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지. 믿음이 더 아름다운 거야』
그는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발을 맞춰 걸었다.
날씨가 몹시 추웠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세요?』
이번에는 마드레느가 물었다.
『아니오, 집에 급히 돌아가야 할 일도 없지요』
『불편한 곳이예요?』
『그저…. 영점이요!』
호주머니 속에 두 손을 찌르며 쟝은 계속했다.
『내 방에 좋은 것이 있다면 단 한 가지 거울이 없다는 것뿐이지요. 보기 흉한 방을 한 번만 보면 그만이니까. 특히 내 꼴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좋소!』
『쟝,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혼자예요. 다만 혼자면서도 함께 살 수 있게 돼야겠지요…』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또박또박 들려온다. 쟝은 이 소리가 듣기 좋았다. 두 사람이 걷는데도 한 사람처럼 들려오는 소리 아마 이것이 마드레느가 말할 뜻이 아닐까…
그들은「조타」거리에 이르러 이십팔 번지에 들어섰다. 아무도 없었다.
『피에르! 여보 피에르!』
피에르는 스웨타 바람에 담배를 입에 물고 나타났다.
『마드레느, 기다리고 있었소. 아, 쟝이 왔군 잘 있었소?』
『얘기가 하고 싶어 왔소』
『조금 있다 합시다. 미쉘이 와 있으니』
『또 뭣이 잘못됐어요?』
마드레느가 묻는다.
『아니…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하여튼 보통 때하고는 달라요. 그대로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면 누구라도 후려갈길 기세로 나타났소. 나를 앉혀놓고, 내 입에 담배를 쑤셔박아 아무 말도 못하게 한다니까…담배가 다 타면 또 한 대를 물려 주고…이렇게 쉴 새 없이 담배를 물려놓고는 얘기를 쏟아놓고 있는 길이요』
『그것이 두 번째 담배에요?』
『네 번째요! 쟝 잠깐 기다려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얘기합시다』
『얘긴 하겠지만 먹을 순 없겠어요. 아무 것도 없는 걸요. 내주머니에 십이 프랑이 남아 있을 뿐이고…』
마드레느가 돈을 세어본다.
『전화값을 치르지 말걸 그랬군...자네 돈 있나?』
『나도 없소! 전부 줘서…아니 한 푼도 없는데』
『우유라도 사러 가지요』
마드레는가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우유도 돈을 내야 할 것 아니요?』
『가노라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요 뭐. 어떻게 되게 마련이니깐요…』
건너방에서 미쉘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린다.
『뭐하는 거야. 피에르 이리 와!』
『곧 가네!(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하고는 웃으며 나간다) 곧 가겠어!』
『마드레느, 함께 가도 되오?』
쟝이 묻느다.
『좋아요. 당신이 오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길에는 세찬 바람이 불어치고 있었다.
마드레느와 쟝은 머리를 숙이고 이 갑작스런 질풍 속으로 돌진했다. 바람은 길가에 열린 문들을 모조리 휘몰아치며 네거리에는 다소 주저하는 듯했다.
벽 모퉁이가 뱃머리가 되고 그 위에 여닫기는 덧문이 돛이 된 듯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은 이 거리에서 저 거리로 지붕 위를 휘몰아친다.
난파선과도 같은 두 사람은 발을 내디디기에 힘들었다.
「조래스」가(術)로 건너지르는 대목에 이르자 질풍에 날린 나뭇잎과 종이 쪽지들이 두 사람 몸에 사정없이 와 붙는다.
『떼어버릴 수가 없네!』
그들은 제 자리에서 맴을 돌려 떼어버릴려고 안간힘을 썼다. 푸른 종이 한 장이 고집스럽게 마드레느 얼굴에 붙어서 영 떨어질 줄 모른다.
쟝은 그것을 떼어 주려고 손을 내밀다가 그만 딱 멈춰버렸다.
『마드레느, 이것 보시오! 천 프랑짜리 지폐요!』
아! 그래요…거것 봐요. 가노라면 무슨 수가 생긴다고 하지 않았어요.
마드레느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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