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온양에서 금산행 버스를 타고 서북쪽으로 40분 정도 달리면 공세리(貢稅里) 마을 오른쪽 언덕 위에 짙은 녹음에 싸인「고딕」식 성당을 볼 수 있다. 남으로는 온양 땅을 건너다 보고 동쪽으로는 평택지방을, 그리고 서쪽으로는 금산지방을 끼고 북으로는 아산만의 푸른 물결을 등지고 우뚝 서 있는 이 성당이 바로 75년의 역사를 가진 공세리 성당이다.
성당 어귀에서 가파른 길을 돌아 성당이 자리잡은 동산 위로 올라가면 짙은 녹음 속에서 상긋한 풀내음이 가슴 속을 스민다.
동산 위에는 느티나무, 팽나무, 아까시아나무, 보리수 등 수령 (樹齡) 1백 년이 넘는 아름드리 낙엽수들이 빽빽이 들어차 하늘을 가리고 있어 7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서늘한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 준다.
동산 주위에는 성당을 중심으로 수목들 사이로 오솔길이 뚫려 있다. 그 길을 따라 3만 평이나 되는 성당 경내를 돌아보면 어디를 가나 나무요 꽃이다.
짙은 녹음 밑에는 응달을 좋아하는 난초가 길길이 자라고 있다.
난초꽃이 만발하는 8월이 오면 인근 충청도 지역은 물론 멀리는 경기도에서까지 소풍객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동산에서 멀리 내려보이는 모심기를 끝낸 넓은 들은 흡사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 초록의 물결을 이룬다. 넓은 평야 위에 군데군데 자리잡은 산들은 온후한 충청도 인심을 말해 주듯 산세가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늠름한 기상을 잃지 않고 있다.
북으로는 아산만의 은빛 파도 건너 저 멀리 경기도 안중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귀를 따갑게 울리는 매미 소리와 구성진 뻐꾸기의 울음 소리는 황해를 항행하는 선박의 은은한 기적 소리와 함께 자연과 인공의 대합창곡을 이룬다. 저녁 노을 붉게 타는 황해의 금물결 위로 두둥실 흘러가는 돛단배의 그림자는 한 폭의 그림을 펼쳐 놓은 듯 한없이 아름답다. 초대 주임 성 신부의 뒤를 좇아 12대째로 주임신부의 바통을 이어 받은 김동욱(마티아) 신부는 63세의 노구를 무릅쓰고 이 아름다운 동산을 가꾸기에 여념없다.
김 신부는 68년 부임 이래 동산 위에까지 차도를 닦고 성당 앞 계단을 확장했다.
또 상공부를 몇 차례나 들락이며 작년 11월 암흑 세계이던 이곳에 전기를 끌어 왔다. 그의 힘으로 공세리 부락은 물론 인근 아산 연리면에까지 문명의 혜택을 입게 되었다.
김 신부는 현재의 25평의 이 성당으로는 2천을 헤아리는 신자들을 감당할 수 없어 성당 증축 기성회를 조직, 내년 중에 확장공사 착공을 서두르고 있으나 빈한한 시골 본당인 관계로 공사비 걱정이 태산 같단다.
이렇게 시골에 자리 잡고 있으나 요즈음 차츰 공세리 성당의 절경이 전국에 알려져 이곳을 찾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묵을 만한 숙박시설이 없는 게 큰 흠. 그러나 본당 회장에게 부탁하면 민박처(民泊處)를 구할 수있다. 쓸쓸한 여관방보다 민가에서 주인과 주안상을 앞에 두고 담소해 보는 맛도 괜찮다.
교통편은 천안서 온양까지 뻐스ㆍ합승이 수없이 내왕한다. 차비는 50원. 택시로는 5백 원. 온양서 다시 금산행 차로 공세리까지 와야 하는데 차편은 거의 매시간마다이다. 차비는 역시 50원 택시로는 7백 원을 줘야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온양서 2.5㎞ 떨어진 현충사를 둘러보고 온양 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것도 이 지역 관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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