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왕조와 이조에 걸쳐 큰 전란이 있을 때마다 왕도의 피난지로 이용되어 많은 사적(史蹟)과 애화가 담겨 있는 강화도는 우리나라 5대 섬의 하나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현재 합천 해인사에 보관 중인 8만대장경을 처음으로 조각하여 보존했던 전등사, 병인ㆍ신미양요 때 외적을 막고 일본 군함 운양호를 포격했던 광성포대 단군의 제천단(祭天壇)으로 알려져 전국체전의 성화를 점화하는 마니산 참성단, 더벅머리 총각으로 왕위에 오른 강화 도령의 잠저(潛邸) 등이 모두 이곳에 있다.
서울세관 앞에서 강화행 직행버스로 두 시간 남짓 달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강화교를 건너 강화읍에 이르면 수목이 울창한 북산 기슭에 강화성당의 석조 종탑이 보인다.
현대미를 풍기는 깔끔한 성당 건물이 강화교회의 짧은 역사를 말해 주듯 강화도에 본당이 설립된 해는 1958년이다. 당시 명동성당 주임으로 6ㆍ25를 치룬 장금구 신부가 강화면 관청리 현재의 성당 바로 앞에다 교회당을 마련한 것이 그 효시다. 지금은 근로자센타로「그리스도 사랑의 집」이란 간판이 붙어 있다.
강화본당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이곳의 가톨릭 노동청년들이 S직물을 상대로 노동쟁의를 일으켰을 때였다.
이 사건으로 한국 주교단의 성명서가 전국의 일간지를 누볐으니 벽지의 본당으로서 한 번 날린(?) 셈이다.
성당 구내에는 메리놀 수녀들이 경영하는 그리스도왕 의원이 있다. 이 병원은 1963년에 극빈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설립되었는데 무료 환자와 유료 환자가 반반이란다.
강화도엔 소문대로 사적이 많다. 우선 성단 주위만 해도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 옆에 성문의 개폐(開閉)를 알렸던 무게 약 4천kg의 강화 동종(銅鐘)이 있고 그 뒷편에는 모진 정쟁의 재물이 됐던 강화 도령의 잠저가 있는데 좁은 단칸방 한복판에「哲宗朝潛邸舊基」란 비석이 외롭던 왕자의 서러움을 일러 준다. 성당 뒤 북산에는 시원한 약수터가 있고 산정에는 옛날 관리들이 살던 집터도 있으며 저 멀리 북괴가 육안에 들어온다.
강화에는 전등사 보문사 백련사 등 이름 난 절만도 5개나 되고 고려저수지, 내가저수지 등 5개의 낚시터가 있으며 서도에도 해수욕장과 낚시터가 있다.
등산 코스로는 전등사의 정족산, 보문사의 삼산, 마니산, 고려산 등이 있는데 정족산에는 단군이 아들을 시켜 쌓았다는 둘레 3km의 삼랑산성이 있고 법당이 석굴 안에 있는 보문사의 삼산에 오르면 서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 눈에 들어와 절경을 이룬다.
이 밖에도 강화 도령 철종의 외가인 염 씨 일가의 묘지와 오층석탑 고인돌 고려시대의 무덤에서 발굴되는 고려청자 등 여행자의 흥미를 돋구는 사적들과 목을 축일 약수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강화에서 주말을 보내려는 신자는 우선 강화성당을 찾아 길 안내를 받는 게 좋다. 본당 주임 두 요한 신부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관하 13개 공소를 방문하기 때문에 성당에서 만날 수 없다. 주일미사는 오전 9시 11시 오후 8시30분에 집전된다.
강화읍에서 사방으로 뚫인 길 옆에는 아카시아가 유난히 울창하고 인삼밭이 잇달아 있어 장관을 이루지만 김포공항에서부터 도로 포장이 안 돼 있어 장마철엔 길 바닥이 수렁과 곰보로 변하는 게 흠이다.
금년 말까지 포장을 한다지만 내년 선거 때가 고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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