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로우시다는 하느님은 참으로 이해하기 곤란하다. 법도 잘 지키고 하느님 공경도 소홀히 하지 않는 파리세이, 강도나 불의도 않고 간음하지도 않으며 재도 지키고 조세도 꼬박꼬박 다 바치는 파리세이가 의인이 될 수 없다니, 나 역시 십계명을 하나 빠짐 없이 잘 지키고 주일미사에 어김없이 참석하며 판공도 보고 교무금도 잘 바치는데 하느님은 나를 물리치시지나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이 아무리 무정하시더라도 나를 불의하다고는 판단하시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열심한 가톨릭 신자의 머리에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경고하시는 것이 바로 이러한 교만이 아니겠는가? 인간이 제 아무리 잘한 것이라도 하느님 앞에는 무가치한 것이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우리의 통회며 우리 자신의 무능을 고백하고 그에게 의탁하는 그것이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설 때 무엇이라고 말하겠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 선행에 대한 보상을 요청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선행은 무로 돌리고 그의 자비만을 요구할 것이지. 우리는 이미 하느님 앞에 서 있으며 우리의 태도는 일상생활에서 시시로 밝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자신을 의인으로 나타내는 사람은 인간에게도 무용지물이 되고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죄인은 구원 받을 수 있고 성인이 될 수 있으나 성인은 구원될 수도 성인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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