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직업을 갖고 있다. 만일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적어도 직업을 가질 준비를 하거나 직업을 찾고 있을 것이다. 직업 없는 사람을 실업자라 하며 인간으로서 정상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활동해야 하기에 직업을 반드시 가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직업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가? 노동력을 제공해서 그 대가로 봉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직업이다.
그러나 두말할 것 없이 직업은 이것만이 목적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직업에서나 그 종사자들이 그 직장의 개선 발전에 하등의 관심이 없이 그들의 노임에만 관심을 둔다면 그 직장의 상태나 결과는 뻔한 것이다.
사무원들의 불친절, 공무원들의 부정, 회사원들의 태만 같은 것은 이러한 사고방식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우주의 관리를 인류에게 공동으로 위탁하셨다. 우주의 살림을 인류 전체에게 위임하신 것이다. 우리 각자는 직업을 통해서 우주 관리의 일 부분을 맡게 되었고 우주 관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우주적 개념은 국가적인 면에나 나아가서 작은 기업체의 면에도 적용된다. 한 자동차 공장의 예를 살펴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생산을 위해 노동하고 있지만 공장장의 역할이나 기술공의 역할이나 하루 종일 나사만 박는 사람의 역할은 비록 이들 모두가 동등한 입장은 아니지만 자동차가 생산되는 데 있어서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직업에 대한 인식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또 자기 직업을 통해 인격 완성을 꾀해야 할 것이다. 생계만을 위한 직업이 아니고 인격 완성을 위한 직업이기 때문에 우리는 직업에 충실하고 성실해야 하며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 자체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성실과 성공은 인격 형성에 있어 크나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직업은 인간 완성에 필요한 것이고 그의 존재 양상을 뚜렷이 해 주는 것이다.
우주 관리에 참여하고 인간 완성을 위한 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직업은 봉사이다. 그래서 또 직업은 인간이 행하는 것 중 가장 고귀한 것이다.
우주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직업에는 귀천이 있을 수 없다. 어떤 직업을 막론하고 악의 원인이 되지 않고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것이면 모두 가치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업의 귀천을 너무도 가리지 않는가? 어떤 직업을 통해서라도 우리는 사회에 봉사할 수 있고 남이 싫어하는 직업일수록 더 봉사적인 것이다.
대통령이나 청소부나 다같이 이 사회를 관리해 가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할 줄 믿는다. 어떤 직업이든지 봉사정신으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문란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직업은 봉사정신으로 이해돼야 할 것이며 이러한 사실을 몇 가지 직업의 例를 통해서 고찰해 보고저 한다.
상업도 봉사이다. 돈 버는 수단이 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이다. 상업은 시민들의 생활 필수품을 공급하는 직업이고 경제 유통을 위한 직업이다. 상업을 봉사로 생각한다면 더 보람 있는 직업이 될 것이다.
공업 역시 봉사이다. 공업은 원료를 가공해서 시민들에게 물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을 위해 물건을 생산한다면 공업가들은 더 가치 있고 더 완전한 물건을 만드는 데 전력하게 될 것이다.
자기가 사용할 물건처럼 남을 위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봉사인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주변에는 날조된 사기제품,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식품이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누구보다도 봉사정신으로 자기 직업을 수행해야 할 사람들은 사회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직업일 것이다. 즉 정치 교육 행정 경찰 사회사업 등 이런 사회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직업인들은 누구보다도 봉사정신에 투철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만약 이들에게 봉사정신이 결핍되었다면 사회의 부패상이 명확관화할 것이다. 정치가 교육가 공무원 순경 사회사업가들은 시민들의 신뢰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 신뢰는 봉사정신으로서만 얻게 된다고 본다.
이들의 봉사정신의 결핍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염병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직업은 어떠한 종류이든 봉사이며 각자가 자기 직업을 올바로 수행하려면 봉사정신에 입각해서 봉사정신으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 참으로 봉사정신으로 직업을 이행해 왔는지 그렇지 않으면 내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운명이 우리 각자가 직업을 봉사로 인식하고 실행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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