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깐 공의회에서 전례문제 전반에 걸친 개혁이 단행된지도 10년이 되었다.
모든 신자들의 신심활동에 있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그 정신으로 삼는다는 것이 이번 공의회의 내용이었다고 할진대 우리는 과거의 신앙생활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내성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탈피하여 자기의 능력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자발적이고 공동체 의식에 입각한 능동적인 자세가 기대되는 시기가 온것이다. 이렇듯 생동감이 넘치는 성교회(聖敎會)의 움직임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 바로 성가개창(聖歌皆唱)의 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례헌장 제118조를 보면 『전례법규의 원칙과 규정에 따라 신심행사중이나 바로 전례의식중에라도 신자들의 소리가 울릴수 있도록 종교적 대중가곡이 적극 장려되어야 한다』고 말하여 신자 대중의 적극 참여(皆唱)를 권하고 있으며 동헌장 제113조에서는 『부제들이 보좌하고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전례의식을 노래로 성대하게 집전할때 그 전례의식은 더욱 고귀한 외양을 갖춘다』고 말하며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노래미사야말로 더욱 높고 귀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 있어서의 창미사란 흔히 성가대가 한없이 불러내는 복잡하고 해독하기 어려운 노래를 몇분씩 기다려서야 겨우 의식이 계속될수 있었던 폐단이 있었으나 이제는 성가대의 역할도 간추릴뿐 아니라 신자 전원이 직접 노래함으로 의식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것이다.
이와같은 정신을 바탕하여 절실하게 요청되는 성가ㆍ개창운동의 현황은 어떠한가? 그에 대한 회답은 유감스럽게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고 말할수밖에 없다. 그래도 도회지에 위치한 본당에서는 조금쯤 나은곳도 있지만 시골로 갈수록 거의 실시 불능임을 말하고 있다. 또 약간의 희망적인 본당에서도 대부분의 신자들은 아직도 입을 봉한채로 있고 전체참례신자의 몇 할(割)도 안되는 사람들만이 노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신교의 예배를 보면 같은 개창이라도 그들의 노래소리는 하늘에 닿을듯이 우렁차고 열의에 가득차 있음을 직감할수 있다.
10년동안이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목표의 몇 %밖에 달성치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는 개창정신의 인식 부족을 들지 않을수 없다. 우리 일반신자들은 공의회의 결정사항이므로 성가를 개창해야 한다는 본당 신부의 전달만으로 막연히 그래야 되는가 보다고 피상적으로 받아 들였을 따름이지 왜 개창운동이 필요하며 어떠한 방법으로 그것이 수행될 것인가? 혹은 개화한다는 명목으로 개신교의 흉내를 내는것이나 아닌가? 의문점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이래서야 능동적인 참여는 생각할수도 없다. 다시말하여 교회당국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목표제시와 PㆍR, 그리고 그를 위한 전문위원회의 조직(전례헌장 제46장) 및 그들의 사업을 위한 강력한 후원이 거의 전무의 상태이었기에 뜻이 있는 사람들도 어떻게 활동을 시작해야할 바를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도 막연히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그저 가만히 있을수만도 없기 때문에 애꿎게 새 성가만을 찾고있는 현장인 것이다. 마치 새 성가라야만 개창을 할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음악이란 기술적인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에 사실상은 새로운 악곡을 여러 대중이 함께 부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연습이 거듭된 뒤에야 개창이 가능한 것이고 악곡에 대한 친근감도 생기게 되며 열성도 우러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 예로 새로 교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성모의 성월이여」하는 노래를 다함께 힘차게 부르자고 했댓자 그들은 아무도 소리내어 노래할 수가 없는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영세를 하고 몇번의 성모의 밤을 거친 뒤에는 다른 신자들에 못지않게 정성껏 목소리 가다듬어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금년 부활 직후에 명동성당에서 발행되는 주보 4면에 새 악보가 매주 실려나왔다. 일반 신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성사를 읽어보니 『신앙의 신비여! 주께서 오실때까지…』하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나 불행히도 악보에는 까막눈이기 때문에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무엇 때문에 그 악보가 매주 빠지지도 않고 실려나오는지 알수가 없다. 결국은 새 악곡이 나와 봤댔자 소용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개창운동이 잘 진행되지 않는것은 새로운 성가의 부족 때문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같이 전문적인 추진력의 부족과 그것을 위한 총력적인 후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현재의 상태에서 개창이 활기을 띠기 위하여서는 미사 성제만이 아닌 다른 신심활동을 위한 행사(예를 들면 성모의 밤 성체대회 성체강복 등)을 자주 가져 신자들이 자주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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