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막 수난의 길 2
줄리아 교우 신하에게 편지를 준다.
줄리아 이 편지를 신부님께 드려주세요.
기리시단 신하=알았습니다. 그럼 하느님의 은총속에 내내 무사하시기를
선장=배가 떠납니다. 어서 배에 오르시지요
-줄리아 배에 오른다-
선장=닻을 걷어라. 돛을 올려라. 자 출발이다
관리장 루치아 신하들 손저어 줄리아를 전송한다-
미신자 신하①=유배 가는 사람이 어떻게 저토록 태연할 수가 있을까?
미신자 신하②=참으로 신기한 일이야 겁내고 서러워할 터인데 도리어 미소를 띄우다니 알듯 알듯 하면서도 모를 일이야.
제5막 고오즈섬
-제1장-
때=1612년
곳=고오즈 섬
나오는 이들=줄리아 촌장댁
-막이 열리면 줄리아가 오두막에서 나와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서 팔을 넓게 펴고 노래투로-
줄리아=주께서 여러분과 함께…바다도 섬들도 고오즈 섬도 주를 찬양하라 나 줄리아도 마음 다하여 주를 찬양하라
-바위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사이-
줄리아=나는 오오시마와 니이시마를 거쳐 이곳 고오즈 섬에까지 정배를 왔어. 다시는 더 다른 섬으로 나를 보낼수는 없을거야. 여기는 세계의 끝이니까. 조선에서 오오사까ㆍ시즈오까ㆍ오오시마
-그리고 어제 니이시마에서 이리로 끌려왔으니 이제는 더 갈데가 없을걸.
이 섬은 내 종착지. 기구한 운명의 내 한뉘를 마치는 곳이 될거야.
-촌장댁이 땔나무와 쌀자루를 안고온다-
촌장댁=안녕히 주무셨어요-
줄리아=(일어서며) 안녕하세요? 당신은 어젯밤에 만난 촌장 부인이시죠-
촌장댁=네 그렇습니다. 조선나라 아가씨께 땔감과 낟알을 가져다 드리라는 주인의 분부로 찾아왔어요. 우리들은 가난한 섬마을이라 생선 말고는 모든게 시원찮아서 용서하세요.
줄리아=괜찮아요. 저는 그런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렇게 따스히 대하여 주셔서 고마와요. 좀 쉬었다가 가시죠.
-둘은 긴 걸상에 앉는다-
-촌장댁은 줄리아의 손을 굽어본다-
줄리아=무엇을 뚫어지게 보세요-
촌장댁=아가씨의 손을…. 어쩌면 이렇게도 곱고 보드라울까요. 내 손을 좀 보세요.
줄리아=아주머니 손을 보면 부끄러워져요. 손수 일하여 생활하는 훈장같은 손은 얼마나 장해요. 나는 이제까지 사람들의 신세만 지고 지내왔어요.
촌장댁=얼굴도 고상하고 뛰어나게 아름다우셔. 역시 우리들 막일하는 속인과는 다르네요.
줄리아=아니어요. 앞으로는 나도 이 손으로 부지런히 일할거예요. 내 손도 아주머니 손처럼 굳고 튼튼해져야 해요.
촌장댁=손도 얼굴도 마음씨도 참으로다 아름다우시네.
줄리아=아주머니 손이 정말 존귀한거예요. 햇볕에 그을은 얼굴도 순박하고 고와요. 나도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
-사이-
-줄리아 눈물을 살짝 닦는다-
-촌장댁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외면한다.
줄리아=모처럼 가져오신 것이니 고맙게 받겠어요.
-둘은 서로 자기가 나르려고 실랑이질 하다시피 하며 맞들고 오두막에 들어갔다가 조금후 나온다-
줄리아=내게는 위안되는게 하나 있어요. 워낙 노래를 좋아 해요. 좀 색다른 노래라서 여러분은 모르실 거예요.
촌장댁=아까 부르신 노래 아닌가요?
줄리아=네, 그래요. 참 촌장님이 간밤에 기회를 봐서 나를 이 마을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되도록이면 오는 일요일에 소개를 받고 싶으네요. 나는 한주일 동안에서 일요일이 제일 좋아요. 그날은 하느님의 날이기 때문에요. 그날 여러분에게 첫인사를 드리면서 노래로써 조그만 식을 올릴수 있으면 좋겠어요.
촌장댁=그렇게 하시죠. 주인에게 그 말씀을 전하겠어요.
줄리아=그러면 오는 일요일에 여기에서 여러분을 만날수 있겠네요.
촌장댁=네. 지금 이 섬에는 추방되어온 사람은 아가씨밖에 없고 집이 여덟채쯤 있는데 다 착한 사람들이어요. 이 고장에는 행패 부리는 세도가도 권력자도 없으니까 안심하고 지내세요. 불편한 일 투성이겠지만 우리가 힘자라는껏 도와드리겠어요.
줄리아=고마와요. 그럼 일요일에 또 보겠어요.
-촌장댁이 나간후 줄리아는 또 바다를 향하여 기꺼운 소리로-
줄리아=여기에 와서 비로소 정말로 자유를 얻은 기분이 나네 (노래로)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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