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법상의 혼인요식과 혼인 무효성
가톨릭 신자가 교회법이 요구하는 혼인요식을 따르지 않거나 관면도 청하지 않고 결혼하면 그 결혼은 무효라고 규정한 현행 교회법이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
예를 들어 성공회 부모에게서난 아기가 병원에 있는동안 우연히 가톨릭 신부한테서 세례를 받았다. 그가 성장해서 성공회 신부 앞에서 결혼할때 아무도 교회법에 따른 관면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현행 교회법을 적용하면 이 결혼은 분명 무효다. 이태리 같은데서는 영세는 받았지만 한번도 복음을 듣지 못하고 비신자처럼 생활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교회법의 혼인요식에 따라 결혼하지 않으면 가톨릭교회는 그 결혼을 무효라고 선언한다. 이같은 상황과 다른 많은 문제들 때문에 교회는 과거 1천년 이상 유효했던 사목적 법적인습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사상이 싹트고 있다. 사실 교회는 켈트족과 게르만족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혼인에 관한 교회법적 규정을 적용치 않고 부족들의 관습법을 따랐던 것이다. 이런 폭넓은 해결이 교회의 선교활동에 많은 장애를 제거할 것이다. 그리고 결혼무효법은 참된 신자들에게만 적용시키자는 것이 과거 몇년 동안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진정으로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수백만 부부들의 결혼을 교회가 무효라고 선언하는 것은 교회의 사명과 어긋난다. 교회의 사명은 결혼과 가정의 충실성과 안정성을 중진시키고 그 표지가 되는데 있다. 오는 1974년「로마」주교대의원 대회 (시노드)는 인류복음화 문제를 다루면서 가정과 결혼문제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 발전하는 실재로서의 결혼
결혼은 사회에서 인정하는 요식에 따라 배우자들이 결혼에 동의하는 뜻을 밝힘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리고 어느때 결혼 동의가 완전히 성립되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그 판단 기준이 다양하다. 고대 로마와 게르만의 인습 및 법률에 기초를 둔 교회법에 의하면 배우자들이 결혼식때 증인들 앞에서 혼인의사를 표명하는 순간 동의는 완결된다고 한다.
이렇게 배우자의 동의가 완결되는 양상이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아프리카 부족들은 전통적으로 결혼생활의 안정성을 중요시하여, 한 순간에 결혼동의를 완결시키지 않고 여러 단계의 동의를 거쳐 비로소 완전한 동의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른바「단계결혼」인데, 부족사회의 통제와 공인하에 성관계를 시작하고 오랜시일 또는 몇년이 지난후 결혼을 완결한다. 단계결혼은 린제이가 말하는 시험결혼과 판이하게 다르다. 유럽 및 북미 지역의 약혼자들이 사회로부터 아무런 통제없이 흔전에 성관계를 갖는 것과 동일시해서도 안된다.
아프리카의 단계결혼은 고대 이스라엘의 결혼풍습과도 유사하다.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예언자들을 통해 단계적인 교육방법을 사용하셨다면 교회도 이같은 방법을 사용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가 제기될수 있다.
이러 저러한 인습은 교회의 단죄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도 수세기 동안 농토를 상속받는 아들은 약혼녀가 임신한 다음에야 결혼한다. 성생활을 해온 약혼자들이 결혼 직전에 고백성사를 보면 신부는 주의기도 여섯번이나 묵주의 기도를 한번 바치라고 한다. 그러나 약혼자들은 아무런 뉘우침이 없다. 사회통념에 따라 성생활을 했을뿐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론, 단계적 결혼도 유럽 및 북미의 혼전성교도 모두 정상적이 아니다. 아프리카 지방교회의 통계표를 보면 ①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배우자 대부분이 전통적인 단계적 결혼인습을 따른다. ②단계결혼은 어느정도 충실하게 영위되는데 반해서, 전통적인 혼인인습을 무시하고 교회법에 따라 맺은 결혼이 실패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다. 아프리카의 주교들은 혼인완결 전에 성생활을 시작한 배우자도 성사를 허용하는 대책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사제와 접촉하고 결혼을 빨리 완결짓는 등 여러가지 조건하에….
-혼전성교-
오늘날의 서구문명은 2ㆍ3세 대전에 비해 많이 변했다. 증조와 조부만 해도 중국에서처럼 가정에서 정해주는대로 결혼을 했다. 그들은 부모가 가장 좋은 결정을 했다고 꼭 믿었기 때문에 결혼생활은 쉽게 파기되지 않았다.
오늘날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상대를 선택한다.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젊은이들은 스스로 현명하게 상대를 선택해야 하는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은 약혼만 하고서 이성관계를 시작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윤리신학은 별수 없이 이 문제를 논해야 한다. 스위스 「프리부록」 대학교수인 도미니꼬회 퓌르트너 신부는 혼전 이성경험을 권장하기까지 하여 파문을 일으켰지만 교회에서 정평있는 모든 윤리신학자들은 혼전 성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혼전성교를 금하는 전통적 규범을 고수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그리고 혼외(婚外) 성관계를 무분별하게 일관적으로 단죄할 것이 아니다. 약혼자간의 성관계를 창녀와의 간음해위처럼 볼수는 없다. 많은 젊은이들과 현대사회는 혼전 성관계를 금하는 전통적 규범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우리의 탓도 있다. 우리가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거나 전통적 규범을 새로운상황에 맞추어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전 성관계 문제에 있어서도 규범적 가치 자체와 그 가치를 사목적 교육적으로 적용하는 문제는 서로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끝)
<烈>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