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심리학자인 조이스·브라더즈 박사는『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했다. 사회활동을 계속하는 직업 여성들은 좌절감과 불행을 느끼면서도『우리는 단지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 불우한 여자』라고 스스로 자신들을 경멸하는가 하면 여성들이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열등의식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성들은 전문직에서 소외되고 보수도 남자들보다도 적게 받는 관습이 있다. 그러나 직업도 갖가지. 그 부류에 따라 직업의식에 따른 생활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부산「메리놀」병원을 찾아 간호원들과 ①근무제도 ②어려움 ③불만 ④소망 등 직업전선에서 여성이기에 받아야 하는 서러움과 그 직장에서의 그들의 위치를 알아보았다.
근무제도는 직장에 따라 다르다. 특히 병원은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건강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밤과 낮이 없다. 전문 의사들은 집도를 하거나 급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시간 왕진이 있을 정도이지만 환자를 시종 돌보는 것은 간호원들이다. 그래서 메리놀병원만 하더라도 60명의 간호원(간호대 출신)과 36명의 보조 간호원들이 3교대로 생명의 적과 싸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도 일정할 수 없고 근무 외 시간도 기숙사생활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간호원 생활의 어려움이기도 하다는 것. 그보다도 더 서러운 것은 일반 사회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한결같이 말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전문과정을 마친 간호원이 적고 간호원이 부족하던 때 일반 개인병원에서와 같이 보조원 역할을 하는 것이 간호원들이라는 인습이 남아 있다.
여기서 오는 폐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환자들이 의사의 말은 들어도 간호원의 말은 아랑곳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환자의 요구에 불응한다고 불평하는 수도 많다. 이런 생각들을 하루 빨리 고쳐 주었으면 했다.
같은 수준의 직위에 있으면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보수가 낮은 것은 일반 사회의 통폐가 되고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근무수당 연구수당 같은 것도 아직까지 시정될 점이 남아 있기도 하다. 그래서 간호협회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이것은 여성이라는「핸디캡」(능률적인 면에서 남자에 뒤진다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기엔 미련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보다도 직업에 불만을 느낀다면 직업의식에서 오는 반사작용이다.
간호원들의 경우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니 더 그러하다. 일과 후에도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니 자연히 화제는 병원과 환자에 관한 것뿐이다. 그래서 완전히 직업을 떠나서 자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메리놀병원에서는 통근을 허가하고 있지만 야간근무 땐 불가피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직장이 3부제로 출근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밤에 출근해서 아침에 퇴근하면 이웃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오해도 한다는 것.
아무튼 남자는 직장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자가 직업을 가지면 가난 때문이라든가 아니면 여성의 정도(正道)가 아닌 것처럼 얕잡아 보는 태도가 불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도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생활 설계와 희망 속에서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모든 것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어서 바랄 것이 없지만 가능하다면「종합센타」같은 기구가 생겨서 직업 여성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연구와 대화를 나눌 광장이 마련되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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