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든 후에도 오랫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베르나르가 자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베르나르, 행복하지 않은 모양인데 왜 그러시오?』
『자네 때문이지。혼자 남겨놓고 가자니 꼭 도망 가는 것 같아서!』
『걱정하지 마시오。마드레느도 있으니까。그런데 마드레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오래 전부터 눈치 챘을 거야』
『우리 때문에 걱정할 건 없으니 잠이나 자요』
이런 밤의 대화를 어린 시절에 벌써 나눈 적이 있지 않았던가? 광산에 사고가 나던 날 밤 형과 함께 나눈 대화。
그러나 이제는 그 역할이 바뀌었다. 피에르가 형이 돼 있는 것이다。
쟝은 도둑놈처럼 숨을 죽이고 건물 안에 들어갔다。안이 어두컴컴하고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그는 좌우를 언뜻 훑어보고는 한구석에 웅크리고 서서 피에르를 찾았다。친구라고 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보았다。
건물 안은 추웠다。조용히 잠들어 있는 돌기둥 사이를 발 끝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것 같긴 하나 생명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천천히 뛰는 맥박, 어디선지 심장의 고동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쟝이 성당에 들어온 것은 이것이 두 번째다。어린 시절에는 이 앞을 지날 때 마치 군청 앞을 지나는 기분이었다。두 건물이 다 어두침침하고 시간을 알려 주는 것, 어린 그에겐 어쩐지 두렵기만 했다。여기저기 새겨진 글자가 있고 동산이 있으며 그 밑에는 불이 놓여 있다。쟝은 한 닢의 동전을 꺼내 그 속에 넣었다。
더 밝아지는 것도 없고 움직이는 것도 없다。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고 뭔지 고장이 난 모양인지。조금 더 멀리『가난한 사람을 위해』라고 적힌 통이 있다。쟝은 있는 돈을 다 털어 넣었다。어쩐지 가슴이 홀가분해지는 것 같았다。또 몇 군데 커튼을 내린 구석방이 있다。슬며시 커튼을 쳐들어 봤으나 아무도 없다。이 모든 것이 마치 파장하고 난 월요일 아침 시장처럼 쓸쓸하게 보였다。우리의 친구라는 이 마음 착한 노동자 그리스도가 이런 것들이 뭣에 필요하단 말인가? 갑자기 그는 벽에 있는 조각을 보았다。
피에르가 얘기하던 나쁜 놈들이 그리스도를 둘러싼 모습이 보인다。이 비참한 얼굴! 얼마 전부터 그가 상상하던 대로다!
『아! 바로 이 친구다』
쟝은 손을 들어 만져보려고 했다。그 조각이 따뜻하게 살아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너무 높아서 손이 닿지 않았다。
『예수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시다。』
그 다음은? 쟝은 다음 기둥 위를 더듬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다。』
그 주위엔 더러운 악당들이 있고!. . .
쟝은 빠른 걸음으로 이 기둥에서 다음 기둥으로 옮겨 갔다。
『예수께서 어머니를 만나시다。』
『아! 피에르가 이 얘긴 안 했는데...』
그는 씨몽이 부러웠다。예수가 세 번째 넘어졌을 때 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들이 예수의 손발에 네모 난 못을 박을 때 그는 자기 손발이 멀쩡한 것이 부끄러웠다。
이제 예수는 죽었다。창백한 얼굴에 머리에선 검은 피가 흐르고 작년에 죽은 공장 친구처럼。아 그 시체를 천으로 덮었지。그 어머니는 얼굴이 백짓장 같더라니...예수가 이젠 죽었다! 놈들이 기어이 잡았어. 그런데 그 다음은 어디 있지? 다시 살아나서 무덤에서 나오는 것은?
그리고 전 세계의 가난한 자들이 얼띤 눈초리로 그를 바라고 있는 것은? 왜 이런 것은 여기에 새겨놓지 않았을까?
쟝은 허전했다。성당이 마치 무명 같이 보였다。성당도 겨울철도 이 지구가 온통 거대한 무덤이 아닐까。
『난 이 세상이 싫어. 이 인생을 사랑해 본 적도 없고。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결국 내가 다른 무엇을 바라는 것이야...』
그는 성당 안을 한 바퀴 돌았으나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나가야지。여기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데 있어 뭘 해?』
그러나 마지막으로 머리를 돌렸을 때 저 속 깊숙이 빨간 불을 보았다。그는 뛰는 가슴을 안고 그 쪽으로 걸어갔다。그의 발걸음 소리가 텅 빈 성당 안에 울려퍼졌다。어쩐지 어색하다。가까이 가보니 제단이 있고 철책이 가로막고 있다。
하이얀 보자기가 깔려 있는 것을 보니 지난달 목요일 처음으로 피에르를 보았을 때의 베이블 생각이 난다。쟝은 장식이 꽤 아름답다고 느꼈다。『빠리』에 있는 커다란 영화관「렉스」와 비슷한 데가 있다.「렉스」에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는데 여기선 감히 이 철책을 넘어 계단을 올라가서 저 조그만 상자를 열 수가 없다。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행동으로 된 예수가 모두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고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그리고 진짜 예수는 저기 반쯤 파묻히고 반쯤 살아나서 숨쉬고 있고...핏빛을 한 살아 있는 저 들꽃을 그는 처량한 눈초리로 응시하였다。마치 병자 머리맡을 지키는 사람의 눈초리처럼 그는 하늘에 있는 친구들을 생각한다。그리스도를 생각하고 피에르가 얘기한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예수(그는 벌써 친한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난 못난 놈이외다。그러나 변할 수 있을 거요... 많이 변할 수 있을 테니 두고보시오!』
오늘로서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그러나 내일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그의 머릿속에는 피에르에게 물어볼 얘기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하도 많아서 목요일까지 기다리는 동안에 잊어버리지 않을까...!
『이따가 거길 가봐야지... 마드레느도 어쩌면 있을지 모르겠네』
「조라」거리 거기엔 피에르가 있고 마드베느가 있고 또 언제나 눈에 보이진 않지만 함께 있는 그리스도가 있다。여기에도 물론 있겠지만...뭐라고 할까? 그래 성당엔 일요일에 있고「조라」거리엔 주간에 있고! 그런데 일요일이 아닌 날이 일주일에 엿새나 되는군...
높은 데서 종이 울려왔다。쟝은 전연 시간을 잊고 있었다。
아침 괘종 소리 공장의 사이렌 소리, 그리고 정거장의 시계 소리에 하루를 보내는 그에게는 이번 경험은 처음이었다。이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그는 생각했다。아! 여기선 시간도 빨리 가는군。
『모자를 벗어요!』
늙은 신부는 한마디 던지고 조용히 자기 길을 계속하고 있었다。그 자신도 묘하게 생긴 네모난 모자를 쓰고 있다。제단 앞으로 지날 때 손에 든 책에서 눈도 들지 않고 모자를 약간 들었다 놓는다。쟝은 급히 배레모를 벗어들었다。밤에 잘 때밖에는 벗어본 적이 없는 모자다。어두움 속에서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나즈막하게 읽고 있는 이 사람, 옆을 지나가면서 눈도 들지 않고 한마디 던지고 가는 이 신비스러운 사람이 쟝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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