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 거창읍에서 불과 20여분 남짓 걸리는 가지리 성산동에 자리한 음성나환자 정착촌「성모원」.
불모지였던 이곳에 주민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24년 전인 지난 65년도부터이다. 천형이라 불리우는 나병에 걸려 가족ㆍ친지ㆍ이웃으로부터 버림받고 혹독한 냉대 속에서 살다가 하나 둘씩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하여 현재 29세대 1백11명의 음성나환자와 그 가족들이 살고 있다.
주민들 중 1세대만 제외하곤 모두 가톨릭신자인「성모원」은 소록도나 성 나자로 마을 등과 같이 교회가 직접 운영하거나 정기적으로 후원을 받는 다른 정착촌과는 달리 홍보는 물론 후원자가 없을 뿐더러 지금 살고 있는 토지 1만3천 평 중 3천 평만이 성모원 소유로 되어 있을 뿐 나머지 1만여 평은 거창군 향교유지재단 소유로 돼 있어 이름만 정착촌이지 마음은 항상 떠도는 나그네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성모원이 확보하고 있는 3천 평도 성모원 주민들이 땅 한 평도 갖지 못하고 남의 땅에서 살고 있다는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거창본당 신자들이 직접 인성회를 조직、 지역주민들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성모원 돕기성금을 모금、 논 6백여 평을 매입한데서 시작됐다.
특히 성모원 주민들은 같은 마산교구 관할인 산청군에 소재해 있는「성심원」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이곳을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 항상 쓸쓸하고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성모원 내에 있는 가지리 공소 김재호(라우렌시오) 회장은『먹고 사는 것은 그렇게 크게 걱정안합니다. 단지 24년 동안 살아온 이 땅을 언젠가 되돌려 주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매일 매일을 불안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하면서『집을 고치고 축사를 지으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고향이 있어도 못가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만큼은 이곳을 고향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심정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호 씨의 말과는 달리 먹고사는 것도 이들에겐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주민들이 거택보호대상자로 지정돼 매달 정부로 부터 양곡과 부식비(1세대 당 2만3천원) 를 지급받기는 해도 자신들의 치료비와 자녀교육비를 부담하기엔 이들의 수입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성모원에서 봉사하고 있는 우 안나 수녀(성모영보수녀회)는『이들에게 계속적으로 치료를 해주고 싶어도 약을 구입할 비용이 없어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다른 정착촌과는 달리 지역주민과의 유대가 좋은 반면 후원자가 없어 무척 안타깝다』고 털어 놓았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오후 1시30분에 마을 회관 앞 성 요셉상 주위에 전 주민이 함께 모여 오그라진 손으로 기도서를 움켜쥐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바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는 남의 땅이 아닌 나의 땅에서 한번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가득했다.
연락처=경남 거창군 거창읍 가지리 성산동 385 (0598) 2~4347
카리타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