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는 더 이상 말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상처입은 사람은 스스로 아픈 곳을 말하기전엔 다쳐서는 안된다。
드디어 베르나르가 입을 열었다。
『오늘저녘 일은 다 잘됐나?모두 잘 데를 찾아줬고?』
『전부됐는데 로제만이 도망갔어요』
『항상 로제같 은사람이 있게 마련이야!』
『「로제같은 사람」이 아니라 로제, 바로 그 사람이죠。우리가 하는 일은 상징이 아니니까...저녘먹었어요?』
『배고프지않네。이리오게나!』
그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 앉더니 한숨을 푹쉬었다。침묵이 흐른다. 싸니 전체가 지금 이 시각에 잠들어 있다。
로제도 잠들었겠지。마드레느까지도 베르나르의 한마디 한마디가 무겁게 울렸다。
『나 떠나겠어』
한시간 전까지만 해도 피에르는 혼자남을 자기 걱정을 먼저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는침울한 베르나르가 먼저 걱정이 됐다。
『어디로 파견한데요?』
『다른데로 파견하는 게 아니고 내가 노동사제단체를 떠나는거요』
『베르나르!』
『모두들 별별소리를 다했지만...』
그는 시선을 떨구며 중얼거린다。
『난 아직 아무소리도 안했어요!』
피에르는 목쉰 소리로 대꾸했다。
한참만에 다시 계속한다.
『베르나르, 이유가 뭔지 말해주시오』
『난 노동사제단체를 떠나겠어...내게 맞는 성소(聖召)가 아닌 것 같아서』
『말 조심해요。그런말 은 아리바이가 될 수 없어요!』
『아리바이라니...내가 죄인인가 뭐! 난 그저 지쳤단말이야。(애써 미소를 지으려는 얼굴이주름살과 가죽만 남아있다) 내 영혼을 잃는데 지쳤단 말이오』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자기 영혼을 잃는단 말이요?』
『피에르 그런 말이 아니야。직장을 찾고 잘데를 찾는데 소모된단 말이지。사람들의 급한사정을 돌봐주는데만 급급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전력을 못하고 있단말이요』
『아직 그 단체가 못되죠!』
『그럼 그때가 오면 내가 뭣이 남아있겠다나 그대로 소모돼가고 있으니!』
『바치는 것은 소모되기 마련이지요!』
『난 바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심부름드는 것에 지나지 않지』
『그렇다면 몰렛트, 미셀...그 사람들이 살게된 것은...』
그는 베르나르가 이끌은 영혼들의 이름을 열심히 쳐들었다。
『열심히 이름을 대보게』청년도 넣을거요, 우리 주위를 맴돌며 이 순간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어느날 밤엔가는 도둑놈처럼 슬며시 찾아올 사람이 수없이 많을테지「싸니」전체가 정의(正義)에 굶주리고 있는데 당신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 될법이나 하오?』
『공산당원들도 정의에 굶주렸다고들 하지』
『무슨 뜻이오?』
『그들은 이만명이나 되는데 우리는』
『이만명이라도 이제는 우리가 반대하면 곤란한걸! 앙리나 그밖의 사람들도 당신한테 물으러오지 않소...』
『물론 곤란하겠지。그러나 난 정당(政黨)을 돕기위해 하느님 사업을 택한 건 아니니까!우리는 공산당하고 그 위험한 노름을 하고있네!』
『노름은 내기를 포기했을 때 위험한거죠, 우리가 가장 강한자라는 걸 알고있지 않소。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니까』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신데 난 그분과 함께 있지 않아서 큰일이오。난 그분과 함께 있고싶어, 피에르!』
『아니...』
『언제나 제삼자를 통해서가 아니고 난 기구하고 싶어。기구하고 싶어...』
그는 두 손을 모으며 눈을 감고 되풀이했다。
『본당에 가면 기구를 더 잘 할 것 같소?「싸니」본당신부가 당신보다 하느님과 더 가까이 사는 것 같아요?』
『아니, 난 본당에 가지 않겠어「월드」군방에 있는 내 옛 수도원에 돌아가겠소』
『베르나르!』
『그곳이 내 성소였어。이 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믿었는데...잘못 안거지 성소는 우리가 가장 유용한 곳에 가는 거겠지。그러니 난...』
『아니!』
피에르는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우리를 부르는 곳에 가는 것이 성소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이 아니고 영혼들이 우리를 부르고있어요。하느님이 필요한 곳, 하느님이 안계시는 곳이 우리를 부르고 있죠!』
『내게 관한 문제는 내가 판단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겠지요』
「싸니」에온 이후 이들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피에르는 가슴아팠다。베르나르 옆에 다가 앉으며 두 사람의 우정이 이 공허를 메꾸어 주길 빌었다。
『말을 너무 많이했군요』
오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이젠 베르나르도 구원을 청해오는 하고많은「싸니」사람들 중의 한 사람처럼 여겨졌다。로제보다 더 비참하고 루이보다 더 가누기 힘들고 미쉘보다도 무력한 그... 피에르는 이제부터 혼자 모든 것을 대결해야한다。그러나 힘차게 미소지으며 하리라。
『베르나르, 오래전부터 그 생각을 해왔어요?』
『자네가 오기전부터。그래서 자네를 보내달라고 한거네』
『그런데 내겐 한번도 그런 얘길 안해줬죠!』
『못했지。그때는 자네가 아직 약했었으니까』
『그렇군요...그런데 언제 떠나겠어요?』
『자네가 나더러 떠나도 좋다고할 때...』
『아! 베르나르, 그런 말을 내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는 그곳에서 지낼가 하는데...』
『좋지요。그러나 성자 탄생은 여기예요。그곳이 아니구』
『어디서나 있지』
『만일 그리스도가 돌아오신다면 이 막다른 골목에 태어나실거요』
『그만두게 내가 있을 곳이 어디라는걸 알고있네』
『그게 중요하지요』
피에르는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엇다。
『너무 말을 많이했어요』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젠 자야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