때 저쪽문으로 마드레느가 낯선 쳥년을 데리고 들어왔다。말라빠진 말쑥한 사나이다.
『여기에요』
『아 그래요…』
청년은 베레모를 쓴 채로 서있다。동료들이 모자를 벗으라는 신호를 하자
『아 그래요』
하는 식으로 모자를 벗어든다。마드레느는 저녁식사 준비를 하려 부엌으로 사라진다。미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하는 그녀는 영성체를 할 때서야 돌아왔다。
『예수의 몸…』
영성체할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마드레느를 본받아 아까 그 청년도 무릎을 꿇자 마도레느가 안된다고 손짓을 한다 청년은 어색하게 웃으며 일어났다。
미사가 끝나 피에르가 성작을 정리하고 있을 때 청년이 닥아왔다。』
『여보시오』
『왜 그러시오?』
『그게 모두 뭐요?』
『그거라니?』
『당신 하던 말, 몸짓, 모든 것말이오。』
피에르는 빙그레 웃으며 청년을 바라보았다。그의 두 눈 깊숙히 고뇌의 빛이 서려있다。
『담배 한대 있소?』
청년은 천천히 담배를 피워물었다。
『이름이 뭐요?』
『쟝』
『쟝 왜 여길왔소?』
『저녘 준비가 됐어요!』마드레느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얼굴이 빨갛게 상기한 그녀는 흩어진 머리를 끌어올리며 부르고있다。
『모두를 있는데로 의자를 가져오세요』
쟝은 사람들이 다른 방으로 옮겨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일요일에 성당엘 들어갔었소。혼자 앉아있었지요。지루하더군요。별별사람들이 다왔습니다。모두 행복해 보이더군요』
『그래 당신은 행복하지 않았소?』
『난 살맛이 없어요。공장친구가 말하길 목요일마다 여기서…』
『지금 여기선 말을 계속할 수 없으니까!』
『왜 못해요?』
막연한 절망의 빛이 그의 눈동자를스쳐간다。
『얘기가 아주 길어질 테니까…』
『그래요?』
『쟝 후에 꼭 만나러 와주시오。』
『못올거요。난 일을 하는 몸이니까!』
『그럼 난 낮잠을 자는 사람인줄 아시오? 나도 강철회사에서 일을 하고있소』
『그래 난「싸니 금속」에서 일하는데 바로 옆공장이군』
『그럼 내일 일이 끝나면 함께 돌아올까?』
『그럼 내일 만납시다』
『여보게 여기서 우리하고 함께 저녁먹고 가게』
『그럴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아 모든 일에 하나하나 이유를 찾게되면 자네가 행복하지 못한것도 당연하네。여러말 말고 이리오게』
식사도중 피에르는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는 기쁨을 느꼈다。어느 한 사람이 가져온 백포도주맛일까?아니 이 기쁨은 전연 유가 다르다。동지들과 더불어 사는 행복, 우리사이에 주님을 모시고。『너희들 두 사람이 모이는 곳에…』라고 하시지않았던가。같은 빵을 나눠먹는 행복。『나혼자 살 수 없는 인간인가보다。내가 사제관에 있지 않고 여기와 있는 것은 비겁한 탓일까? 다른날보다도 목요일을 좋아하는 것은 비겁일까? 재울 곳을 찾아줘야하는 사람들, 실직한 사람들이 찾아오는것 보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이 목요일을 좋아하는 것이 비겁한탓일까?그렇다면 이 기쁨, 이 엄청난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흐뭇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겨있던 피에르는 언뜻 로제의 얼굴이 창밖에서 어른거리는 것을 본 듯했다。열한번째, 아니 이번까지면 열두번째 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로제…유리창엔 김이 서려있었다。
로제의 얼굴이 방안을 드려다보고 주저하는 듯하더니 사라져버렸다。피에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모두 놀라서 그를 쳐다본다。
『왜 그러나?』
『로제가 밖에 온 것 같소』
『아! 』마드레느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그녀가 웃지않 을때는 무척 창백 해보인다
『내가 찾아보고 오겠소』
피에르가 비좁은 자리를 뚫고나와 겨 우문을 열었 을때는 이미 마당에도 거리에도 그림자는 사라지 고없었다。
『내가 잘못봤나』
다시 자리에 돌아온 피에르는 로제가 아마 공원쪽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났다。-나무밑에 쪼그리고 앉아있을지도 모른다…그 환상이 내내 피에르의 뇌리를 떠나지않았다。또다시 오늘의 회합을 괴롭힐 수 없는 피에르는 자꾸만 손등이 이마에 올라갔다。「성찬」이 끝나는 순간이다。
『일어나라 여기서 떠나야한다!』
그의 기쁨은 깨끗이사라지고 이 밤에 집 없고 직업 없고 친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의사와 신부가 잠든밤, 병원, 교회가 문을 굳게 닫은 이 밤…잠을 안자는 것은 정복자(征服者)뿐이요。밤새 문이 열려있는 것은 매춘가(賣春街)뿐이다。
열시경 베르나르가 전화를 쳤다。
『피에르 오늘밤엔 집에서 자나? 할 말이 있는데…』
『그래, 그런데 잘들리지 않는데…』
『자네가 못듣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낮은소리로 얘길하는 거야』
『무엇 때문에…』
철컥, 상대방에서 벌써 수화기를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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