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교훈의 마지막 충고는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는 단계를 생각하면서 하신 가르침이다. 이것을 완세론 (完世論、 보통「종말론」이라고 한다) 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세우시는 하느님나라는 태평세월을 구가하는 황금시기가 아니다. 그 나라는 시련과 유혹과의 싸움으로 수련되는 어려운 길이다. 그 길은 가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 길은 어렵지만 생명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래서 올바른 길、 가짜경계、 덕행실천、 튼튼한 집에 관한 교훈을 내리셨다『좁은 문으로 들어가라…크고 넓은 길은 멸망에 이른다』이 말씀은 루가복음서에서는『구원을 받을 사람은 얼마 안 되겠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하신 말씀이다. 구원되느냐 못되느냐하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은 험해서 그리로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니 대부분은 멸망한다는 말씀인가. 우선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의 뜻부터 풀이해보자.
이 말은 얼른 집으로 들어간다、 방으로 들어간다는 영상을 상상하게 되는데 원문의 들어간다는 말은 들어가다、 나가다、 길을 취하다 등의 뜻을 가진다. 이 말씀을 하실 때 예수께서는 수난의 험난한 길을 내다보셨고 이 글을 쓰는 사도는 교회가 겪고 있는 박해의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었다.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유대아 좁은 나라에서 세계로 뻗어나갈 복음의 길을 생각하였고 사도들은 어려움에 처한 교회가 이방인들에게 전교하러 나갈 험난한 길을 생각하였다.
사도시대의 교리서「디다케」라는 책에도 인생의 두 길이 있다고 가르친다. 하나는 생명에 이르는 길이요 또 하나는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다. 생명의 길을 설명하면서 디다케는 주님의 산상교훈을 간추려서 제시하고 있다. 그 길은 안락한 길이 아니다. 여느 사람들은 주기보다 빼앗고、 용서보다 앙갚음을、 땀 흘리기보다 쉬기를、 절제보다 과욕을 좋아하고、 선행보다 악행을 하며 쉽게 살아간다. 그러니「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은「옳은 길로 접어들라」는 뜻이다.
당시 바라사이파인들은 모든 이스라엘인들은 앞으로 올 왕국에 모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안일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은 겉으로 아는 체 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속임수의 예언자들이었다. 예수님은 이들을 가리켜『저희도 안 들어가면서 남도 못 들어가게 하는 자들』이라고 호되게 꾸짖은 일이 있었다.
가짜 예언자들은 구약시대에도 있었고 사도시대에도 있었다. 초대교회에는 남들을 지도한답시고 교회에 끼어들어 분열을 일으키고 헛된 교설을 조작하는 자들이 많아 골칫거리였다. 사도와 가짜 사도、 진실 된 교사와 사이비 교사、 참 예언자와 가짜 예언자들을 구별하기가 곤란하였다.
그러나 가짜를 식별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팔아 자기 이름을 얻으려는자、 예수의 가르침을 팔아 사욕을 취하는 자、 입으로 사랑을 설하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는자 이런 자들이 가짜들이다. 그래서「거짓예언자들을 조심하라」고 했다.
이들이 인도하는 길은 넓은 길이다. 다시 말하면 옳지 못한 길이다. 그 길은 쉬운 길이기는 하다. 옳은 것을 지키기보다는 파괴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속이 사나운 이리가 양의 탈을 쓰고 양 우리에 스며들면 자기욕심을 채울 때까지는 순진한 양보다 쓸데없이 아양을 떤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저지른 결과에서 그 마각이 드러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딸 수 없고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인데 왜들 나쁜 나무들만 쳐다보고 있는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세상 사태는 비슷하게 돌아간다. 가짜 예언자가 빚는 결과는 교회 내에 불화조성과 혼란야기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건강하고 좋은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좋은 열매와 좋은 공기를 제공하는 울창한 숲과 같다. 좋은 나무는 주님이 심어놓은 사도들、 제자들、 예언자들、 건전한 교리를 설하여 물을 대는 교사 학자들、 주님만을 위하여 살려고 애쓰는 수도자들、 주님의 뜻을 따라 몸 바쳐 일하는 봉사자들이다.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 좋은 나무는 뿌리부터 튼튼하게 자라야한다.
그래야 비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고 끝내는 무성하게 자라서 좋은 열매를 제공한다.
이 비유는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속으로부터 영성으로 변화해야 된다는 교훈이다. 이 변혁은 성령의 영기를 받아 이루어진다.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모두 찍혀 불속에 던져질 것이다라고 한 경고는 세례자 요한이 바리사이파인들을 향하여『이 독사의 족속들아、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았으니 좋은 열매를 맺니 못하는 나무는 다 찍혀 불속에 던져질 것이다』라고 경고한 말을 회상시킨다.
이 세상세파를 헤쳐 나가야 할 하느님나라는 안일한 나라가 아니다. 비바람이 몰고 오는 온갖 재앙을 견디어 내야한다. 그러나 튼튼한 바위위에 세워진 집처럼 안전이 보장되어 있다. 그것은 참 제자들、 진짜 예언자들、 헌신적인 교사들과 봉사자들이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며 가르치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을 찾아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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