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베레모를 손에 든 채 일어나 나왔다. 길거리에 나오니 갑자기 눈부셨다。어쩐지 마음이 무거웠다.『쟝!』이렇게 다정하게 불러 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그는 곧 돌아볼 수가 없었다。
『마드레느...』부드러운 바람이 불길감이 붉은 그녀의 머리칼을 날리고 있다。그녀는 방긋이 미소 짓고 있다。쟝이 그 여자를 상상할 때는 언제나 바로 이 모습이다。
『성당에서 나오는 길이예요?』
『네』
그의 푸른 눈이 여자에게 쏠리더니 마치 너무 강한 빛을 바라보기나 한 듯 옆으로 미끌어졌다.『...그 안에 들어가니까 기분이 좋더군요! 하늘에 있는 친구들 생각들 했지요』
『그렇다고「싸니」친구들을 잊은 건 아니겠지요?』
『좀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게 사고예요.「조라」에선 그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두 사람은 잠시 동안 말 없이 걷고 있었다. 쟝은 공연히 행복했다。
『지금...집에 돌아가는 길인가요?』
『아니예요.「조라」에 가는 길이예요』
『바로 거기 가느냐고 묻는 건데요』
『거긴 우리집이 아니지요. 우리 어머니가 살고 있는 데가 우리집이지。바느질도 많고 빨래도 늘 밀려 있는 데가 우리집이지요。매일 아침 나는 아직 날이 새기 전에 집에서 나와 캄캄할 때 돌아가요』
쟝은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어쩐지 실례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 키다리 베르나르가 이젠 안 보이더군요。어떻게 됐습니까?』
마드레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재수 없게 또 말을 잘못한 모양이지...
『그분은 떠났어요。다른 곳으로 갔어요。』
『뭣 하러?』
『더 잘 기도드리러 갔어요。』
『우릴 두고 가다니!』
『우리를 내버리고 간 건 아니예요。우리를 늘 생각하고 있지요。당신이 조금 전에 하늘에 있는 친구들을 생각했듯이...』
『그래 봤자 우리한테 무슨 소용이 있겠소!』
『소용이 있구 말고요 쟝』
『당신네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그저 생각만 하는데 그친다면 그 사람들은 매일 들판에서 자야 할 거요。』
『그렇다고 잘 데를 찾아 주고 일자리를 구해 주는 것만이 다는 아니지요...』
『피에르가 얘기하는 그리스도도 병을 고쳐 주고 먹을 것을 주고 또 보호를 해 주고 하지 않았소。말하는 것만으로 그치진 않았거든요』
『그래요。그러나 그분은 하느님이였어요。우리는 하잘 것 없는』
『그러니까 더구나 베르타르는 옳지 않지요』
『피에르가 얘기하는 그분은 또 이렇게 말했어요.「판단하지말라。그러면 그대도 판단 받지 않으리라!」』
『아!』
그녀의 말이 다시 한 번 화살처럼 쟝의 가슴에 박혔다。피에르가 하는 얘기도 늘 충격을 준다。특히「그 분」얘기를 할 때는 쟝은 그 말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알아두곤 했다。
마치 굶주린 개 모양 끊임없이 엿보고 있노라면 문이 열릴 날이 있겠지。
『판단하지 말라。그러면 그대도 판단 받지 않으리라。』
쟝은 다시 입을 열었다。
『세르나르는 좋은 친구지요. 그가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겠지...그런데 피에르는 신부가 노동자가 된 거요. 아니면 노동자가 신부가 된 거요?』
『당신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요?』
『내 생각엔... 노동자가 된 것 같소。』
『피에르한테 그렇게 얘기해 봐요. 잊지 말고 꼭...』
마드레느는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두 사람은 선술집 앞을 지나갔다。많은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모두 추잡하지만 행복해 보였다。쟝은 이들의 유쾌한 모습을 보자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다。저 뚱뚱보 여자와 희롱하고 있는 저 뚱뚱보가 차라리 옳은 것이 아닐까? 적어도 저놈은 혼자가 아니야. 외롭지 않어. 그리고 웃고 있지 않는가...자기는 이렇게 의롭고 웃음을 모르는데...갑자기 이름 모를 분노가 솟아올랐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쳤다。
『하느님이라니 도대체 무엇이 그것을 증명해 주나』
『아무 것도 증명하는 것이 없지요。다행히도!』
마드레느가 조용히 대꾸했다。
『그것이 왜 다행이요?』
『그렇지 않으면 믿음이 무슨 가치가 있겠어요?』
『믿음이 좋은 것이라고 합시다...그렇더라도』
그의 눈은 똑바로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하느님의 나타나 줬으면 좋겠지요?』
『그렇소!』
『기다릴 수 없다는 건 많이 사랑하지 않는 까닭이예요』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쟝은 심오한 눈초리를 그녀에게 던졌다。여자는 고개를 떨구었다。
두 사람은 말 없이 걸었다。쟝은 다시 한 번 뇌까렸다。
『그렇더라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하느님이 신호를 하지요。』
『 어떻게?』
『신호를 하고 말구요。묘한 일들, 우연이라고 할까, 과연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지요』
『요구만 하면 됩니까?』
『아니요。필요로 해야 하겠지요』
쟝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내게 신호를 보여 줬으면...그러나 하필이면 나한테 보여 줘야 한다는 법은 있나...만일 그렇다 해도 조금 전에 성당 안의 밝은 불 앞에 있을 때처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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