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화의 의의 및 중요성
본지는 금년 1월부터 6월까지「가톨릭교회의 토착화」란 문제를 가지고 7개 분야로 세분하여 연 21회에 걸쳐 다루어 왔다.
토착화는 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대로 한국 교회의 장래가 달린 문제요 또한 이것은 교회 사명의 본질인 것이다.
그러나 막상 구체적으로 무엇이 토착화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토착화는 이번 공의회 이후 급작스레 대두된 문제의 하나로 지금까지 2백 년 한국 교회사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교회는 언제나 고고한 위치에 머물러 있었고 모든 것이 교회에 동화, 흡수되어야 한다고만 믿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토착화「시리즈」를 통해 기독교 토착화가 한국 고유문화와의 관계에 있어 일방적으로만의 통합이 아닌『기독교 문화와 한국 고유문화를 조화시켜 하나로 만드는 것』이란 걸 알았다. 따라서 토착화란『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한국문화화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기독교의 토착화는 하루 빨리 실현되어야 할 문제다. 사실 지금까지의 우리 교회는 한국 고유의 풍토에는 적합지 못한 서양 전래의 종교라는 인상을 짙게 풍겨 왔다.
흔히들『성당에는 너무 의식이 복잡하고 의미도 알아들을 수 없어 어렵다』는 평을 한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우리 교회가 얼마나 한국적 풍속과 문화에서 먼 거리에 있었나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 교회의 재건과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도 시급한 토착화 문제에 대해서 교회의 태도는 아직도 무관심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교회의 능도
처음 본지가 이 문제를 기획할 때 더 많은 구체적 분야별로 여러 필자를 택하여 집편을 의뢰했으나 성의를 보여 준 분은 지금까지 게재된 필자들 뿐이었다. 더욱이 신앙, 건축, 문학에 있어서는 투고자가 없어 게재치 못했다. 이런 점에서는 본 기획이 상당히 미흡한 점이 있으나 그런 대로 교회 토착화를 위해 약간의 기여는 있었으리라 믿는다.
이제 반 년에 걸친 본지의 토착화 연제로 식자 간에는 상당한 관심과 인식을 도왔고 벌써 토착화는 하나의 유행어로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교회를 이끌어 갈 성직자나 평신자 지도층에서는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연구한다거나 실현시키기 위한 이렇다할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현재 신자 수가 80만이나 되지만 이것도 한국 교회사 200년 동안 불과 10여만 정도이던 것이 20년 전 6.25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된 것이다. 그것은 당시의 外援 등 특수 여건에 의한 현상이었으나 이제 벌써 그 증가율은 감퇴일로를 걷고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우연한 호기를 바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이렇게 급조된 신자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하는 예가 드물고 또 충분한 교육을 실시치 못했음을 반성할 때 교회의 전교 자세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었다.
한국적 사고방식에 맞는 교리수법이나 용어, 전례, 신앙생활의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표현으로 어려운 설명 없이도 쉽게 익숙할 수 있도록 개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연구·전문기구
전국 주교회의 산하에 매스콤, 일치, 공용어, 전례, 교리교육, 교리, 성서, 성직자 양성 등의 문제를 다루는 8개 분과위원회가 있다. 이들 위원회에서 물론 토착화를 위한 각 분야별로 전문적인 연구와 토의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업적은 만족할 만한 것이 못 되는 것 같다. 그것은 문제 자체가 쉽게 연구되고 방법이 나타날 성질의 것도 아니고 짧은 시일에 실현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이 문제를 위해 과연 전문위원들이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쓰고 있느냐 하는 점을 볼 때 별로 애쓰지 않는 듯하다. 각 전문위가 구성될 당시만 해도 제법 자주 모이고 회의를 거듭하는 동안 여러 가지 문제에 시안이 나오고 반응도 살폈다. 그러나 요즈음에 와서는 일이 끝났다는 건지 아니면 능력이 한계점에 달해 더 할 일이 없다는 건지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사 전례는 교황청 외 인준을 받아 거의 확정될 단계에 놓였지만 미사에서 토착화 뒷부분은 거의 찾아올 수가 없다.
▲인재 양성·활용문제
기독교의 토착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기독교를 알고 한국을 아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껏 평신자가 신학이나 교회관계 학문을 전공하는 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 분야는 성직자에게 맡겨야겠지만 한국문화를 아는 데는 성직자 가운데서도 훌륭한 학자가 많으나 평신자 중에서 전문가가 많고 더욱이 현실 사회에서 생활하는 평신자가 체험을 통해서 더 가깝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므로 양자 간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성직자들은 성직자 제일주의에 아직도 사로잡혀 모든 문제에 있어 평신자를 불신하고 독단적으로 판단하여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도 성직자가 바로 교회라는 사상을 불식치 못하고 있는 일부 측에서는 평신자의 등용이 성직자들의 권한을 침범하는 듯한 착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모자라는 성직자를 보필하기 위해서도 평신자의 활약은 장려돼야 하고 또 기대되는 바이다. 교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평신자에게 위임할 때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한 물질적인 보상과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일은 무상의 봉사라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결어
한국 교회가 앞으로도 계속 토착되지 못한다면 교회와 신자와의 간격은 점점 커지고 말 것이다. 그것은 성직자 수도자들의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이 서구화 됨에 비례해서 신자들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결국은 사목활동에도 악영향을 가져오게 되는 것과 같다.
그리스도가 인류에게 복음을 전하실 때 신적인 방법이 아니고 인간적인 방법을 택하신 것처럼 오늘날 교회가 현대인에게 복음을 전할 때도 지방적 시대적 특성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도 이제 눈을 떠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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