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청년들에게 여가 선용법을 고등교육의 7대 교육 목표 중의 하나로서 몸에 익혀 준다.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여가를 잘 이용할 줄 알고 그래서 정서교육이 필요케 되는 것이다. 여가를 이용해서 취미로 시작했던 많은 재능 개발도 가능케 된 예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 개인의 본래의 직책을 무색케 할 때는 벌써 여가 선용이 될 수 없다.
여가를 단순히 남은 시간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는 24시간 이외에 덤이 없다. 이 같은 조건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서 인간의 차는 생기는 것이라 하겠다. 어떤 의미에서 만일 시간이 남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생명이 끊긴 사람, 아니 주어진 생명을 줄이는 결과를 스스로 만든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이 가장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일하는 시간을 많이 하여 시간의 낭비가 없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하기 위해서 정신적 육체적 휴식이 필요하다. 여가는 일을 하는 사람이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 또는 다음 일을 계획하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 충전을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여가가 사전에 있듯이『겨를 혹은 일을 하다가 쉬는 틈』이라고 한다면 여가는 확실히 일을 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올 수 있는 귀중한 것이겠다.
게으른 사람, 항상 할 것이 일정하지 않거나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은 여가의 진미를 모르는 사람이라 할 수도 있다. 때문에 바쁜 사람일수록 여가는 필요하며 또 그들에게만 진정한 의미에서 여가는 가능한 것이다.
어떤 미국 부인이 저녁 준비를 하다가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잠깐 머리 손질을 하는 것과 같은 예다. 우리 한국 여성처럼 미장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머리핀을 입에 물고「핀컬」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양손은「핀컬」을 만들면서 잠깐 앉은 사이에 눈은 잡지책을 훑는 것을 보았다. 한편에서는 저녁이 되어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신적 육제적 미를 동시에 구성해 나가는 것이라 하겠다.
세탁기에 빨래를 부탁하고 10분 15분 잠깐 동안 낮잠을 즐기는 미국 주부를 보았다. 아이들도 엄마가 지금 쉬는 시간이기 때문에 전화 바꾸어 줄 수 없다고 대답할 줄도 알도록 훈련되어 있었다.
물론 밥이 저절로, 빨래가 저절로 되는 기계문명이 발달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여가가 생겼다고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그 자동식 기계는 누가 저절로 준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우리 한국 주부들이 잊어서는 안 되겠다.
그 혜택은 우리가 바빠지고 그 바쁜 가운데서 휴식이 필요하게 되는 날 한 노력의 대가로서 찾아올 수 있는 것이겠다.
미국 주부들이 같은 양의 일을 가장 능률적으로 최단시간 내에 다하고 난 저녁 후에 부부 동반으로 두 쌍 세 쌍 모여서 카드놀이「포카」혹은 불을 튀기는 정치 얘기, 혹은 다른 나라 풍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우리 같은 유학생을 초대해 주기도 하는 즐거움은 결코 게으른 사람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즐거움이라 하겠다.
일주일을 충실하게 산 사람에게 찾아오는 주말 또는 하기 휴가를 안타까운 기다림으로 계획한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우리 기숙사를 소제해 주던 미국 老부인이 몇 년을 계획해서 구라파 여행을 갔다 와서 나를 놀라게 했다. 또「빠리」에서 본 일본 여자들의 외모는 관광객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지 않았다.
하오리에「게다」를 신고 보자기에 선물을 싸 들고「빠리」「루불」박물관에서 옛 것을 지켜보던 어떤 일본 농촌 여자의 운명이 저절로 굴러떨어진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과 돈이 노력 없이 주어진 사람에겐 잠깐 쉬는 낮잠의 달콤함을 맛볼 수 없으며 여가를 위한 계획을 짤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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