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정류소가 보였다. 젊은 신부는 결심했다.
『난 본당에서 숨이 막히는 것 같소…어린애들과 축구나 하고 부자들의 장사나 지내 주기 위해 신부가 된 건 아니오! 글쎄 내 말 들어 보시오…』
『본당에 온 지 얼마나 되시오?』
『여섯 달. 육 년이 지나도 마찬가질 거요 항상 마찬가질 거요!』
『너희는 성신(聖神)을 믿지 않는가?』
젊은 신부는 입을 벌린 채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윽고
『믿고 있지요. 그러나 성신은 당신네들과 함께 있소. 이 본당 인구의 이십분지 일이나 겨우 될까말까 하는 소수의 본당 교우들과는 함께 있지 않소. 내가「싸니」에 가면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람들은 사실 날 이방인처럼 쳐다보지요. 』
『그럼 그 소수의 무리를 내버리겠다는 거요? 소수의 교우들을 내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 같소? 옳은 일 같소? 』
『그럼 그 밖의 삼천만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복음을 널리 나눠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가워 미칠 지경입니다. 』
『잘 알겠소. 그러나 그런 얘기는 당신 본당신부에게 할 것이지 내게 할 얘기는 아니오』
『당신만이「싸니」에서 유일한…』
『절대로 그렇지 않소. 그리고 내가 끌어들이는 사람들이 결국 본당으로 나가게 돼야 할 것이 아니겠소. 본당에 사람들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으면 그들은 발판을 잃게 되지 않겠소. 그것도 중요한 사업이요! 왜 웃으시오? 』
『당신은 내가 본당에 남아 있길 원하지만 당신 자신은 이렇게 기구하고 있지요『주여 더욱 더 본당신부 같은 냄새를 풍기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고.
『사실 그렇습니까? 』
『누가 그런 소릴 합디까?』
『우리 본당신부가』
『어떻게 그런 소릴? 바보 같은 트집을 잡는군…』피에르는 마음이 상했으나 그만큼 더욱 본당신부를 사랑하기로 했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 봅니다. 그 말은 단순히…』
『변명할 필요 없소. 나도 알고 있으니… 당신보다도 아마 더 잘 알고 있을 거요』
군인이 두 사람 욕을 하며 지하철에서 나오더니 길에 올라서자 멱살을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들었다. 피에르는 그 속을 헤치고 들어가 두 군인을 갈라 놓았다.
『바보 같은 짓 하지마. 저 시계 밑에 순경이 서 있는 게 안 보이나? 』
『벌써 이리 오고 있다.』
어떤 사람의 외치는 소리에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빨리 달아나게! 자넨 이 길로 가고 자넨 지하철로 달아나! 』
피에르는 명령하며 자기도 지하철 계단을 달려 내려가더니 도중에서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당신 이름이 뭐요?』
『르바쐬르 신부』
『아니 성 (姓) 말고 이름은?』
『제라르』
『잘 있소 제라르 용길 내세요!』
쫓아온 순경이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여보 당신도 싸움판에 있었지?』
『천만에!』제라르가 대꾸했다.
『내 눈으로 봤는데!』
『그 분은 신부요』
『당신 농담하는 거요?』
『그렇소. 그 사람 농담하는 거요. 그러나 사실 난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고 했을 뿐이오』피에르가 소리쳤다.
『그게 사실이오 신부님?』
순경이 묻는 말에 제라르는 잘라 대답한다.
『그렇다고 말하지 않소』
『자 잘 있소 제라르』
피에르의 인사에 제라르는 일부러 큰 소리로 외쳤다.
『안녕히 가시오 신부님!』
피에르는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돌아보며 한 자리를 나누는 행복을 맛보았다.
타원형의 테이블은「빠리」市의 형태를 하고 있다. 노동사제들이 그 주위에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사랑과 미소로「빠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러 사람의 손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손만 보아도 직업을 알아차릴 수 있다.「불로뉴」에서 세탁공을 하는 앙드레 신부「낭떼르」의「심까」자동차 공장의 용접공 프랑소와 신부,「이브리」서 선반공인 미쉘 신부「끄리쉬」에서 넝마주이 하는 로베르 신부 여섯 달 전에 기계 사고로 손등이 찍혀 그리스도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쟉끄 신부…단 한 사람만이 하얀 손을 하고 있다. 가장 연장자인 그는「끄리쉬」와「바르베스」사이의 사창가 창녀들을 구하고 있는 소위「삐갈 신부」라고 불리는 신부다. 빈 손을 든 이 사도들, 쟘바나 푸른 작업복 국방색 만또 차림의 이 사제들은 차례차례로 한 사람씩 얘기를 하고 있다. 제각기 포부와 고심거리와 실수한 얘기 등을 나누고 있다. 피에르는 그 속에 자기 자신의 문제점을 재발견하고 용기를 되찾는 것이었다. 아무도 옳고 그른 것을 따지려는 사람은 없었다. 문제가 제기될 때는 아무런 도움이 못 될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하면서 각자의 경험을 담담하게 얘기할 뿐이었다.
피에르는 앙리와 평화모임에 관한 얘기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주의를 하지 않았으나 삐갈 신부만이 그의 귀에 대고 낮은 말로 소리쳤다.
『이제 내가 너를 늑대들 사이에 새끼양 보내듯 하노라…비둘기처럼 부드럽고 뱀처럼 조심성 있길! 』
그의 늙은 손은 피에르 소매를 잡았다.
『그러나…』
『아무 말 말게 나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주교관은 대단히 조심성 있다네… 주교님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주교관이 그렇단 말이다. 』
피에르는 손등을 이마에 가져갔다.
『그래도 앙리의 협조를 얻길 잘 했다. 아마 현명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잘 했어 그 밖에 별 도리 없었으니까. 그렇게 안 한다면 관계를 끊어 버릴 수밖에? 그렇다면 베르나르처럼 아주 후퇴해 버리고 마는 거지…아니다. 내가 오늘 살 생각보다 내일 걱정을 더 하게 된다면 절망이다…아니 그 친구들이 살 길이 없어지는 거야 그들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가난한 삶이 아닌가? 그리스도는 하루하루 사셨다. 그 분이 나와 함께 계시고 날 저버리지 않으실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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