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마제국의 잔해 위에 신흥민족들의 봉건국가가 구성되는 혼란한 시대인 6세기에서 11세기에 이르는 기간에 고대의 문화유산을 전달하는 데는 수도회와 그들의 부속학교의 공헌이 지대하였으나 어수선한 세대를 배출할 만한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하였다。그래서 중세 초기의 신학은 아우구스띠노의 기본 노선을 추종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2세기부터 수도원 부속학교보다 도시의 학교들이 발전하여 대학이 탄생하고 자유 7과를 교수하게 되어 희랍철학의 플라톤 연구뿐 아니라 새로 소개된 아리스토텔레스 연구가 일어났다。
또 프란시스꼬회와 도미니꼬회 등 탁발수도회가 탄생하여 중요한 학문 중심지에서 활약을 시작했고 13세기에는 알벨도 보나벤뚜라 토마스 스꼬뚜스 등 대학자들이 배출되어 소위 스콜라학을 대성하였다。
스콜라 신학의 특징은 세밀한 분석과 분석된 명제 등을 거대한 체계 안에 종합하는 조화에 있었다。
계시물 대상으로 하지만 은총과 자연은 모순되지 아니한다는 기본 사상에서 출발하여 인간 이성의 능력과 권리를 최대한 주장하는 태도로서 논리학과 형이상학을 철저하게 구사하여 신학을 학문으로 확립시킨 것이다。
그런데 스콜라 신학은 고전어에 대한 무식과 역사적인 이해의 부족으로 사변적 탐구에 치중하였고 민중이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이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라틴어만 학문 용어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학자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고대에 있어서 신학은 이론적 말구와 전례상의 실천과 민중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었는데 중세의 신학은 상아탑의 소산이고 전례는 신자들의 생활 감정 안에 뿌리 박지 못하였기 때문에 중세 문화의 황금기인 13세기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교회생활의 난숙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스콜라 신학은 공식적인 지지와 채택을 받으면서도 14세기부터 쓸데없는 논쟁과 번문욕례(煩文욕禮)에 사로잡히기 시작하였다。
문예 부흥과 종교개혁에 자극을 받아서 교회는 일대 혁신운동을 일으켜 뜨리덴띠노 공의회가 개척되어 교회생활의 각 분야에 있어서 규율을 바로잡고 나아가서 극동에까지 미치는 포교활동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신학계는 기성 수도회들과 예수회의 노력으로 호교론과 윤리 신학과 교회 법학의 발전을 보았지만 종교 개혁이라는 거창한 정신운동을 한갖 이단자들의 난동이라고 규정 짓는 소극적인 시대관 때문에 이런 큰 변혁에 대응할 만한 신학의 부흥이나 획기적인 발전을 보지 못했음이 유감스럽다。
뜨리덴띠노 공의회 이후로 많은 대학과 신학교에서는 이단에 대한 노이로제 때문이었던지 공인된 대가들의 설을 교과서로 만들어 신학교육을 계속했으므로 창의와 발전보다 모방과 계승이 장기가 되어 신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고 일반 신자들에게 신학이란 성직자들의 직업 지식이라는 인식을 넣어 주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근세의 가톨릭 신학의 비약적 발전은 19세기에 와서 조용히 그 기틀을 잡기 시작하였으니 그 원동역은 과학적인 역사학의 성립이다。역사학의 보급으로 종래에 비교적 알려진 후기 서방 교부들뿐 아니라 동방 교부들과 초세기 교부들의 저서와 숙친해지면서 교회의 발전을 역사적으로 파악하게 되고 초대교회의 생활상을 그 전례와 제도와 정신에 있어서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여 진짜 전통을 식별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교부학은 성서를 유일한 신학 원천으로 생각하는 프로테스탄트 각 파에서 다각도로 성서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 가톨릭은 호교적 필요성에서 새로운 학설을 반박하는 데 주력하다가 교부학의 자극으로 성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게 되었고 고고학 인류학 고대 언어학 서지학(書誌學) 등 보조 학문을 원용하여 원문 비판과 주석학뿐만 아니라 비교종교학 비교동방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종합적 성서 연구가 진행되었다。
교부학과 성서학의 발전은 성서운동 전례운동 평신사도직운동 일치운동을 촉진시키고 이런 모든 요소들은 조직신학의 새로운 방향과 과제를 제공하였다。
교리신학은 그리스도 중심의 케릭마를 중시하게되고 교회론은 그 구조보다 생태를 중시하고 성사론은 성총을 얻는 도구로서보다 그리스도의 현의를 재현하는 행위를 연구하고 실천신학은 결의논적인 논중에서 애덕을 기초로 하는 그리스도화의 윤리신학으로 발전하였다。
신학의 부흥은 자연히 사목의 쇄신을 요구한다。위에 열거한 운동뿐 아니라 교리교수법의 현대화 종교사회학의 도입 포교학의 발전 사목신학의 성립 등등으로 신학의 새로운 분야가 개척되었다。
현대 신학의 특징은 어떤 시스템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하느님의 계시를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역사적 실현과정으로 이해하려는 기본 사상에서 출발하여 성서와 교부와 교회사에 의하여 제시를 관조하고 실천생활을 영위하려는 데 있다。그러므로 어떤 특정한 철학에 매달리는 경향을 배제하면서 전통 안에서의 진보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번 공의회의 방향을 결정 지은 것이 바로 이 현대 신학이다。
이상의 고찰을 참고로 하여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외래 종교의 딱지를 벗지 못한 그리스도교의 신학적인 토착화의 문제를 제시해 보기로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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