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복음화의 배경
복음은 이미 2백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을 이 땅의 관습과 문화와 제도 안에 있는 좋은 고유의 유산의 가치를 평가하여 교회건설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우지 못하고 그 유산을 소홀히 하는 배타적 신앙으로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음을 선교하는 것은 밭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은 것임을 예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바 있거니와 선교자는 반드시 복음의 종자를 뿌릴 사람의 마음밭의 성질과 그 민족의 역사 문화 풍습 등을 잘 알아서 선교에 적절한 방법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이나 민족들의 고유한 풍습과 문화에 뿌리박힌 선(善)을 발견할 때마다 교회는 그것을 없애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하느님의 영광과 마귀의 망신과 인간의 행복을 도모하는 데에 이바지 하도록 고쳐주고 높여주고 또 완성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교회 17) 그뿐 아니라 『교회는 그리스도의 나라를 도입함에 있어 어느 민족의 지상적 재화를 감소시키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여러 민족들의 능력과 자질과 습관을 좋은 것이라면 촉진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그것을 정화하고 강화하여 높여줘야 하는 것이다』(교회 13) 한편 또 교회는 그리스도로부터 수여된 정의(定義)를 새로이 내리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이 여러 국민의 기대에 부응토록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그러기 위해 교회는 구원의 신비와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사람에게 제공하려면 그리스도 자신이 육화(肉化)로 말미암아 주위 사람들의 특정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적합시킨 것과 같이 교회도 모든 사회 안에 육화하여 침투하지 않으면 아니된다(선교교령 10조 참조)
따라서 한국에 복음화 사회를 이룩하려면 한국문화에 대한 복음의 긴장관계를 의식하든 안하든 간에 관습과 전통, 지혜와 학식, 예술과 과학 등 일체의 것을 창조주인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활용하면서 교회는 한국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특수 문화성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고유의 일치를 획득하여 그리스도 밑에 전 인류가 일체가 되는 하느님의 백성의 모임을 형성해야 하겠다.
(1) 전통적 상황
과거의 한국문화는 사상적으로 불교적인 것과 유교적인 것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편 한국 국민의 의식구조의 밑바닥에는 샤마니즘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유교사상에 젖어서 살아온 사람은 물론 불교나 그리스도교를 믿어 오는 사람 중에도 무의식속에 샤마니즘에 사로 잡혀 있는수 가 많다. 한국민족의 사상의 기저에는 샤마니즘이라는 민족이 신앙이 오랜 과거로부터 흘러오고 있다. 한국의 무당이나 판수의 주문과 기도의 내용은 한국의 여러 가지 고대역사의 관습, 인물 그리고 고구려시대에 와서는 불교적 요소 그 후 이조시대에는 유교적 요소를 많이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해서 한국의 샤마니즘은 불교적 혹은 유교적 요소를 함축하고 한국민족의 신앙의 기반과 핵심을 이루는 원시종교로서 지금까지 민간신앙에 그대로 전승되어 있는 원시 고유신앙의 유물인 것이다.
이는 오늘의 시대에 있어서도 민중의 저변층에 잔존해 있는 만큼 계통적 체계와 조직을 가진 것은 아니라 아직도 민중에게는 살아있는 신앙이요 사상인 것이다.
물론 우리의 문화유산은 대부분이 불교문화와 유교적인 사상과 문물의 소산이다. 특히 유교사상은 근세에 있어서 한국 민족의 사상으로서 유가(儒家)들에게 새겨졌고 국가윤리 가정윤리로써 실천되어 오는 사이에 국민의 일상생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서 윤리적인 면이나 생각하는 면이 유교적인 것으로 되어왔다.
어느 외국인 학자가 일반적으로 살펴본 바에 의하면 가장 전형적인 한국인은 사회생활에서는 유교신자이고 철학할 때는 불교신자이고 그리고 난관에 봉착해서는 샤마니즘의 귀신숭배자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인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종교는 샤마니즘이며 다른 모든 종교는 그 토대위에 세워진 상층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한국인의 종교는 혼합적인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그 혼합의 기저에는 엄연히 샤마니즘이 현존하여 윤리철학적인 것보다 재앙을 피하고 복을 비는 극히 현세적인 것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샤마니즘이라고 할 때 그것은 무당의 굿 정도로 이해하고 일소에 붙이는 경향이 많으나 실은 우리들의 일상생화에 상당히 깊숙히 침투하고 있는 것을 잘 모르로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신앙에 있어서 오랜 전통과 관습과 기질과 더불어 엮어온 샤마니즘이라는 민속신앙의 신앙심리와 사고방식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포교의 이면에도 민속신앙을 형성한 샤마니즘의 간접적인 혜택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더욱이 한국의 역사는 외세와 관원들의 횡포 속에서 이루어진 불안과 의협 밑에 살아온 역사라는 것을 생각할 때 한국인들의 정신구조와 종교의식이 현세적인 구복주의에 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전통 속에 살아온 우리나라에 복음화 사회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복음의 원점에서 모든 문화 풍속을 복음화하는데 있어서 샤마니즘을 위시해 불교 유교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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