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막 고오즈섬
제2장
때=주일날 오전
곳=줄리아의 오두막 안팎
나오는 이들=줄리아 촌장 마을사람들
-오두막 안팎의 준비가 다 되어있다 줄리아=어머! 벌써 촌장님과 섬사람들이 몰려오시네.
촌장=안녕하십니까? 마을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모두들 본토 궁궐에서 오신 귀인을 뵙겠다고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줄리아=여러분 안녕하셔요? 자, 이리 둘러앉으셔요.
촌장=귀한 색다른 노래를 들려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줄리아=기꺼이 노래 부르겠어요. 이 식은 사실은 남자분이 행하는 거랍니다. 우선 식을 올릴 때에 입는 제복을 입어야 하는데 이곳에는 제복이 없으니까 그 대신 조선옷을 입겠어요. 이 방울종은 여러분을 모이게 하는 모임종 입니다. 나는 이 종소리를 무척 듣기 좋아해요.
그리고 초도 두자루 가져왔는데 되도록 오래쓰기 위하여 촛불은 아껴쓰겠어요. 그 다음에 이것은(십자가를 잠깐 보여주고는 손바닥으로 가리며) 십자가라고 합니다.
-사이. 사람들은 놀람과 호기심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줄리아=도꾸가와 장군님은 이런 것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서는 안된다고 엄하게 꾸짖으셨습니다. 하지만 자기 위안을 위해서 뿐이라면 괜찮다고 가져오는 것을 허락해 주셨어요. 그러므로 이 십자가는 자색천으로 가리겠어요. 이것은 두 촛대 사이에 놓겠어요. 준비가 다 돼서요.
자 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잠자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만 하면 됩니다.
-줄리아 종을 울리고 나서 제단으로 가다가 큰 절 하고는 제단에 키스하고 사람들에게로 돌아서며 두 팔을 넓게 벌려 기운차게 노래 부른다.
줄리아=도미누스보비스꿈-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잇달아 복음을 낭독한다-
줄리아=공중의 저 새들을 보시오. 씨를 뿌리서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거나 하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먹여 주십니다.여러분은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습니까?…또 여러분은 왜 옷 때문에 걱정합니까? 들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시오.…오늘 피었다가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하물며 여러분이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습니까?…
-사 이-
-일동은 어리둥절! 눈이 커진다-
줄리아= (감사송 전문을 읊는다) 뻴옴니아 세꿀라 세꿀로룸. 도미누스 보비스꿈, 엣굼스삐리뚜 뚜오. 술숨꼬르다 하베무스 앗도미눔 그라시아사가 무스도미노 데오 노스또로딕누스엣유스뚬 에스뜨.
-종을 연달아 친다.-
-잠시 침묵-
줄리아=여기까지 나는 식을 진행할수 있지만 더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마음속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같이 이 식을 축하하며 천지만물의 임자이신 하느님께서 인류를 건져 주신 은혜를 감사하렵니다. 내가 오늘 특별히 기도하고 싶은 것은 조선나라가 하느님과 일본을 사랑하게 되기를-
그리고 일본도 하느님과 조선을 사랑하게 되기를….
이같은 마음으로 짧은 성가를 부르겠어요.
그것은「모든 백성들아, 주를 찬양하라」는 노래입니다.『라우다떼 도미눔 옴네스젠떼스라우다떼 에움음네스 뽀뿔리…』
사람들이 모두 모두 아름다운 마음, 평화로운 마음이 되기를….
촌장= (아주 감격하여 큰소리로) 우리들은 모두 같은 기분이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소.
-일동, 방긋하며 끄덕인다.-
줄리아= (두팔 벌리고) 주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신은 우리들에게 강복하소서. 아멘 (사제처럼 십자를 그어 축복하고 나서)
줄리아=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빌겠어요.
-종을 요란하게 울려서 식을 끝낸다-
줄리아=끝까지 조용히 구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촌장=아주 훌륭한 식이었습니다. 아가씨는 진짜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은 분이오.
부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 섬에서 우리와 함께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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