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남북으로 흐르는 태백산맥 위험한 준령이 줄기줄기 뻗어오다 문득 경상남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운문산에서 우뚝 솟았다가 다시 언양평야를 단숨에 가로질러 하나의 동산을 이루었으니 이 산을 이름하여 언양 화잠산.
해발 2500m를 헤아리는 이 화잠산의 북으로는 운문산의 영봉이 지호지간으로 보이고 멀리 남동쪽으로는 조국 근대화의 상장 울산 공업단지의 검은 연기가 눈 앞에 보인다. 그 앞에 동서로 뻗은 넓은 언양들을 가로지른 고속도로 위에는 줄이은 차량들이 개미처럼 기어가고 있다. 그 바로 앞에는 언양읍의 아담한 마을이 안개 속에 조는 듯 평화로이 서 있다.
이 화잠산 기슭에 옹기종기 들어선 초가집들을 벗하여 우거진 소나무와 대나무숲을 뚫고 언양성당의 뾰족한 종탑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있다.
7월의 태양 아래 번쩍이는 백색의 석조 건물은 주위의 우거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성당 뜰에 우뚝우뚝 선 갖가지 낙엽수들은 싱그러운 빛을 발하고 성당 위 계곡의 숲 속에서는 이름도 모를 산새들의 울음 소리가 귀를 따갑게 한다.
특히 우거진 대나무숲에 바람이 불 적마다 바스락거리는 댓잎의 소리는 여인의 속삭임마냥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성당 위에는 대나무숲 밑을 뚫고 흐르는 약수가 있다. 7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이가 시리도록 싸늘한 찬물이 가는 대롱을 타고 졸졸 흘러나오고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는 통도사 석남사를 비롯하여 멀리는 경주 불국사 등 찬란한 신라 문화의 유적들과 명승지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여기서 서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통도사와 석남사는 전국에 알려진 명승 고적지. 하루에 6번씩 버스가 다니는데 차비는 통도사까지가 30원, 석남사까지는 40원이다.
그리고 언양읍 내에는 고려 초기에 쌓았다는 정방형의 성 터가 그대로 남아 있어 한국 고유의 축성법을 엿볼 수 있다.
또 언양에서 복동쪽으로 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연「댐」의 푸르른 물과 옛 문인(文人)들이 풍류를 즐기며 놀았다는 반구대는 이 고장을 찾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찾아보는 명소이다.
언양에서 남천대 맑은 물길을 따라 북북서로 12km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해발 5백m 태백산맥 중턱에 소호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은 고산지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에도 모기가 없는 곳으로「캠핑」과 피서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곳이다.
이 외에도 언양 서쪽 6km 지점에 있는 홍류폭포는 이 고장에서도 이름난 절경이다. 15m의 낙차를 가진 폭포수가 뽀얀 물보라를 흩날리며 떨어질 때 영롱한 물방울이 바위에 5색의 무지개를 그린다.
그리고 특히 언양지방의 특산물인 미나리맛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산 좋고 물 좋으니 그 물을 먹고 자란 미나리 또한 맛이 좋지 않을 수 없으리라. 맑은 물에서 싱싱하게 자란 놈을 갓 베어 깨끗한 물로 씻어 양념 된장에 쌈 싸 먹는 그 맛이란 천하절미다.
그리고 이 고장 관광길에는 귀로에 울산 공업단지의 산업시설을 살펴보고 경주 일원에 흩어져 있는 유적들을 돌아볼 수가 있다. 여기서 20km 정도 떨어진 울산까지는 하루에도 차가 수없이 다니고 경주 부산까지는 6번씩 내왕한다. 차비는 울산까지가 60원 경주까지는 1백 원, 부산까지가 1백40원이다.
산수가 수려하고 인심이 좋은 이 고장에 위치한 언양성당은 성직자를 많이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정길(대구대교구장) 대주교, 최재선(부산교구장) 주교를 비롯, 이 성당 출신 사제가 23명이나 된다.
1936년 준공된 이 성당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보는 석조「고딕」식 건물로 초대 정에밀리 신부의 뒤를 이어 현재 13대 배상섭(요한) 신부가 사목을 맡고 있다.
배 신부는 지방 유지들과 손잡고 재건중학교를 설치, 운영하는가 하면 예술동호회를 조직하는 등 비교인들과 부단한 접촉을 가짐으로써 이들에게 가톨릭 정신을 심어 주고 있어 그 발전이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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