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불면증과 두통 때문에 병원을 찾아왔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몇 가지 불편한 점만 얘기하면 나머지는 의사가 -마치 점장이가 그러하듯이- 척척 알아서 맞춰내고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A씨도 많이 지쳐있는 표정이었고 이것저것 얘기하고 귀찮다는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정신과에서는 필요한 몇 가지는 반드시 알아야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귀찮아해도 문진(問珍)을 하게 된다.
A씨는 회사의 중간관리 사원이었다. 그는 상처와 부하직원들 사이에 끼어서 여러 가지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었으나 당장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또한 가정을 가진 가장으로서 사표(辭表)를 던질 수도 없는 처지였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하면 머리가 조여들고 뒷골이 쑤시고 목ㆍ어깨까지도 아팠다. 어떤 때는 속에서 무엇이 치밀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했다.
머리양쪽의 관자놀이를 눌러보기도 했지만 풀리기는커녕 더 아파왔다. 고통이 심해져서 뇌파검사、 뇌CT촬영 등 온갖 검사를 다 해보았지만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A씨가 앓고 있는 두통은 근육수축성 (또는 긴장성) 두통이었다.
이 두통의 원인은 정신적 갈등으로 인한 불안이고、 이 불안ㆍ갈등이 잘못 처리되어 특정근육에 수축을 지속시켜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
긴장성두통에 자주 시달리는 사랑은 정서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안이나 우울감정이 두통을 가져왔다기보다는 오히려 두통에 자주 시달리다 보니까 우울해지고 불안이 겹친다고 봐야한다. 우울증이 있을 때 겸하는 두통은 대부분 앞이마나 전두부에 오는 것이 특징이다.
심리적으로 편두통을 가진 사람과 긴장성두통을 가진 사람들의 성격차이를 보면、 편두통을 앓는 사람은 대부분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일에 대한 성취집념이 강한 성품이다. 또 근육수축성두통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앞일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성품에 많다.
그런데 이 불안이 초조해하고 걱정하고 마음이 들떠있고 그와 같은 감정으로 느껴지지 않고 생활상의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특정근육의 장기간 수축을 일으켜서 두통이 온다.
우리의 안면에는 약 천여 개의 근육이 얼기설기 얽혀있으며 이들 근육 중에 특정부위의 근육이 수축이 될 때 심한두통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장시간의 이완부족、 근육수축성의 상승으로 오기 때문에 두통의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 또 실지로 두통이 뇌 속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근육이라는 두개골 밖의 얕은 조직이 원인이 되어 이같이「심한두통」을 일으킨다고 납득하기가 어렵다.
두통이 시작되는 것도 우연히 또 서서히 느껴지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하루 이틀 지나면 없어지려니 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흔히 TV의 광고를 보고 이약 저약 임의로 사서 먹어봐도 신통한 효과를 보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러한 약물의 남용으로 다른 합병증을 앓기도 한다. 원인은 밝히지도 않은 채 자가진단으로 대중요법을 장기간 하는 것은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원인치료는 팽개쳐둔 채 해열제만 계속 먹이고 있는 경우와 같다.
두통이 지속되면서 고통이 심해지고 전체 머리에 퍼져「띵」한 느낌이 들고 정신집중에 영향을 미치면 그제서야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이 두통은 본인에게는 고통이고 걱정거리가 되지만 주위에서도 별로 동정을 못 받고 의사들도 정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더욱 좌절하기 쉽다. 두통은 막연한 자가 치료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언제나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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