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제기
지난 8월말 대만에서 있었던 동부아시아 주교회의의 주제가「아시아에 있어서의 복음화」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내년에 있을 세계 주교회의(시노드)의 주제도 현대세계의 복음화인 것 같다. 그만큼 확실히 오늘의 시대에 있어 복음화의 문제는 복음적 신앙에서 볼 때 신앙의 책임을 다해야 할 우리교회의 큰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회가 복음화 즉 복음선교에 충실하였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생각할때 누구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저 없이 하기에는 곤란한 것 같다. 왜냐하면 선교의 사명에 철저 하였다기 보다 기성신도의 사목관리에 치중함으로써 미신자에 대한 선교활동이 뒤떨어진 느낌이 없지 않 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음선교를 교회 밖에 있는 많은 사람을 교회 안으로 이끌어 들여 신도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통 생각하고 있다.
비록 신도들은 외부의 사회로부터 더 많은 사람을 교회로 이끌어 들이기 위해 밖으로 나가도록 격려를 받는다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백성으로서의 실제 생활은 사회의 고통과 고민과 투쟁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직무와 선교를 분담한다는 메시아적 사도직을 수행하려는 사명의식이 희박한 것이다. 그리고 교회의 선교의 근본은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인데 그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 신도의 행위는 사회참여 사회복지라고는 할 수 있어도 선교라고는 할수 없다.
교회의 선교는 하느님의 선교에 비추어서만 바로 이해될 수 있다.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는 피조물인 만물을 구원하는 일이다. 그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세력과 권력과 사회구조를 포함하는 일이다. 이 구원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인류세계를 포함해서 우주만물까지도 구원하기 위해 세계사 안에 들어와서 구원의 계획을 실현하려고 역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의 선교는 전 세계를 향하는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의 나라의 선포와 지상에 있어서 건설을 담당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의 문제를 심중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은 교회의 복음선교가 복음을 사사화(私事化) 또는 개인화하여 개인의 구령에 중심을 두는 개인적 차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말한바와 같이 하느님의 구원의지는 개인 뿐 아니라 모든 인간과 세계에 미치고 있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지향하고 있는 것은 인간 구원으로서의 인간 해방과 사회 혁신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눈으로 봐서 인간이 충족한 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행복한 인간과 또한 생활의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침묵의 교회를 북한에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 밑에서 신음하는 한 핏줄기로 타고난 동포를 눈앞에 보고 있다. 우리 교회는 복음화의 입장에서 침묵의 교회에 대한 선교의 전략적 의식을 얼마나 깨닫고 있는지 궁금하다. 확실히 우리 교회가 선교 전략의 거점임을 자기인식하면서 무신론에 대한 선교방침을 세운다는 것은 한국 복음화 뿐 아니라 세계 복음화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특히 교회의 복음화의 사명과 선교를 구세사의 중심에 놓고 볼 때 북한의 침묵의 교회를 구원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우리 교회의 임무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지금 개발도상국가로서 경제 발전과 사회개발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현실에서 민족복음화를 위한 복음선교의 방침이 수립돼 있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뿐 아니라 우리 한국은 피선교지로서 선진국의 원조에 의해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오늘에 와서는 한국교회의 경제적 자립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물론 한국교회의 경제적 자립에는 어려운 점이 많으나 성직자와 신도가 한 덩어리로 뭉쳐서 자립정신을 가지고 메시아적 백성의 사명을 수행하려는 각오가 있기만 하면 멀지않은 장래에 그것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복음화에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교회의 경제적 자립을 이룩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을 복음화 사회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선교활동은 전체교회의 생활이 되는 동시에 교회의 전체생활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욱 신도들의 일상생활은 교회 전체의 생활과 일치하는 선교활동이 되어야 하겠다. 일상생활을 통해서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그리스도를 전하며 증거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눈에 보이도록 함으로써 한국사회를 복음화 사회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 논술에서 약간의 모험을 감행할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이 논술에서 아시아에 있는 한국교회가 교회 역사상에서 소극적 또는 적극적으로 예증된 바 있는 신약성서의 생활과 구원원리에 비추어서 교회의 본질적 소명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가지고 교회의 복음선교를 하도록 하기 위한 모험을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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