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미사 때마다「구원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의 교회를 따라 삼가 아뢰오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주의 기도를 올린다(천주의 자녀 되어…는 의역한 것임). 주의 기도는 사도교회 때부터 교회공동체가 바쳐 온 주된 기도이다. 그 흔적은 복음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현재 바치고 있는 기도문은 마태오복음서에 있는 그대로가 교회 역사과정에서 채택되어 내려오는 것이지만 루가복음서는 같은 뜻을 지니면서 약간 생략된 형식으로 되어 있다. 처음에 간단하게「아버지」라고 부르고 제3의 기원인「아버지의 뜻이…」와 마지막 청원인「악에서 구하소서」가 빠져있다. 이것은 사도들이 각 지방으로 흩어져서 각각 교회를 맡아 다스리며 오늘날과 같이 일사불란한 전례규정이 없이 주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전례를 했기 때문이다.
신약성서와 거의 동시대의 책인「12사도의 교리서」라고 알려진「디다케」라는 책은 사도 시대의 전례생활을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신자들은 하루에 주의기도를 세 번하라고 하였고 기도문은 마태오의 기도문을 싣고 있다. 사도교회의 교우들은 주의기도를 바치면서 예수님이 전도하신 복음정신과 그 메시지가 성취되기를 기원하였다. 예수님의 복음내용과 메시지는 하늘나라와 지상의 나라는 결국하나의 이념을 구현하는 하나의 하느님의 나라라는 것이다. 이 기원이 주의 기도 안에 모두 담겨져 있다.
기도는 우선「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친근한 호칭으로 시작한다. 하늘과 땅은 이제부터 천양지 차이가 아니고 천지인 (天地人) 삼재 (三才) 는 같은 마을이다.
구약시대 사람들이 그 앞에 부복하는 엄위하신 지존의 하느님이 아니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근한 하느님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주의 기도는 이 호칭으로 시작하여 하느님에 관한 세 가지 기원과 우리에 관한 네 가지 청원으로 짜여져 있다. 학자에 따라 6가지 청원으로 짜기도 하지만 필자는 7가지 기원을 택한다. 이것을 전반 3기원、 후반 4청원이라고 한다. 전반3기원은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에 관한 기원이고 후반 4청원은 빵、 죄、 유혹、 악에 관한 구제를 청원하는 대목이다. 이 청원들은 무엇을 해달라는 청원들의 모음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이 대칭적으로 화합된 하나의 기도이다. 우선「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말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대칭이 드러나며「나의」가 아니고「우리」라고 한 것은 기도하는 교회공동체를 뜻한다. 그러므로「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교회를 가시적인 하느님나라로 찬미한다.
하느님 일에 관한 전반 3기원과 사람의 일에 관한 후반 4청원은 하느님과 인간을 대칭적으로 놓으면서 서로 대립관계가 아니고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제1기원(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은 마지막 제7청원(악에서 구하소서)와 대칭된다.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는 것은 땅에서 악이 없어지는 구체적인 가시화가 이루어지면서 그 소망이 이루어진다. 세상이 악의 세력 밑에 있는 한 하느님의 이름은 어두움 속에 둔적하고 말 것이다. 악에서 구원되는 것、 이것이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는 일이다.
제2의 기원(그 나라가 임하시며)은 제6의 청원(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과 대칭된다. 인생은 나그네길、 인간은 하느님 나라와 악의 나라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온갖 유혹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은 선이요、 악의 나라로 가는 길은 악이다.
악으로 기우는 심성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하다. 땅에서 유혹을 극복하면서 하느님나라가 이룩된다.
제3기원(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은 제5청원과 맞물리고 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은 땅에서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용서로 시작하고 용서로써 열매를 맺는다. 사랑은 세상의 죄를 녹여버린다.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는 것은 하느님의 용서를 받는 일이며 사람을 용서하고 받는 일이며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가시적인 표본이다. 이렇게 지상에서 용서함으로써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 유혹을 극복함으로써 하늘나라를 지상에 임하게 하고 악에서 구원받음으로써 아버지의 이름의 걸구하심이 만방에 퍼지면 예수님의 복음정신과 그 메시지는 완수되고 망가졌던 창세의 이념은 다시 회복되어 완서 (完世) 의 매듭을 짓게 되는 것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육신의 빵、 영혼의 양식、 이 두 가지는 생명이라는 삶 자체 안에서 맞물리고 있다.
제4청원(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은 사람의 관심사도 되고 아버지의 관심사도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뜻、 나라、 이름에 관한 기원과 용서、 탈 유혹、 구제악의 청원의 가운데에 있으면서 지상생활과 천상생활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이상주의 기도를 도표로 보면 위의 그림과 같이 7지 (七枝) 촛대로 표시할 수 있다.
7지 촛대는 구약에서 7일간의 세계창조를 뜻했고、 신약에서는 은총이 내리는 일곱 가지 성사를 상징한다. 「나라와 권세와…아멘」은 초대교회 신자들의 주의 기도에 대한 응답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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