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모호점>
17C 페넬롱 대주교는 내적 생활의 시련과 부침, 그리고 영신 지도에 관한 조언을 모아「상담집」을 남겼다。이것을 보면 그는 놀랄 만치 현실주의적이었다。그에 의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비록 가장 경건한 영신 수련 가운데서도 우리 마음의 저변에서 위태로운 수렁을 발견하게 하시며 또 위대한 성인들도 천박한 감정의 강렬한 유혹을 받고 놀란다는 것이다。이런 것은 초자연을 해치지도 않으며 오히려 우리의 격정에 관한 불신과 죄에 대한 통회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정신 분석은 우리의 가치관의 저울이 평형을 이루도록 도움을 준다。하느님께서 우리의 생각이나 사랑 속에서 항상 첫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상이나 불건전한 병적 감정의 산물을 하느님의 탓으로 돌릴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분석醫인 C. 노데 박사는 성문제에 관한 성 에로니모의 태도에 대해서 놀라운 글을 발표했다。노데 박사는 이 성인이 거룩한 동정상태의 우월성을 보여 주기 위해 결혼에 대한 비난을 어떻게 전개했는가를 과학적으로 지적하고 있다。성 예로니모는 성적 쾌락이 기도와 하느님과의 일치생활과 양립할 수 없는, 위험스럽고 무서운 것이라는 저주의 소리를 모아 책을 만들었다。인간은 이성으로 아내를 사랑해야지 감정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간단히 말하면 이 성인은 결혼이라는 것을 짝을 짓는 것과 성적 만족으로만 보고 있다。이 결혼의 과소평가로 예로니모는 결국 결혼과 동정은 선과 악을 비교하는 것과 같고 이 두 상대 사이에는 죄를 범하는 것과 선행을 행하는 것과 같은 차이가 존재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노데 박사의 심리학적 분석은 성 예르니모가 동정과 결혼의 묘사에서 양쪽에 다 주목할 만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데 박사는 이것을 성인의 뛰어난 지식이 이성적 능력의 상용에 필요한 감정적 분위기의 결여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예로니모는 탁월한 정서학자이긴 하지만 윤리학자로서의 예로니모는 성인의 상태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객관적일 수가 없었고 그의 윤리학은 완성에 대한 유아적 희서였다。
그의 저서를 보면 이 신학자는 내적으로 거의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성욕에 사로잡힌 것을 알 수 있다。그러한 성적 강박관념은 실상 잘못 승화된 성격을 노정한다。그러므로 진실로 사랑할 수 없게 된다。그래서 엉터리 윤리학의 길이 열린 것이다。이성인의 훌륭한 신앙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그는 정서적 늦됨으로 성의 영역을 이해하지 못했다。
노데 박사는 성욕을 자기 힘으로도 막을 수 있으나 이 자제를 인간이 하느님에게로 더욱 똑바로 나아가도록 해 주는 페넬롱의 방법과 일치시켜야 한다고 바르게 지적한다。이런 점에서 볼 때 정신분석醫는 우리의 정열적「콤플렉스」속에서 동기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다。교회는 우리의 열성을 모호하게 하는 찌꺼기를 우리 정신에서 없이 하여 순수하게 해 주는 방법을 못마땅해하거나 단죄할 수 없다。교회는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은총이 불행을 정복한다고 일깨워 주고 있다。그러나 신학은 이 은총이 자연을 전제로 하며 또 그것을 파괴하지 않는다고 가르쳐 왔다。정신분석적 방법은 하느님께서 당신 원하시는 대로 온전히 자유로이 우리를 인도하시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이 자연의 성질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우리는 아직 아무도, 우리를 만나려고 자신을 낮추고자 하시는 하느님에게 부당할 만큼 타락한 사람은 없다고 들어왔다。이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이 때문에 우리가 낭떠러지를 다시 기어올라가야 할 의무를 면제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수고는 뒤에 숨어 있는 이성의 정확한 이해로 용이해진다。정신분석은 때로 이 이해를 마련해 준다。
1969년「로마」의 성직자성성은 수도생활의 현대적 양성에 관한 지침서를 내놓았다。그것에 의하면 수련기 동안에 위원자가 수도상태의 명백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인간적 정서적 성숙을 소유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또한『더욱 곤란한 경우에 장상이, 정말 유능하고 신중하고 윤리적 원칙이 건전하다고 인정되는 심리학자의 충고에 의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자유로운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이 시험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자가 경험을 얻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상당한 숙련 기간을 거쳐서 시험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되어 있다。이것은 교회가 마음이 좁거나 심리학의 좋은 점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지침서는 어떠한 양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다만 교회는 개인의 존엄성과 크리스찬의 인격을 보호한다는 것뿐이다。교회는 인간이 심리학적「메커니즘」과 신경질적인「콤플렉스」와「호르몬」활동의 순수 노예로 타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우리는 확실히 흥분과 자극의 영향 밑에 살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이 알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동물적 본능에서 구해 준다。
쥴리엔 그린은 진정한 용기란 정복된 불안이라고 말했다。올바르게 이용되는 정신분석은 언제나 우리가 불안을 제압할 수 있도록 해 주지는 않지만 그것을 지배하도록 가르쳐 주고 또 불안이 우리를 덜 사로잡도록 해 준다。
우리는「메커니즘」을 벗기려고 시도한다。정신분석은 흔히 어떤 행위의 비약을 완화해 주고 우리가 늪 속에 빠지는 것을 막아 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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